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동윤 Mar 23. 2020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동문들의 최신작 몇 편

음악 경연의 시대다. 2009년 Mnet <슈퍼스타K>가 성공을 거두자 여러 방송국이 서바이벌 방식의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스타를 꿈꾸는 아마추어는 물론 재기를 목표로 둔 경력직 가수까지 대거 지원해 오디션 프로그램은 늘 문전성시를 이룬다. 시청자들은 마음에 드는 참가자를 응원하며 방송에 집중한다. 화려한 출연진, 시청자들의 뜨거운 성원을 바탕으로 노래 경합 프로그램들은 큰 인기를 얻는다.


이런 프로그램과 달리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는 시끌벅적하지도 않고, 방송 전파를 타는 일도 없었다. 하지만 높은 위상을 유지하며 30년에 이르는 긴 역사를 축적했다. 유재하가 우리 대중음악계에 커다란 자취를 새긴 인물이기에 음악성을 인정받고자 하는 뮤지션들은 으레 이 대회의 문을 두드린다. 오랜 세월 이어진 만큼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동문들을 가요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조금은 덜 알려진 이곳 출신 가수들을 소개한다.

가장 최근에 음반을 선보인 이는 1994년에 열린 6회 대회에서 블루앤블루라는 예명으로 은상을 수상한 황종률이다. 그는 1996년 다른 싱어송라이터 윤승렬과 팀을 결성하려고 했으나 함께 작업하던 녹음실이 폐업하면서 불가피하게 듀오 계획을 철회했다고 한다. 각자 솔로로 활동한 둘은 2017년부터 두 아저씨라는 이름으로 싱글을 발표해 오다가 이달 첫 번째 정규 음반 [오해면 좋겠어]를 냈다.


1990년대를 보낸 이들답게 두 아저씨의 음악에서는 그 시절 특유의 정취가 은은하게 배어난다. 포크, 잔잔한 팝을 형식으로 취한 노래들은 순수하고 수더분하다. 마치 동물원이나 여행스케치 같은 그룹들을 다시 마주하는 기분이 든다. 편안함은 기본에, 비슷한 또래의 중년 청취자들은 익숙함도 느끼지 않을까 싶다.

2018년 열린 29회 대회에서 대상에 호명된 최유리는 2월 데뷔 미니 앨범 [동그라미]를 출시했다. 그녀는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지만 3학년 때 음악으로 대학에 가면 어떻겠냐는 어머니의 제안에 재즈 피아노와 음악 이론을 배워 대학 실용음악과에 진학하게 됐다.


앨범에 실린 여섯 곡 모두 본인이 작사, 작곡, 편곡을 담당했다. 기타와 피아노가 주로 나서는 단출한 반주는 맑은 느낌을 선사한다. 여기에 자기 성찰적인 가사는 노래에 깊이를 더해 준다. 일상에서 찾은 반성과 반추는 듣는 이들과 쉽게 공감대를 형성할 만하다. 또한 가성을 낼 때 탁하게 변하는 음색도 매력적이다.

1989년 1회 대회에서 은상을 받은 정혜선은 최근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그녀는 실력파 싱어송라이터들의 산실로 통하는 하나음악에서 1992년 첫 앨범을 발표했다. 카랑카랑하고 자유분방한 보컬, 상투적이지 않은 멜로디 진행으로 신선함을 갈망하는 음악 애호가들에게 관심을 얻었지만 어느 순간 음악계에서 사라졌다. 무소식이 오랫동안 계속되다가 2018년부터 꾸준히 새로운 노래를 출품하고 있다.


2월에 발표한 '사랑할 수 있다면'에서도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가창과 직설적인 표현은 그대로다. 2집에 수록하려고 했던 이 노래는 2017년 발표한 미니 앨범을 통해 20여 년 만에 세상에 공개됐다. 이때는 모던 록을 골격으로 취했지만 새로운 버전은 통기타와 현악기만 써서 그윽함을 배가했다. 그녀만의 빛깔은 여전히 환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음원 사재기의 본질적 배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