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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동윤 May 04. 2020

자녀와 부모님을 다룬 노래들

가정의 달이라서 더 듣고 싶은 노래

가정의 달 5월,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앞두고 있다. 부모들은 어린이날이 되면 으레 아이들을 데리고 유원지에 가거나 외식을 하곤 한다. 어버이날 자녀들은 부모님께 카네이션을 달아 드린다. 평소에는 잘 하지 못했던 표현을 1년에 한 번 눈치 보지 않고 할 수 있는 때가 바로 이날들이 아닐까 하다. 형식적인 이벤트라고 해도 사소한 격식도 다 애정의 발현이다. 자녀와 부모님에 대한 노래를 들으며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해 보는 건 어떨까?


정은지 '하늘바라기'

많은 아버지가 자식한테 늘 미안한 마음을 안고 산다. 좋은 음식 먹이고, 멋진 옷 입히고, 남부럽지 않은 환경에서 자라게 하고 싶은데 현실은 생각만큼 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버지도 원하는 대로 잘해 주지 못하는 게 섭섭하다. 노래의 주인공은 그런 사정을 성숙한 자세로 받아들이고 "아빠야, 약해지지 마. 빗속을 걸어도 난 감사하니깐."이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함께 있음에 고마워하는 고백이 어쿠스틱 반주 덕분에 더욱 화사하게 들린다.

https://www.youtube.com/watch?v=nzDO6tAB6ng


Stevie Wonder 'Isn't She Lovely'

원조 '딸바보' 아빠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의 대표곡. 1975년 태어난 첫 아이 아이샤 모리스(Aisha Morris)의 탄생을 기념하며 만들었다. 반주는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한 코드를 반복하는데 스티비 원더의 하모니카 연주는 후반부에 이르면서 미세하게 변화를 나타낸다. 딸이 태어난 것에 대한 흥분과 환희를 고스란히 음악으로 표현한 셈이다.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아이를 장애 때문에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없으니 애틋함도 어느 정도 서려 있는 연주라고 할 수 있다. 울음소리로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노래에 피처링을 행했던 아이샤 모리스는 장성해서 아버지의 공연에 백업 싱어로 활동하기도 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7YGc6RMOYF8


박진영 '어머님이 누구니'

브라운관에 보이는 연예인보다 잘나지 못했다고 주눅 들지 말자. 누구에게나 예쁘고 멋진 구석이 하나쯤은 있다.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괜찮은 면이 없다면서 낙담할 필요는 없다. 나의 매력은 내 눈에도, 남들 눈에도 웬만해서는 잘 안 띄는 콩팥이나 세반고리관일지도 모르니까. 삶을 허락해 주신 부모님께 감사하자.

https://www.youtube.com/watch?v=kUGQ7Tz4os0


다이나믹 듀오 '어머니의 된장국'

텔레비전에는 맛집 소개 프로그램이 넘쳐 난다. 번화가에는 24시간 영업하는 음식점이 물결을 이룬다. 굳이 문밖을 나서지 않더라도 배달 애플리케이션으로 언제든 편하게 음식을 시켜 먹을 수 있다. 먹을 것이 풍요롭고 식사하기가 쉬운 세상이 됐다. 이와 같은 식당 음식은 단지 허기만 해결하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집밥은 온기를 채워 주며 위안과 응원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는 이들은 어머니가 해 주시는 밥을 본능적으로 그리워할 수밖에 없다. '고향의 맛'이 난다는 화학조미료를 넣어 만든 요리도 어머니가 쓰시면 마법처럼 푸근한 맛이 난다. (물론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gtVF674x-cY


이승기 '아버지'

가장이라는 역할에 충실하느라 아버지들은 가정에서 외톨이가 되는 경우가 많다. 돈을 벌기 위해 직장생활에 매진하다 보니 가족들과의 대면과 대화는 줄어들고 어느 순간 서먹해지기까지 한다. 자식들은 이런 아버지를 원망하지 말고 이해해 드려야 할 것이다. 싸이가 쓴 가사는 아버지의 삶과 아들의 뒤늦은 깨달음을 드라마틱하게 매치해 스토리를 사실감 있게 전달해 준다. 분량만 봐서는 주인공이 아닌 피처링 수준이지만 이승기의 다소 거친 보컬은 노래의 정서를 느끼게 하기에 부족함 없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Ph8gqdM6ko


Will Smith 'Just the Two of Us'

빌 위더스(Bill Withers)가 목소리를 입힌 색소포니스트 그로버 워싱턴 주니어(Grover Washington, Jr.)의 원곡은 남녀의 사랑 노래였다. 이를 윌 스미스(Will Smith)는 1997년 자신과 아들 트레이 스미스(Trey Smith)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부자 노래로 재해석해 선보였다. 병원에서 이제 막 세상에 나온 아이를 품에 안는 감격스러운 순간부터 매일 마주하며 흐뭇해하는 자신의 모습을 묘사하고, 아들이 성장하면서 겪을 일들을 언급하면서 그때는 어떤 식으로 대처해야 하는지 다정하게 얘기한다. 자녀를 소중히 키우고 싶은 부모의 사랑과 관심이 단어 하나하나에서 느껴진다.

https://www.youtube.com/watch?v=_WamkRSDeD8


한스밴드 '어머니의 일기'

