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록 밴드 퀸(Queen)은 위대함과 친근함을 동시에 내보이는 대표적인 뮤지션 가운데 하나다. 1970년대 초반에 결성된 이들은 프로그레시브 록, 하드록, 바로크 팝, 헤비메탈 등 여러 장르를 시도, 탐험하며 음악 애호가들에게 호화롭고도 고급스러운 사운드를 선사했다. 그러면서도 'Crazy Little Thing Called Love', 'Don't Stop Me Now', 'Another One Bites the Dust' 같은 귀에 잘 익는 멜로디의 곡으로 더 많은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수없이 라디오 전파를 타고 광고 배경음악으로 자주 사용되는 히트곡들 때문에 Queen은 언제나 낯익은 인물로 느껴진다. 하지만 40년이 넘는 긴 세월을 활동해 오면서 대중음악사의 구석구석을 굵직하게 장식한 점은 그들을 우러러볼 수밖에 없게끔 한다. 위대성과 친숙성을 함께 느끼는 연유가 분명하다.
장구한 역사를 압축한 특급 컴필레이션 [Queen Forever]
지난 11월 10일 퀸의 새로운 베스트 음반 [Queen Forever]가 출시됐다. (디럭스 버전 기준) 두 장의 CD로 구성된 앨범은 'Somebody to Love', 'Too Much Love Will Kill You', 'You're My Best Friend' 등 현재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은 히트곡들을 리마스터링해 수록했다. 더 나은 사운드로 멋진 노래들을 만나서 즐거움도 배가한다.
이 외에 약 30년 전에 만들어 두었던 'Let Me in Your Heart Again',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의 솔로 버전과 달리 발라드로 환생한 'Love Kills' 등 미공개 노래들이 첨부돼 새로운 감동을 전한다. 프레디 머큐리와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이 함께 부른 'There Must Be More to Life Than This'는 생전에도 볼 수 없었고 이제는 둘 다 망자이기에 다시는 못 볼 진귀한 만남이라서 존재 자체로 뜻깊다.
[Queen Forever]는 Queen의 팬들에게는 흔쾌한 해후가, Queen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는 차근차근한 소개의 장이 될 것이다.
카리스마와 재능을 겸비한 싱어송라이터 故 Freddie Mercury
이번 모음집은 프레디 머큐리가 세상을 떠난 날에 즈음해 나와 그를 더욱 그리워하게 한다. 그는 또렷한 이목구비와 빈번한 상의 탈의로 여심을 강탈했으며, 4옥타브에 달하는 음역과 원기 넘치는 가창력, 무대를 장악하는 카리스마로 수많은 음악팬의 환호를 이끌어 냈다. 또한 'Bohemian Rhapsody', 'We Are the Champions', 'Bicycle Race' 등 수없이 애청되는 히트곡을 쓴 작곡가이기도 하다.
퀸이 영국의 대표 밴드, 세계적인 그룹이 된 데에는 프런트맨이자 송라이터인 그의 역할이 컸다. 1985년 디스코와 팝의 성분을 다량 함유한 첫 솔로 앨범 [Mr. Bad Guy]를 발표하며 음악 세계를 확장해 보였고, 1988년에는 스페인의 오페라 가수 몽세라 카바예(Montserrat Caballe)와 함께한 [Barcelona]로 클래식에 도전하기도 했다. 재능과 음악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인물이었으나 1991년 11월 24일 에이즈 합병증으로 사망하면서 그 재기와 에너지를 더는 접할 수 없게 됐다.
오페라 가수로의 변신 [Barcelona]
클래식 애호가를 제외한 많은 이가 이 음반을 재미없게 느낄 것이다. 'The Golden Boy'처럼 선명하게 록의 형태를 내는 곡도 있지만 대부분 수록곡이 클래식, 오페라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음악에 익숙한 보통 사람들에게는 솔로 1집 [Mr. Bad Guy]가 훨씬 듣기 좋다.
그러나 이 앨범의 진가는 재미가 아니라 새로운 도전에서 찾아야 한다. 그룹 시절에도 화려한 화성으로 클래식에 기반을 둔 작품을 많이 선보였으나 프레디 머큐리는 이 앨범을 통해 과거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한 클래식 크로스오버를 들려준다. 고전음악에 대한 이해와 지식, 발군의 가창력이 만든 역작. 'Barcelona'는 1992년 열린 <제25회 바르셀로나 올림픽> 주제가로 쓰이면서 사망한 뒤에도 프레디 머큐리의 목소리는 세계 곳곳에 울려 퍼지게 됐다.
뛰어난 작곡가 군단 Queen
밴드의 위대한 존재감은 프레디 머큐리에게서만 나온 것은 아니다.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Brian May), 드러머 로저 테일러(Roger Taylor), 1997년 은퇴하면서 팀을 떠난 베이시스트 존 디콘(John Deacon)이 창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탄탄한 연주를 행했기에 퀸이 대단한 밴드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응원가의 클래식이 된 'We Will Rock You', 하드록의 거친 사운드와 빠르게 인식되는 후렴구를 모두 획득한 'Fat Bottomed Girls'는 브라이언 메이가, 비디오에 큰 도움을 받은 그들이 라디오에 헌정해 아이러니했던 신스팝 'Radio Ga Ga'는 로저 테일러가 지었다. 존 디콘은 컨트리풍의 록 'Misfire', 멤버들의 여장과 그로테스크한 표현의 뮤직비디오가 강한 인상을 남긴 'I Want to Break Free' 등을 작곡했다. 이들의 창작은 퀸의 디스코그래피를 무척 호화롭게 만들었다.
강한 생명력을 과시하는 명곡들
퀸의 훌륭함은 수많은 리메이크와 샘플링으로도 설명된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노래라는 것을 가장 적확하게 증명하는 예시다. 맥플라이(McFly)가 부른 'Don't Stop Me Now'나 마룬 파이브(Maroon 5)의 'Crazy Little Thing Called Love'는 원본에 최대한 충실했으며, 영국 보이 밴드 파이브(Five)의 'We Will Rock You'는 힙합 스타일로 꾸며 댄서블함을 강화했다. 크로아티아의 피아니스트 막심(Maksim)이 재해석한 'Bohemian Rhapsody'는 마치 팀 버튼(Tim Burton) 감독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음울함과 장중함, 아기자기함을 동시에 전달한다.
백인 래퍼 바닐라 아이스(Vanilla Ice)는 'Ice Ice Baby'에서 'Under Pressure'를 샘플로 사용했고, 힙합 그룹 푸지스(Fugess)의 멤버 프라즈(Pras)는 솔로 1집에서 'Another One Bites the Dust'를 차용한 동명의 노래를 선보였다.
핀란드 아카펠라 그룹 라야톤(Rajaton)의 트리뷰트 앨범 [Sings Queen with Lahti Symphony Orchestra]는 퀸의 음악을 아주 색다르게 맛볼 수 있다. 1992년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레디 머큐리 추모 공연에서 조지 마이클(George Michael)이 부른 'Somebody to Love'는 다시금 큰 인기를 얻어 1993년 빌보드 싱글 차트 30위를 기록했다.
2014-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