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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동윤 May 06. 2020

코로나가 연출한 음악 트렌드

새롭게 발아한 생기, 재미, 동감과 위로

코로나 사태로 인해 대중음악계도 하루아침에 황폐해졌다. 수많은 공연이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됐다. 보통 봄부터 열리기 시작하는 대형 페스티벌들도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음악 팬들에게 노래를 들려주며 함께 호흡할 자리가 없으니 뮤지션들은 심란함이 클 수밖에 없다. 여기저기 잔치가 벌어질 시기에 한숨과 걱정하는 소리만 넘쳤다.


그렇다고 마냥 무력하게 지낼 수는 없었다. 코로나 대유행이 장기화됨에 따라 음악인들은 하나둘 자구책과 즐길 거리를 찾았다. 온라인 공연이 많아졌으며, 사회적 거리 두기를 독려하거나 예방 수칙을 익살스럽게 전달하는 패러디 작품도 속속 나왔다. 이와 더불어 코로나 사태를 겪는 세상의 풍경을 진지하게 담아낸 노래도 제작되고 있다. 코로나가 대중음악계에 새로운 흐름을 만드는 중이다.

미국 싱어송라이터 레이디 가가(Lady GaGa)는 온라인 콘서트의 역사적인 국면을 연출했다. 그녀는 국제 자선 단체 글로벌 시티즌과 세계보건기구의 후원을 받아 4월 18일 코로나 대응 기금 마련을 위한 콘서트 <원 월드: 투게더 앳 홈>(One World: Together at Home)을 열었다. 8시간 동안 진행된 이 행사에는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 엘튼 존(Elton John), 찰리 푸스(Charlie Puth),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 등 세계적인 가수와 연예인 100여 명이 참여했으며, 2천만 명이 넘는 인구가 시청했다. 온라인으로 중계된 자선 공연으로는 최대 규모다.


여기에 참가한 뮤지션은 모두 자신의 집에서 노래를 불렀다. 지금까지 이렇게 출연진이 호화로운 콘서트는 유명 페스티벌이나 소화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는 영상을 전송할 플랫폼만 갖추면 다수가 한곳에 모인 것처럼 성대한 이벤트를 치를 수 있음을 <원 월드: 투게더 앳 홈>이 보여 줬다.

일부 뮤지션은 코로나 극복을 위한 캠페인 성격의 패러디 노래를 제작해 즐거움을 선사한다. 비지스(Bee Gees)의 '스테잉 얼라이브'(Stayin' Alive)를 안전하게 집에서 머무르라는 내용으로 바꾼 '스테잉 인사이드'(Stayin' Inside), 아델(Adele)의 '헬로'(Hello)를 토대로 외출하지 못하는 고충을 토로한 '헬로 프롬 디 인사이드'(Hello from the Inside) 등 선명한 메시지를 전하면서도 가볍게 들을 수 있는 패러디 노래가 유튜브에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한편 미국 록 밴드 낵(The Knack)의 기타리스트로 활동했던 버튼 어베어(Berton Averre)는 자신들의 히트곡 '마이 샤로나'(My Sharona)를 '바이 코로나'(Bye Corona)로 개사해 선보이기도 했다.

재미를 추구하는 노래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안치환은 코로나 때문에 확 달라진 사회상을 설명하면서 방역과 치료를 위해 애쓰는 이들을 응원하는 '바이러스 클럽'을 발표했다. 영국 록 밴드 롤링 스톤스(The Rolling Stones)는 '리빙 인 어 고스트 타운'(Living in a Ghost Town)을 통해 격리 생활로 한순간에 고요해진 세상을 함축적으로 나타냈다. 이외에도 코로나가 야기한 현상을 그리거나 고난에 처한 사람들을 격려하는 공식, 비공식 음원이 여럿 출품됐다.


물론 일련의 움직임은 한시적일 가능성이 높다.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 실재 공간에서 공연이 줄줄이 개최될 것이고, 코로나를 소재로 한 노래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쏙 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 대유행 때문에 대중음악계가 새로운 방편을 모색하고 사회 참여적 태도를 뚜렷하게 드러낸 점은 유의미한 흔적으로 남을 듯하다. 슬기로웠고, 유쾌했으며, 진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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