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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동윤 May 16. 2022

신지훈 [별과 추억과 시]

제목처럼, 별과 추억을 엮어 지은 아담한 시집

싱어송라이터 신지훈이 올해로 어느덧 활동 10년 차에 접어들었다. 보통 사람들한테도 긴 세월이지만 가수들에게 10년은 더욱 각별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대중음악계에서는 매일 수많은 실력자와 경쟁해야 하고, 대중의 시선을 끌기 위해 어떻게든 돋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뛰어난 재능을 보유했음에도 성공하지 못해서 다른 길로 떠나는 이가 부지기수다. 이 매서운 각축장에서 신지훈은 10년을 버텼다.


그렇다고 신지훈이 성공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음원 차트에서 높은 순위에 오른 적도 얼마 없고, 인기 예능 프로그램이나 음악 방송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가수 데뷔의 등용문이 된 SBS <K팝스타> 두 번째 시즌에 출연했을 때 가장 많은 주목을 받지 않았나 싶다. 신지훈은 스타가 되지 못한 생존자다.

대신 신지훈은 지난 10년 동안 부단히 성장과 도전을 이어 나갔다. 열네 살 어린 나이에 처음 브라운관에 섰던 소녀는 2016년 첫 자작곡 '정글짐'을 발표하며 싱어송라이터로 거듭났다. 이때 나이도 열일곱에 불과했다. 2년 뒤에 낸 '계란꽃'은 건반 연주도 하고 편곡에도 이름을 올렸다. 2019년에 출시한 첫 번째 미니 앨범 <청춘> 중 '독백'은 홀로 편곡을 맡았다. 2017년에는 KBS2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 더 유닛>에, 2019년에는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조용히 모험하며 결실을 본 10년이다.


자기 분야만큼은 성실하게 천착해 온 신지훈이 이달 또 다른 열매를 맺었다. 음반 소개 글에 적은 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10개의 시절' 끝에 드디어 첫 번째 정규 앨범이 나왔다. 1집 [별과 추억과 시]에는 총 열 곡을 담았고, 공동으로 편곡한 '밤의 창가에서'와 '뭇별'을 제외한 모든 노래를 직접 작사, 작곡, 편곡했다. 싱어송라이터이자 프로듀서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 주는 자리다.

수록곡들이 발라드와 포크가 주를 이뤄서 심심하게 느낄 이도 많을 듯하다. 하지만 노래들은 나긋나긋함으로 청취자를 매혹한다. 후반부 코러스에 화음을 넣고 보컬을 겹침으로써 아련함을 증대하는 '추억은 한 편의 산문집 되어', 관현악기로 서정미를 발산하는 '밤의 창가에서'가 대표적이다. 노랫말로 예쁜 판타지를 연출한 '구름 타고 멀리 날아'는 어린이 합창단의 코러스 덕에 뮤지컬 음악 느낌이 난다.


가사도 흡인력의 한 축을 담당한다. 신지훈은 밤과 별을 주된 제재로 삼아 시종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 외로운 마음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 감정은 조금도 궁상맞지 않다. 남다른 표현과 맑은 색감의 어휘, 종결어미의 활용으로 곱게 흐른다. 또한 'Lonely Heart'의 후렴을 제외한 모든 노래 가사가 우리말이라서 앨범 제목에 명시한 것처럼 시를 마주하는 기분이 든다.


가창력을 인정받아 음악계에 발을 들인 소녀는 작사, 작곡을 스스로 하고, 작품을 지휘하는 뮤지션으로 근사하게 성장했다. 심지어 노래들의 내실도 좋으며, 자신만의 스타일도 갖춰 가는 중이다. 첫 정규 앨범은 신지훈의 노력과 탁월한 감각을 자랑스럽게 알리고 있다. 지난 10년을 정말 알차게 보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yh0yKKkW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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