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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동윤 Dec 22. 2021

2021년 가요계 스케치

공연 쪽은 올해도 여전히 한산했다. 좀처럼 끝날 줄 모르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많은 가수가 무대에 오를 수 없었다. 페스티벌들도 2년째 자취를 감춘 탓에 공연계는 더없이 썰렁했다. 최근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함에 따라 단계적 일상 회복이 차질을 빚으면서 업계와 뮤지션들은 또 한 번 삭풍을 맞게 됐다. 안타까운 상황이 야속하게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 대유행이 여기저기를 얼어붙게 했지만 그렇다고 우리 대중음악 전체가 멈춘 것은 아니다. 예년과 다름없이 2021년에도 미디어, 음원이나 영상 플랫폼, 뮤지션, 음악 팬들에 의해 주목할 만한, 혹은 재미있는 풍경이 연출됐다. 이로써 가요계는 어려움 속에서도 활기를 냈다.

흥미로운 현상의 첫 주인공은 브레이브걸스였다. 유튜브 채널 '비디터'가 브레이브걸스의 무대와 네티즌들의 익살스러운 댓글을 편집해 만든 영상이 2월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많은 이용자에게 노출되는 일이 있었다. 2017년에 발표한 '롤린'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음원차트 1위를 석권했고, 해체 직전까지 갔던 브레이브걸스는 역주행 덕분에 하루아침에 대세 걸 그룹으로 등극했다.


그런가 하면 SG워너비는 방송과 팬들의 애정에 힘입어 또다시 왕좌에 앉았다. 4월 MBC 예능 <놀면 뭐하니?>가 2000년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보컬 그룹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SG워너비를 초대했다. 이들이 방송에서 부른 '타임리스', '살다가', '라라라' 등은 그 시절 추억을 간직한 세대의 마음을 두드림으로써 음원차트를 휩쓸었다.


1월부터 3월까지 방영된 SBS 예능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도 흥미로웠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형 발라드의 계보', '이태원 문나이트', '홍대 앞 인디뮤직', '동아기획 사단' 등의 주제를 통해 한국 대중음악이 번성한 역사를 다뤘다. 뮤지션, 음악계 종사자들의 인터뷰로 사실성과 전문성을 충족했으며, 사이사이 가수들의 공연도 마련해 보고 듣는 재미도 갖췄다. 이런 방송이 계속해서 제작되길 바라는 음악 팬이 많을 듯하다.

방탄소년단은 거침없이 비상하며 팝 시장의 정중앙에 깊이 뿌리내렸다. 5월에 낸 '버터'는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총 10주 1위를 차지했다.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는 아시아 가수 최초로 '올해의 아티스트' 트로피를 거머쥐었고, 그래미 어워드에서는 2년 연속으로 '최우수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후보에 올랐다. 방탄소년단 매번 새로운 기록을 작성해 가는 활약으로 많은 이에게 흐뭇함을 안기고 있다.


올해는 전통음악이 경연 프로그램을 매개로 널리 퍼졌다. MBN과 JTBC는 각각 <조선판스타>, <풍류대장 - 힙한 소리꾼들의 전쟁>을 제작해 국악인들을 브라운관으로 불러들였다. 젊은 국악인들이 적극적으로 대중음악과의 퓨전 작업을 벌임으로써 신선하고 근사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지만 그런 음악가들이 대중 앞에 나설 자리가 적다 보니 국악은 따분하다는 편견에 갇혀 지낼 수밖에 없었다. 국악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전통음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줄이고 실력 있는 소리꾼, 연주자들을 조명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https://news.v.daum.net/v/20211215094259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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