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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동윤 Mar 10. 2021

노래도 부르는 할리우드의 명배우들

2015년 1월 개봉한 영화 <유아 낫 유>(You're Not You)는 루게릭병에 걸린 피아니스트 케이트와 록 뮤지션을 꿈꾸는 초보 간병인 벡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들과 각별한 우정을 다루고 있다. 벡이 가수 지망생이기에 제작진은 노래를 어느 정도 하는 연기자를 섭외해야 했다. 이 때문에 영화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에서 빼어난 가창력을 선보였으며 두 편의 정규 음반을 낸 에미 로섬(Emmy Rossum)이 벡 역에 낙점됐다. 지금까지 해 온 역할과는 다른 날라리 캐릭터라서 생소하긴 하지만 실제로 뮤지션이니 영화에 잘 녹아드는 것이 당연하다.

할리우드에는 본업인 연기뿐만 아니라 음악인으로서 특출한 재주를 뽐내는 인물이 적지 않다. 소울의 대부 레이 찰스(Ray Charles)를 환생시킨 것 같았던 제이미 폭스(Jamie Foxx), 화면에서의 섹시한 이미지와는 딴판으로 무거운 음악을 하는 스칼릿 조핸슨(Scarlett Johansson), 음악도 연기처럼 코믹한 지미 팰런(Jimmy Fallon), 쉬 앤드 힘(She & Him)으로 인디 음악 애호가들의 큰 사랑을 받는 조이 데이셔넬(Zooey Deschanel)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탄탄하고 개성 강한 음악을 하는 덕분에 배우 직함뿐만 아니라 보컬리스트, 싱어송라이터 호칭이 무척 당연하게 느껴진다.


Emmy Rossum, 클래식으로 기본을 다진 싱어송라이터

2000년 영화 <송캐처>(Songcatcher)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해 2004년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를 통해 대중의 눈에 든 에미 로섬은 어려서부터 음악에 출중한 재능을 보였다. 다섯 살 때 플라시도 도밍고(Placido Domingo), 루치아노 파바로티(Luciano Pavarotti) 등의 공연에서 코러스로 활동했으며, 일곱 살 때 미국의 저명한 클래식 조직인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입단하는 등 실력이 받쳐 주지 않으면 불가능한 대단한 활약을 펼쳤다. 주연으로 발탁된 <오페라의 유령>을 통해 여러 상을 받음으로써 연기력과 가창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2004년 <오페라의 유령> 개봉 이후 클래식 음반 제작 제안이 많이 들어왔지만 대중음악을 하고 싶었던 그녀는 2007년 뉴에이지와 드림 팝을 주메뉴로 한 데뷔 앨범 [Inside Out]을 발표하며 가수로 데뷔했다. 청아한 목소리가 오묘한 분위기를 배가하는 노래들을 들으면 천생 가수임을 인정하게 된다. 2013년에 낸 2집 [Sentimental Journey]에서는 스탠더드 팝 리메이크로 변신을 시도했다. 리메이크라고 막 한 게 아니라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재해석이었다. 얼굴도 예쁘고 음악도 예쁘게 하는 참한 뮤지션이 아닐 수 없다.


Jamie Foxx, R&B의 스타가 될 뻔한 조금은 아쉬운 가수

제이미 폭스는 1980년대 후반 클럽 코미디언으로 경력을 시작해 빠르게 할리우드에 들어섰지만 이렇다 할 대표작은 없었다. 1994년 [Peep This]를 선보이며 가수로도 데뷔했으나 대중의 주목을 받는 데 실패했다.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도 몇몇 있었지만 주연으로 캐스팅된 <더블데이트 대소동>(Booty Call), <돈 잃고 몸 버리고>(Held Up), <베이트>(Bait)의 흥행 성적은 좋지 않았다. 연기자로서는 중박, 가수로서는 쪽박이었다.


