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화려하게 몸을 움직인다. 이달 1일 싱글 '유즈 미'(Use Me)를 발표한 김완선은 방송에서 두 명의 댄서와 함께 생기 넘치는 무대를 연출한다. 그녀의 퍼포먼스는 전성기와 다름없이 여전히 고혹적이며 시원스럽다. 2014년 '굿바이 마이 러브'(Goodbye My Love) 이후 2년 만에 선보이는 새로운 댄스곡이기에 반가움도 든다. 김완선이 김완선으로 돌아왔다.
대중에게 김완선은 한국 최고의 댄스 가수 중 하나로 기억된다. 1985년 인순이의 백업 댄싱 팀 '리듬터치' 멤버로 활동하며 춤꾼으로서의 자질을 검증한 그녀는 이듬해 1집 [오늘밤]을 발표하고 가요계에 들어선다. 브라운관에 모습을 내비치는 순간 수많은 이의 시선이 그녀에게 고정됐다. 유연함은 물론 절도와 테크닉을 두루 갖춘 안무는 그 시절 여가수들한테서는 찾을 수 없는 혁신이었다. 동선도 넓게 가져가 춤은 더욱 역동적으로 느껴졌다. 그녀에게는 곧장 ‘한국의 마돈나’라는 수식이 붙었다.
특유의 야릇한 눈빛 연기와 손짓은 관능미를 발산했다. 이 때문에 스트리트 댄스 동작을 취하는 순간에도 요염했다. 요즘 나오는 흔한 걸 그룹들처럼 살을 훤히 드러내는 홑껍데기 옷을 입거나 성행위를 방불케 하는 몸짓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감각적으로 보일 수 있음을 증명한 이가 바로 김완선이다. 뛰어난 춤 실력과 함부로 흉내 낼 수 없는 카리스마를 앞세워 그녀는 '댄싱 퀸'이라는 칭호를 거머쥐었다.
오직 자력으로 이와 같은 지위에 오른 것은 아니다. 내로라하는 뮤지션들과의 협업 또한 김완선을 빛나게 해 줬다. '오늘밤'과 '나 홀로 뜰 앞에서'를 등 1, 2집의 모든 노래는 산울림의 김창훈이 만들었다. '나 홀로 춤을 추긴 너무 외로워'와 최근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쓰여 많은 관심을 받은 '이젠 잊기로 해요'는 이장희의 손을 타고 나왔다. 1990년대 초반 연달아 히트한 '나만의 것',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 '가장무도회'는 당시 이름을 날리던 기타리스트 손무현이 작곡했다. 출중한 음악가들의 곡과 프로듀싱은 시각적 유려함에 앞서 노래에 작품성을 부여했다.
베테랑들과의 작업을 통해 김완선은 몇 가지 기록도 획득했다. 한국 록의 거장 신중현이 작사, 작곡, 편곡을 모두 담당한 1987년 노래 '리듬 속의 그 춤을'은 한국 신스팝의 시초라 할 만하다. 이전에도 가요에는 신시사이저를 이용한 작품이 존재했지만 동일한 멜로디를 시종 반복하며 중심 뼈대를 이룬 곡은 아마 '리듬 속의 그 춤을'이 처음일 것이다. 이듬해 이장희의 원곡을 리메이크한 '그건 너'에서는 랩을 선보였다. 국내 여가수로서는 최초의 래핑으로 추정된다. 한국 대중음악이 다양화되는 한 축에 김완선의 노래가 자리한다.
홍콩과 대만에서의 활동 이후 몇 차례 부침은 있었으나 무기력한 적은 없다. 2002년에 낸 8집 [에스 앤드 리메이크](S & Remake)에서는 트랜스를 비롯한 일렉트로닉 댄스음악을 시도했다. 2005년 발표한 '세븐틴'(Seventeen)으로는 모던 록을, 2011년 출시한 '슈퍼 러브'(Super Love)로는 뉴웨이브의 성분을 곁들인 하드록을 소화했다. 꾸준히 스펙트럼을 넓힌 것 또한 김완선 음악 인생의 중요한 포인트다.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은 김완선은 변함없이 춤을 춘다. 개인 음반 출시 외에 클래지, 용준형, 윤종신 등 후배 가수들과의 교류도 지속한다. 그녀와 함께 국내에 댄스음악 붐을 일으켰던 소방차와 박남정은 음반 활동을 하지 않은 지 오래임을 감안하면 김완선의 행보는 참으로 대단하게 느껴진다. 긴 세월 동안 음악과 퍼포먼스를 알차게 아우르기란 결코 쉽지 않다. 성실성과 열의에 자연스럽게 공경을 표하게 된다.
201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