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수십, 혹은 100편 이상의 노래가 출시된다. 가요만 해도 그렇다. 음원 플랫폼의 메인 페이지에는 인지도가 어느 정도 있는 가수의 작품이나 음악 팬들이 좋아할 만한 앨범이 진열된다. 하루에 발매되는 음원의 양이 많다 보니 그곳에 배치되는 것도 한시적이다. 또 다른 신작에 금방 자리를 넘겨줘야 한다. 무수한 노래가 음원 플랫폼 안의 빠른 물길에 밀려 삽시간에 이용자들이 주시하지 않는 과거의 망망대해에 당도하고 만다. 음원 시장의 가혹한 현실이 야속할 따름이다.
사나운 환경 탓에 공들여 정규 앨범을 만들어도 눈길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많은 팬이 적극적으로 소식을 챙기는 유명 가수가 아닌 이들이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이다. 금전적 부담이 덜하고 비교적 노동력이 적게 드는 싱글을 내는 일이 예사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명확하다. 지금 같은 세상에서는 정규 음반을 제작하는 것이 무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처한 상황은 혹독할지라도 여전히 정규 앨범은 언제나 나온다. 정규 음반만이 지니는 멋과 맛이 있고, 그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뮤지션들이 존재하는 까닭이다. 싱어송라이터 야야 킴도 지난달 [a.k.a YAYA 정규 3집]을 발표하며 그 대열에 합류했다. 이번 걸음은 더욱 고지식하다. 총 33곡을 수록한 석 장짜리 앨범을 내놨다. 이는 꽤 활동 경력을 쌓은 가수가 기존 대표곡들을 엮은 컴필레이션에서나 볼 법한 분량이다. 하지만 야야 킴은 2013년에 낸 '묘기술'의 스윙 버전을 제외하고 모두 신곡으로 구성했다.
3집은 진수성찬이라 할 만하다. 기본적으로 록에 뿌리를 두면서 트립 합('분노는 나의 힘'), 펑크 록(funk rock)('오늘 밤은 나의 것'), 네오탱고('Esta Noche'), 재즈('절대 고독'), 아방가르드 팝('예지몽'), 왈츠('해로운 왈츠'), 클래식과 재즈, 팝의 퓨전('영장의 영장') 등 다양한 스타일로 가지를 뻗어 나간다. 세 개 이상의 장르가 혼합된 곡도 여럿이라서 앨범은 처음부터 끝까지 독특함을 견지한다.
음악은 자유분방하지만 정서는 음침함으로 일관된다. 뒤틀린 관계에 절망하고('전부 사라져 버리면 좋겠어'), 끝난 사랑 때문에 삶을 비관하며('Life Is Nothing'), 자신을 한없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태어나서 죄송합니다') 등 어두운 가사가 주를 이룬다. 스산한 분위기를 띠면서 구성이 복잡한 반주는 노랫말의 침울함을 배가해 준다. 염세적인 내용과 혼란스럽고 우중충한 곡의 협동으로 앨범은 독보적인 기괴함을 풍긴다. 2011년 데뷔 때부터 보여 줬던 야야 킴의 주된 음악적 성격이 여기에서 더욱 크고 격렬하게 터지고 있다.
정규 음반 제작이 비주류가 된 근래에, 3분짜리 노래도 길다고 느끼는 사람이 느는 시대에 야야 킴은 호기롭게 대세에 맞선다. 효율이 떨어지는 미련한 결정이다. 스스로 모든 노래를 작사, 작곡, 편곡하는 등 거의 전 작업을 도맡았지만 연주에 많은 뮤지션을 대동했다. 제작 비용도 만만찮게 들었을 것이다. 이익을 따졌을 때 어리석은 활동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행보는 강한 개성, 호화로움 등의 성과를 또렷하게 남기고 있다. 야야 킴의 우직함은 찬란하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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