2004년 개봉한 <레이>(Ray)는 제이미 폭스에게 배우와 가수로서 성공하는 은혜로운 돌파구가 됐다. 그는 맹인 가수 레이 찰스를 훌륭하게 연기함으로써 연기력과 가창력을 시원하게 입증했다. 2005년에는 본인의 두 번째 앨범뿐만 아니라 객원 보컬로 참여한 카녜이 웨스트(Kanye West)의 'Gold Digger'로 데뷔작의 냉랭한 반응과는 다른 어마어마한 인기를 경험했다. 그러나 명성과 능력에 부합하는 완성도 높은 작품이 없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Lindsay Lohan, 사춘기 소녀 취향의 음악

가벼운 작품의 무겁지 않은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 온 린지 로언(Lindsay Lohan)은 본인의 필모그래피처럼 가수로서도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음악을 들려줬다. 이 점 때문에 각각 2004년과 2005년에 발표한 앨범 [Speak]와 [A Little More Personal (RAW)]는 히트곡이 없었음에도 꽤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물론 이 같은 성과에는 인지도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가창력은 그럭저럭 나쁘진 않지만 하이틴 스타 출신 가수들에게서 익히 볼 수 있던 댄스음악과 팝 록의 전형을 답습한다는 점 때문에 좋은 평가는 받지 못했다. 그래도 10년째 음반 활동을 쉬고 있으니 조금 그립기는 하다.


Jimmy Fallon, 믿고 보는 검증된 익살스러움

1998년 코미디 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aturday Night Live)로 존재감을 떨친 지미 팰런은 이후 영화 <택시: 더 맥시멈>(Taxi), <날 미치게 하는 남자>(Fever Pitch) 등에 출연하며 코미디 배우로서 할리우드에서 입지를 굳건히 다졌다. 2009년부터 5년 동안 유명 토크쇼 <레이트 나이트>(Late Night)를 진행해 명실상부한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지미 팰런이 노래를 잘 부르는 건 아니지만 <레이트 나이트>에서 여러 게스트와 함께 선보인 호쾌한 공연들을 보면 훌륭한 끼와 재능에 감탄하게 된다. 저스틴 팀버레이크(Justin Timberlake)와 여러 차례 힙합 히트곡들을 엮어 부른 'History of Rap'은 실로 압권. 능청스러우면서도 특징을 콕 짚어 내는 래핑 모창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 없다. 뉴스 브리핑을 슬로 잼 스타일로 관능적으로 펼치는 'Slow Jam the News'도 무척 익살맞다. 'EW!'를 들으면 자기도 모르게 "에어 에어"를 외치고 있을 듯.


Scarlett Johansson, 음악은 하나도 안 섹시

1994년 코미디 영화 <노스>(North)에 출연하며 10대부터 배우의 길에 들어선 스칼릿 조핸슨은 이제 할리우드의 섹스 심벌이 됐다. 액션과 멜로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그녀이지만 관계자들의 귀에 들어갈 만큼 노래를 잘 불렀는지 2005년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Sound of Music)에 마리아 역을 제안받기도 했다. (무려 주인공!) 하지만 안타깝게도 궁극에 그 배역은 다른 연기자가 맡게 됐다.


음악적 재능을 보여 주지 못한 게 억울했는지 그녀는 2008년 블루스, 록의 거장 톰 웨이츠(Tom Waits)의 노래를 커버한 앨범 [Anywhere I Lay My Head]를 출시하며 가수로 데뷔했다. 하지만 이 앨범으로 노래 실력을 가늠하기는 어렵고 스칼릿 조핸슨이 음악을 진지하게 대한다는 것 정도를 느낄 수 있다. 이듬해 싱어송라이터 피트 욘(Pete Yorn)과 함께한 [Break Up]에서는 전작보다는 훨씬 밝은 음악을 들려줬다. 여기에서도 상업성에 경도되지 않고 자기의 방향을 뚜렷이 하는 음악가적 고집을 목격할 수 있다.


