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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동윤 Mar 25. 2020

방콕 시대 가수들의 대안 '방-방 프로젝트'

또한 지금 필요한 응원가

나라가 어려운 때에 국민에게 힘을 주는 노래가 만들어지곤 한다. 대표적인 작품이 1999년에 제작된 '하나 되어'다. 당시 우리나라는 외환 보유고 급감으로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었다. 신승훈, 김현정, 엄정화, 조성모, H.O.T. 등 인기 가수 수십 명이 함께 부른 '하나 되어'는 긍정적인 노랫말로 위축된 국민들을 격려했다. "그토록 힘들었던 지난 시련도 우리 하나 되어 이겼어." 이 후렴 가사처럼 우리는 서로 도우며 경제난을 훌륭하게 극복해 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로 온 국민이 힘든 시간을 보내는 지금도 '하나 되어' 같은 노래가 나올 법하다. 이런 이벤트, 자선의 성격을 띠는 노래들은 단결을 보여 주는 동시에 음악팬들의 대대적인 관심을 이끌어 낼 목적으로 대개 스무 명 넘는 많은 인원을 불러들인다. 1980년대 중반 기근에 시달리던 아프리카를 돕기 위해 발매된 '두 데이 노 이츠 크리스마스?', '위 아 더 월드' 등의 자선 싱글에 의해 그 체제가 보편화됐다. 하지만 작금의 시국은 감염 확산을 막는 차원에서 국민들에게 '사회적 거리 두기'를 요구하고 있다. 가급적 대면 접촉을 줄여야 하는 시기에 환기도 잘 안 되는 녹음 부스에 여럿이 들어가 노래를 부르는 일은 가수로서도 꺼려질 것이다. 아무리 뜻이 숭고해도 현재는 집단으로 노래를 내기가 쉽지 않다.

외부 활동 자제가 필요한 때에 이한철이 이달 16일 선보인 '방-방 프로젝트'는 단체 응원가 제작의 색다른 본보기가 된다. 음악인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던 그는 코로나와 싸우는 사람들에게 음악으로 힘을 주고자 이번 사업을 기획했다. 근래 대다수가 집 안에서 지내는 날이 늘어났기에 방과 방을 잇는다는 의미로 '방-방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한철을 비롯해 MC 메타, 이상미, 커피소년, 신현희 등 18인의 뮤지션은 각자의 공간에서 연주나 보컬을 녹음한 후 파일을 공유하며 노래를 완성했다. 뮤직비디오도 각각 따로 찍은 영상을 취합해 만들었다. 한곳에 모이지 않았음에도 번듯한 작품이 나왔다.


이들은 이한철이 2005년에 발표한 '슈퍼스타'를 리메이크했다. 신곡은 아니지만 시의적절한 선택이다. '슈퍼스타'는 한 음료 광고 시엠송으로 쓰여 널리 알려진 뒤 '국민 응원가'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괜찮아 잘 될 거야. 너에겐 눈부신 미래가 있어. 괜찮아 잘 될 거야. 우린 널 믿어 의심치 않아." 밝은 멜로디에 실린 따스하고 희망찬 가사에 많은 이가 위로받고 용기를 얻었다. 이번 역시 여러 사람이 노랫말을 곱씹으면서 기운을 낼 듯하다. 음원 수익은 전액 기부할 예정이다.

뮤지션들도 요즘 어려움에 처해 있다. 코로나 사태로 잡혀 있던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됐다.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 이한철의 '방-방 프로젝트'는 자신들의 자리에서 퍼포먼스를 벌임으로써 그런 안 좋은 상황을 타개하는 실마리를 제시했다. 또한 발전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단체 작품 개발의 신선한 방법을 찾았다. 무엇보다도 결속의 가치를 실현하고 온정을 전했다는 점이 뜻깊다. 난국을 유의미하고 슬기롭게 돌파하는 모범적 대안을 보여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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