어머니는 슈퍼우먼이면서 아니기도 하다. 아들딸을 위해서는 못할 것이 없으시지만 때로는 당연히 힘에 부치기도 한다. 고단함을 내색하지 않으실 뿐이다. 자녀들이 잘 자라 주는 것이 당신의 행복이라며 힘들어도 하루하루 씩씩하게 살아가신다. 김한나, 한별, 한샘 세 자매로 구성된 한스밴드는 데뷔 앨범 중 '오락실'로 동시대의 아버지들을 위로한 데 이어 2집에서는 '어머니의 일기'로 어머니를 향한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전했다. 멤버들의 나이에 어울리게 10대의 보편적 감성을 표하면서도 주변을 이야기하는 미덕도 겸비했다. '어머니의 일기'는 이렇다 할 관심을 받지 못했다. 때문에 1년 뒤 왁스가 '엄마의 일기'로 공개한 리메이크 버전을 오리지널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https://www.youtube.com/watch?v=1Fpm7i8yfUY


god '어머님께'

찰나였지만 "어머니는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이 한 문장이 많은 이의 머릿속에 깊게 자리했다. 어려운 형편 때문에 아들만 사 주고 당신은 굶는 어머니의 모습은 애잔함을 자아내면서 청취자로 하여금 부모님의 사랑을 절감하게 한다. 마지막 부분의 "난 당신을 사랑했어요. 한 번도 말을 못했지만." 이 가사는 자식들이 대개 하는 회한을 들춰내 또 한 번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순차적이고 입체적인 내러티브는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표절 문제가 발목을 잡은 아쉬운 명곡이다. 자장면이 싫다던 어머니는 대신 짬뽕을 시켜 드셨다는 우스갯소리는 농담으로만 간직하자. 우리 부모님들은 자식을 위해서는 뭐든 다 내주실 분들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efuVbrNLuAk


양희은 '나영이네 냉장고'

그때는 싫었던 것도 시간이 지나고 곁에 없으면 간절해진다. 학생들에게 아침잠과 밥 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아마도 잠을 선택하는 이가 훨씬 많을 듯하다. 하지만 독립해서 지낼 때, 아침에 일어나 냉장고를 열었는데 끼니를 때울 만한 마땅한 음식이 없는 처지에 놓인다면 아침밥을 먹으라며 자신을 깨우던 그 옛날 어머니의 권유가 그리워질 것이다. 같은 이유로 도라지무침, 멸치볶음, 고등어구이, 김치볶음 등 그때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어머니의 평범한 반찬도 그리움의 대상 1순위로 올라설 테다. 그런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얘, 모름지기 사람은 아침밥을 먹어야 속이 든든한 거야. 먹고 또 자더라도 일단 먹자."는 노랫말은 따뜻하지만 한편으로는 가슴을 후벼 파는 날카로운 추억으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2014년 10월부터 선보이고 있는 [뜻밖의 만남] 시리즈의 네 번째 싱글 '엄마가 딸에게'도 부모와 자녀 사이의 관계를 되돌아보게 해 준다. 딸이 있는 어머니와 딸들이 꼭 들어 봐야 할 노래다.

https://www.youtube.com/watch?v=ErvZHhALzZI


넥스트 '아버지와 나 Part I'

우리는 부모가 됐을 때 비로소 우리 부모님을 이해하게 된다. 당신들이 우리를 키우기 위해 얼마나 억척스럽게 살아 왔는지, 얼마나 외로웠는지 실감하게 된다. '아버지와 나 Part I'은 8분에 달하는 긴 길이에 내레이션만 나와 딱딱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부모님의 행동과 심경을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조용하게 흐르는 가사는 가슴에 소용돌이처럼 박힌다.

https://www.youtube.com/watch?v=KcTmbjGXAd8


신현희와 김루트 '왜 때려요 엄마'

여성 로커 불모지인 한국에서 희소성으로도 돋보였던 도원경이 1997년에 발표한 원곡을 인디 밴드 신현희와 김루트가 리메이크했다. 미디어가 발달한 시대이기에 인터넷 강의로 학습하는 경우가 늘어났지만 그래도 자습서 산다는 핑계로 용돈을 축적한 경험이 누구나 한 번 정도는 있지 않을까 싶다. 노래의 주인공 역시 그랬다가 엄마한테 걸려서 혼나고 있다. 그게 억울했는지 나쁜 길로는 빠지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 내버려 달라고 얘기한다. 자기 배 아파 가며 낳은 귀한 자식을 때리고 싶은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방종하며 살다가 정말 삐딱하게 나아갈 것을 염려해서 하는 행동이다.


사랑의 매라고 해도 맞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학창 시절 친구들끼리 각자 체벌 받은 경험을 얘기할 때 아버지한테 골프채로 맞았다는 아이는 선망의 대상이 되곤 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K8WbzBkRfc


이건주와 어린이들 '어른들은 몰라요'

1980년대 중반 MBC 드라마 <한 지붕 세 가족>에서 순돌이 역으로 전 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이건주가 주연한 1988년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의 주제곡. 초등학교 체육대회나 어린이날 놀이공원에서 꼭 들을 수 있었던 어린이들을 위한 찬가였다. "장난감만 사 주면 그만인가요? 예쁜 옷만 입혀주면 그만인가요?"라는 가사는 그마저도 누리지 못하는 친구들을 생각하지 못한 배부른 소리처럼 들린다. 하지만 "함께 있고 싶어서 그러는 건데 초콜릿과 놀이터가 소용 있나요?"라는 가사를 접하면 물질적인 것만 중요하지 않음을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어른들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사랑해 줘야 할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SC7hfBVHmP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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