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결하고 명료한 문장에 힘과 분노가 가득 실려 있었다. "됐어. 됐어. 이젠 그런 가르침은 됐어."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악감독 서태지는 3집의 '교실 이데아'에서 주입식 수업으로 점철돼 있으며, 끊임없이 친구들과의 경쟁을 강요하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을 궁극의 가치로 두는 한국의 교육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노래를 여는 가사는 불합리한 체제에 대한 반감을 적나라하면서도 압축적으로 나타낸 명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도 교육에 억눌려 지내던 1990년대의 학생들은 '교실 이데아'에 뜨겁게 환호했다. 수많은 10대가 '교실 이데아'의 가사를 입에 달고 다녔다. 늘 입시 압박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은 직설적인 일갈에 쾌감을 느꼈다. '교실 이데아'는 학생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 주는 사려 깊은 상담사였으며, 마음속으로만 몸부림치는 아이들의 불만을 대신 얘기해 주는 용감한 대변자였다.
노래의 메시지는 세찬 음악 덕에 강한 기운을 지닐 수 있었다. 육중한 전기기타, 저돌적인 드럼, 어지러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신시사이저와 턴테이블 스크래칭, 한껏 톤을 높인 래핑이 어우러진 랩 메탈 사운드가 가사를 날카롭게 느껴지게끔 해 줬다. 헤비메탈 밴드 크래쉬 안흥찬의 억센 스크리밍 보컬도 노래가 거친 활기를 분출하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
1993년 서태지와 아이들보다 앞서 노래마을이 학생들의 고충을 얘기한 '불량제품들이 부르는 희망노래'를 발표한 바 있다. 이들은 서태지와 아이들과 달리 비주류 민중가요 노래패였다. 게다가 '불량제품들이 부르는 희망노래'의 분위기는 발랄했다. 주류 대중음악의 최전선에 위치한 톱스타가 전복적 태도로, 격렬하게 교육 문제를 비판하며 나서니 특별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교실 이데아'는 곧바로 학생들 사이에서 성가로 자리매김했고, 서태지에게는 '문화 대통령'이라는 영예로운 칭호가 따라붙게 됐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제도권을 향해 날린 묵직한 펀치는 아이돌 제작자들에게도 영감을 줬다. H.O.T.의 '전사의 후예 (폭력시대)'와 '열맞춰! (Line Up!)', 젝스키스의 '학원별곡(學園別曲)' 같이 몇몇 아이돌 그룹이 교육, 학원 문제를 다룬 노래를 내기도 했다. 10대들의 호응과 지지가 핵심 양분이 되는 아이돌 그룹들에게 '교실 이데아'가 좋은 소스를 제공한 것이다.
서울신문X멜론 '케이팝 명곡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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