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미국 R&B 걸 그룹 엔 보그(En Vogue)의 2집 [Funky Divas]가 재발매됐다. 출시 30주년을 맞아 수록곡들을 리마스터링했으며, 해당 앨범 대표곡들의 여러 리믹스 버전도 담았다. 그동안 국내 음원 플랫폼에서는 리믹스 버전을 들을 수 없어서 이번 재발매는 값지다. 1990년대를 동경하는 흑인음악 애호가들이 반가워할 일이다.
2집은 R&B와 당시 유행하던 뉴 잭 스윙을 골자로 하면서 내내 예스러움을 풍겼다. 어리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이 1976년에 발표한 원곡을 리메이크한 'Giving Him Something He Can Feel'은 포근한 사운드의 반주, 비브라토와 하모니가 공존하는 보컬로 모타운 스타일을 재현했다. 비틀스(The Beatles)의 'Yesterday'를 아카펠라로 부르며 시작하는 'Give It Up, Turn It Loose'는 드바지(DeBarge)의 'I Like It'을 떠올리게 하는 반주와 이모션스(The Emotions)의 'Best of My Love'에서 따온 특징적인 코러스를 활용해 한자리에서 7, 80년대를 전시했다. 이러한 연출 덕에 엔 보그는 동시대의 걸 그룹들과 다르게 느껴졌다.
복고풍의 해석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클럽 누보(Club Nouveau), 토니! 토니! 토니!(Tony! Toni! Tone!) 등과 작업하며 인지도를 높인 프로덕션 듀오 포스터 앤드 매켈로이(Foster & McElroy)는 세련미도 챙겼다. 'What Is Love'는 하우스 음악을 뼈대로 해서 날렵한 댄스음악을 들려주며, 'Desire'는 레게와 재즈, 펑크(funk)를 버무린 야릇한 반주로 고혹적인 보컬을 한층 돋보이게 했다.
좋은 노래들이 포진해 있지만 많은 이가 'Free Your Mind'를 앨범의 백미로 꼽지 않을까 하다. 'Free Your Mind'는 드럼의 구성이나 톤은 어느 정도 뉴 잭 스윙의 기준을 따르면서도 하드록 스타일의 거친 전기기타 연주를 실어서 특별함을 이뤘다. 연신 울리는 카우벨이 흥겨움을 담당하는 가운데 멤버들이 겹겹이 쌓아 올리는 코러스로 'Free Your Mind'는 부드러운 향도 발산한다. 인종이나 특정 직업에 대한 고정관념 등 사람들의 선입견에 위축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영위하겠다는 당당한 태도의 가사도 멋졌다. 비록 수상은 못했으나 'Free Your Mind'는 그래미 어워드 '최우수 R&B 퍼포먼스 듀오/그룹' 부문 후보에 올랐다.
엔 보그는 포스터 앤드 매켈로이가 개최한 오디션을 통해 결성됐다. 이들 프로듀서는 5, 60년대에 성행했던 걸 그룹의 전형을 되살린 팀을 만들고자 했다. 멤버들의 하모니로 같은 방식의 보컬을 구사한 과거의 걸 그룹을 복원하는 'My Lovin' (You're Never Gonna Get It)', 'Yesterday', 'Free Your Mind' 등이 엔 보그의 방향성을 일러 준다.
콘셉트가 명확했기에 1990년에 발표한 데뷔 앨범에서도 하모니에 중점을 둔 가창이 두루 나타났다. 앨범 제목부터 [Born to Sing]이다. 하지만 다소 늘어지는 면이 있었으며, 곡들의 반주도 컨템퍼러리 R&B나 뉴 잭 스윙 문법에 충실해서 보컬이 묻히는 편이었다. 2집은 하모니를 도드라지게 하는 진행, 장르의 폭을 넓힌 편곡으로 1집의 약점을 극복했다. 네 멤버 테리 엘리스(Terry Ellis), 신디 헤론(Cindy Herron), 맥신 존스(Maxine Jones), 돈 로빈슨(Dawn Robinson)은 2집으로 앨범 타이틀처럼 근사한 디바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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