Eddie Murphy, 지금도 건재한 음악적 탐구심

왕년의 스타? 아니다. 동키 목소리를 연기한 애니메이션 <슈렉>(Shrek) 시리즈와 사운드트랙이 성공적인 흥행을 도운 <드림걸즈>(Dreamgirls)로도 에디 머피(Eddie Murphy)는 젊은 사람들에게도 익숙하다. 1980년대 중반 <베벌리 힐스 캅>(Beverly Hills Cop)을 필두로 90년대 들어서는 <너티 프로페서>(The Nutty Professor), <닥터 두리틀>(Dr. Dolittle) 등에 출연하며 액션, 코미디 영화의 대표 배우로 등극한 그는 하향세 없이 여전히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아쉽게도 음악으로는 위세를 이어 가지 못했다. 1985년 스탠딩 코미디 앨범이 아닌 음악 앨범 [How Could It Be]에서 히트곡 'Party All the Time'을 배출했으나 이후 이 순위에 필적하는 노래를 내는 데 실패했다. 심지어 대스타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이 코러스로 힘을 보탠 'Whatzupwitu'도 인기를 얻지 못했다. 그래도 R&B, 록, 레게 등 여러 장르를 모색하고 'Hey Joe'처럼 대중성에 연연하지 않는 음악을 선보인 점은 그를 듬직한 음악가로 여기게 만든다.


Zooey Deschanel, 인디 팝의 여신

1990년대 후반 브라운관과 스크린에 모습을 보이며 데뷔한 주이 디샤넬(외래어표기법은 조이 데이샤넬, 외국에서의 발음을 들으면 조이 데샤넬이라고 하는 것 같은데...)은 2000년대 초 여배우 서맨사 셸턴(Samantha Shelton)과 함께 이프 올 더 스타즈 워 프리티 베이비스(If All the Stars Were Pretty Babies)라는 아마추어 보컬 그룹을 결성해 가수의 꿈을 내비쳤다. 몇 편의 사운드트랙을 통해 노래 실력을 뽐내기도 한 그녀는 2006년 싱어송라이터 매슈 워드(M. Ward)와 함께 혼성 듀오 쉬 앤드 힘을 결성해 음악에 대한 열정과 재능을 표출하고 있다.


<올모스트 페이머스>(Almost Famous), <굿 걸>(The Good Girl), <500일의 썸머>(500 Days of Summer) 등 주로 로맨틱 코미디 작품에서 두각을 드러내 온 그녀의 이력에 맞게, 또한 30대 중반의 나이가 무색한 깜찍한 외모에 어울리게 쉬 앤드 힘의 음악은 달콤함과 서정성, 아기자기함을 동시에 나타낸다. 피아노, 우쿨렐레 등 여러 악기를 연주할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노래를 직접 작사, 작곡하니 주이 디샤넬의 가수 활동을 인지도를 빌미로 한 취미로 봐서는 안 될 것이다.


Hugh Laurie, 깊이 있는 음악을 들려주는 의사 선생님

메디컬 드라마 <하우스>(House)로 유명한 그 배우. 케이블 채널 돌리다 보면 어쩌다 한두 번쯤은 마주치는 그 배우. 국내 대중에게는 <하우스>의 괴짜 의사로 각인된 영국의 배우 겸 작가, 감독 휴 로리(Hugh Laurie)는 대영 제국 훈장까지 받았을 정도로 자국에서는 대단한 인물로 통한다. 하지만 대체로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것이 2000년대 중반 이후 <하우스>를 통해서이니 작품 하나로 뒤늦게 대성한 케이스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어려서부터 피아노, 드럼, 기타 등 여러 악기를 연주한 그는 2010년 로커 미트 로프(Meat Loaf)의 [Hang Cool Teddy Bear] 앨범 중 'If I Can't Have You'에 피아노를 연주하며 음악인으로서 재능을 뽐냈다. 2011년 블루스 음반 [Let Them Talk]를 출시해 가수로 본격 데뷔했고, 2013년에 낸 2집 [Didn't It Rain]에서는 탱고, 재즈 등으로 장르를 확산해 근사한 변화를 보여 주기도 했다.


2015-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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