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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동윤 Dec 10. 2021

전설들의 용감한 도전

스웨덴을 대표하는 그룹 아바(ABBA)가 11월 9집 [Voyage]를 발표했다. 무려 40년 만에 선보이는 새 음반이다. 긴 안식을 끝내고 낸 앨범에서 아바는 옛날 그들의 모습을 온전히 되살린다. 편안한 멜로디, 고운 가창, 실제 악기로 이룬 푸근하면서도 아담한 반주 등 아바 음악의 특징들이 변함없이 나타난다. 중년 음악 애호가들은 아바의 신작을 들으면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지 않을까 싶다.


아바처럼 한동안 작품 소식이 뚝 끊겼다가 오랜만에 복귀하는 뮤지션이 요즘 종종 보인다. 그중 하나가 데비 깁슨(Debbie Gibson)이다. 8월 데비 깁슨은 일본 남자 가수들의 유명 노래들을 영어로 부른 2010년 앨범 [Ms. Vocalist] 다음으로 11년 만에 10집 [The Body Remembers]를 출시했다. 리메이크가 아닌 오리지널 노래들로만 구성한 앨범은 2001년에 낸 7집 [M.Y.O.B.] 이후 20년 만이다.

1987년 만 16세에 데뷔한 데비 깁슨은 음악계에 발을 내딛자마자 히트 행진을 거듭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밝은 에너지, 귀여운 외모, 10대들이 공감할 가사로 데비 깁슨은 또래들의 뜨거운 지지를 이끌어 냈다. 나이가 비슷해서 같은 해 데뷔한 티파니(Tiffany)와 자주 비교되곤 했지만 티파니와 달리 데비 깁슨은 작곡 능력이 출중했다. 1집의 모든 노래를 본인이 작사, 작곡했으며, 여러 곡에서 편곡과 연주도 맡았다. 아이돌이자 원숙한 싱어송라이터였다.


국내 음원 플랫폼에서는 10월부터 스트리밍 서비스가 이뤄진 새 앨범 역시 데비 깁슨이 수록곡 전부를 작사, 작곡, 프로듀스했다. 근래 유행하는 스타일의 댄스음악과 2000년대 초반에 인기를 끌었던 일렉트로니카를 두루 다루고 있으며, 발라드도 곳곳에 배치해서 알차게 앨범을 꾸몄다. 또한 함께 전성기를 보낸 뉴 키즈 온 더 블록(New Kids on the Block)의 조이 매킨타이어(Joey McIntyre)와 자신의 대표곡 ‘로스트 인 유어 아이즈’를 듀엣으로 불러 색다른 감흥을 선사한다.

위대한 디바 중 하나인 다이애나 로스(Diana Ross)도 11월 15년 만에 스물다섯 번째 앨범 [Thank You]를 내며 컴백했다. 다이애나 로스도 아바와 마찬가지로 추억을 데려오는 데에 중점을 뒀다. 중간 템포의 솔뮤직 'Thank You', 미끈한 디스코 'I Still Believe', R&B와 펑크(funk)의 성분을 결합한 'Come Together' 등 디지털 악기가 사용되기 전의 흑인음악을 들려준다. 더불어 1970년대에 자신이 많이 소화했던 R&B 기반의 팝도 가득 마련했다.


1960년대에 걸 그룹 슈프림스(The Supremes)의 리드 싱어로 음악계에서 돋보였던 다이애나 로스는 솔로로 나와서도 상업적 성공을 이어 갔다. 비록 198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세력이 부쩍 떨어졌지만 창작 활동은 방기하지 않았다. 77세의 고령임에도 이렇게 새 음반을 제작한다는 것이 대단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주요 소비 계층이 10대, 20대인 대중음악 시장에서 연차가 쌓인 뮤지션들은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설 자리를 잃는다. 시야에서 벗어난 가수를 기억해 주는 대중은 그리 많지 않다. 도태됐음을 인식한 음악가들은 창작을 두려워한다. 심리적 압박을 극복하고 신작을 내놓은 대선배들의 열정과 부단함이 멋스럽다.


https://news.v.daum.net/v/20211117093457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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