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선배들에게 바치는 리메이크 앨범
미국 재즈 가수 캔디스 스프링스(Kandace Springs)는 참 근면하다. 2014년 미니 앨범으로 데뷔한 이래 2년마다 신작을 선보였다. 올해도 그 주기를 지켜 3월 세 번째 정규 음반 [더 위민 후 레이즈드 미](The Women Who Raised Me)를 발표했다. 재즈의 명가로 통하는 블루 노트 음반사가 데려갔을 만큼 재능이 빼어난 인물이 착실함까지 갖췄다.
이번에는 특별함도 나타낸다. '나를 키운 여성들'이라는 표제가 암시하듯 캔디스 스프링스는 여성 뮤지션들의 노래로 앨범을 구성했다. 2018년에 낸 2집에도 남성 솔뮤직 중창 그룹 스타일리스틱스의 '피플 메이크 더 월드 고 라운드', 로버타 플랙의 버전으로 유명한 '더 퍼스트 타임 에버 아이 소 유어 페이스' 등을 커버해 수록하기도 했지만 리메이크로만, 그것도 여성 뮤지션의 작품으로만 꾸린 것은 처음이라서 색다르게 느껴진다.
1989년 테네시주에서 태어난 캔디스 스프링스는 세션 보컬리스트로 활동하던 아버지 덕에 어릴 때부터 음악과 가깝게 지냈다. 빌리 홀리데이, 엘라 피츠제럴드, 니나 시몬, 다이애나 크롤 같은 이들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재즈와 친해졌다. 2002년 열세살 때 노라 존스의 목소리로 '더 니어니스 오브 유'를 들은 뒤에는 피아노와 노래를 제대로 깊이 공부하겠다고 결심했다. 재즈 신에서 어느 정도 기반을 다진 캔디스 스프링스는 [더 위민 후 레이즈드 미]로 어린 시절 자신에게 감동을 주고, 음악가의 꿈을 꾸게 한 거장들, 선배들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캔디스 스프링스는 앨범을 통해 음악 외적인 소망도 이뤘다. 그토록 흠모하던 노라 존스와 협연한 것이다. 엘라 피츠제럴드에게 바치는 '에인절 아이즈'에서 캔디스 스프링스는 월리처 피아노를, 노라 존스는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연주하며 절과 마디를 주고받는다. 차분한 분위기를 이어 가지만 이따금 캔디스 스프링스가 스캣을 넣어 곡은 은근히 리듬감을 띤다. 후반부는 노라 존스의 담백한 가창과 캔디스 스프링스의 흑인음악 애드리브가 포개져 이채로움을 발산한다.
앨범에서 가장 돋보일 곡은 스크리밍 제이 호킨스의 오리지널로, 니나 시몬이 1965년에 리메이크해서 널리 알려진 '아이 풋 어 스펠 온 유'가 아닐까 하다. 새로 탄생한 버전은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를 엮어 참신함을 한껏 뽐낸다. 캔디스 스프링스는 언젠가 이 노래를 공연 레퍼토리로 준비하면서 '월광 소나타'를 얹으면 멋지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찰나의 구상이 훌륭한 결과로 나왔다. 또한 색소폰 연주 톤을 니나 시몬의 버전과 비슷하게 연출함으로써 원작이 지닌 음울한 기운도 충실하게 재현했다.
캔디스 스프링스는 로버타 플랙의 '킬링 미 소프틀리 위드 히즈 송', 보니 레이트의 '아이 캔트 메이크 유 러브 미' 같은 솔뮤직, 팝 히트곡들도 재즈로 매만져 실었다. 이로써 앨범은 재즈 팬뿐만 아니라 팝 음악 애호가들의 이목도 두루 끌 수 있을 듯하다. 기본적으로 신선한 가공, 그윽함이 깃든 연주와 더불어 캔디스 스프링스의 매력적인 음색이 강한 흡인력을 낸다. 여성 뮤지션들의 명곡이 근사한 새 옷을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