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먼 앤 가펑클 'Bridge over Troubled Water'
고양이와 쥐는 친구가 될 수 없다. 고양이는 자기보다 몸집이 작은 동물을 사냥하는 습성이 강하다. 쥐는 그런 고양이에게 일등 먹잇감이니 상생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유명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Tom and Jerry)에서 고양이 톰과 쥐 제리는 상황에 따라 손을 잡기도 하지만 이 동맹은 언제나 금방 끝난다. 그러면 둘은 도로 약을 올리고 싸우는 사이가 된다. 고양이와 쥐는 정답게 지내기 어렵다.
20세기 최고의 포크록 듀오로 여겨지는 사이먼 앤드 가펑클(Simon & Garfunkel)은 고양이와 쥐의 관계 같은 찜찜한 숙명을 팀의 첫 이름으로 암시했다. 폴 사이먼(Paul Simon)과 아트 가펑클(Art Garfunkel)은 미국 뉴욕시의 한동네에서 살았다. 둘은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같은 곳을 나왔다. 음악을 좋아하는 것도 통해서 단짝으로 지냈다. 음악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이들 동갑내기는 고등학교 재학 중이던 1957년 첫 싱글 'Hey Schoolgirl'을 발표하며 정식으로 가수가 됐다. 이때의 팀 이름이 '톰 앤드 제리'(Tom & Jerry)였다.
이후 몇 편의 싱글을 더 냈지만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했다. 성과가 없던 이들은 결국 활동을 접고 각각 다른 대학에 진학한다. 그러나 둘은 음악에 미련이 남아 있었고, 솔로로 가수 생활을 이어 갔다. 그러다가 1963년 재결합한 두 친구는 이듬해 사이먼 앤드 가펑클로 첫 번째 앨범을 낸다. 안타깝게도 이 앨범 또한 상업적으로 실패하면서 둘은 재차 각자의 길로 발걸음을 뗐다.
그것이 마지막은 아니었다. 앨범에 수록된 'The Sound of Silence'가 1965년 라디오 방송을 타고 뒤늦게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이 흐름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한 음반사는 통기타와 더블 베이스만 있던 원곡에 전기기타와 드럼을 추가한 포크록 버전을 내놓는다. 이 버전이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하는 등 크게 성공함에 따라 갈라섰던 친구가 다시 뭉치게 된다. 그 뒤로 사이먼 앤드 가펑클은 'I Am a Rock', 'A Hazy Shade of Winter', 1967년 개봉한 영화 <졸업>(The Graduate)에 삽입된 'Scarborough Fair'와 'Mrs. Robinson' 등 다수의 히트곡을 배출하며 완연히 스타 반열에 올랐다.
바깥에서 보기에 잘나가던 팀에는 이 무렵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 높아진 인지도에 힘입어 두 멤버는 1969년 블랙코미디 전쟁 영화 <캐치 22>(Catch-22)에 캐스팅된다. 아트 가펑클은 '네이틀리 대위' 역을, 폴 사이먼은 '던바'라는 인물을 맡았다. 하지만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는 작품이 많은 캐릭터로 붐비고 있다고 생각해서 폴 사이먼의 배역을 없애기로 했다. 이제 둘의 입장은 명확히 갈렸다. 아트 가펑클은 영화에 충실해야 했고, 폴 사이먼은 스튜디오로 돌아와야 했다. 하필 촬영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져서 새 음반을 준비하는 일은 오롯이 폴 사이먼의 몫이 됐다.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거의 모든 노래를 폴 사이먼이 만들어 오긴 했지만 이 시기에는 아트 가펑클이 아예 옆에 없어서 홀로 된 느낌이 더 컸을 것이다.
1969년이 저물어 갈 즈음 듀오는 비로소 신곡 녹음에 착수했고, 1970년 1월 새 앨범 [Bridge over Troubled Water]를 출시했다. 여기에 수록된 동명의 노래는 6주 동안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에 머물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래미 어워드에서는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 등 네 개 부문을 수상함으로써 'Bridge over Troubled Water'는 명실상부한 1970년 최고의 노래가 됐다. 맑고 고요한 분위기, 피아노의 리드로 연출한 가스펠 느낌, 점진적으로 상승해서 명확한 클라이맥스와 장엄한 엔딩을 나타내는 구성이 일품이었다.
아트 가펑클의 울림 강한 보컬은 노래가 지닌 멋을 돋보일 수 있게끔 한 일등 공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여느 노래와 달리 'Bridge over Troubled Water'는 아트 가펑클 혼자 볼렀다. 폴 사이먼은 애초부터 아트 가펑클의 단독 가창을 머릿속에 그려 두고 곡을 썼다. 그래서 음도 일부러 높게 잡았다. 아트 가펑클은 폴 사이먼이 가성으로 부르면 어울리겠다고 생각해서 처음에는 사양했지만 폴 사이먼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아트 가펑클 혼자 부르게 됐다.
노래의 화자는 힘들어 지치고 외로운 이에게 그의 편이, 험한 세상을 건널 수 있는 다리가 돼 주겠다고 한다. 이 따스한 위로 또한 듣는 이들에게 감동을 준 주된 요소다. 하지만 온정을 표한 노래와 다르게 두 친구의 관계는 서먹함을 넘어 냉랭해져 있었다. 사이먼 앤드 가펑클은 이 앨범을 마지막으로 다시 결별한다.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겠다는 숭고한 인류애의 메시지만 남긴 채 이들은 둘 사이의 교각을 서슴없이 폭파해 버렸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떨어져 지내던 둘은 1981년부터 아주 가끔 함께 무대에 오르곤 했다. 이 탄력적 제휴가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최초 이름을 잊을 수 없게 한다.
<법무사지> 2022년 2월호 '세대유전 2080 명곡'
https://www.youtube.com/watch?v=WrcwRt6J32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