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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동윤 Jun 01. 2020

방송가 개떼근성 보여 주는 트로트 광풍

그 버릇 어디 가지 않는다.

지난해 방영된 TV조선의 음악 예능 <미스트롯>은 브라운관에 트로트 광풍을 일으켰다. <미스트롯>의 흥행에 힘입어 얼마 뒤 남자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미스터트롯>이 제작됐다. 이에 더해 MBN <보이스퀸>과 <트로트퀸>, MBC 에브리원 <나는 트로트 가수다>, SBS <트롯신이 떴다> 같은 트로트 경연, 공연 프로그램이 속속 나왔다. MBC <놀면 뭐하니?>는 유재석을 트로트 가수로 만드는 에피소드 '뽕포유'를 선보이기도 했다. 방송에 트로트가 넘쳐 나는 중이다.


방송국들의 트로트 출하는 당분간 계속된다. 하반기에 KBS <트롯전국체전>, MBC <트로트의 민족>, MBN <보이스트롯>, SBS 플러스 <내게 ON 트롯> 등 다수의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이 송출을 앞두고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트로트가 연말까지 예능 프로그램의 으뜸 소재로 굳건히 자리를 지킨다.

아무리 방송 시기가 다르고 시간이 겹치지 않는다고 해도 이쯤 되면 레드오션이라 할 만하다. 경쟁 상대가 여럿이다 보니 제작을 확정한 프로그램들은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기 위해 차별화된 특색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트롯전국체전>과 <트로트의 민족>은 전국 각지에 존재하는 실력자들을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췄으며, <보이스트롯>은 가수, 배우, 운동선수 등 여러 분야의 스타들을 참가자로 택했다. <내게 ON 트롯>은 기성 가수의 트로트 도전을 핵심 틀로 잡았다.


저마다 다른 콘셉트를 취하고 있지만 모두 쏠쏠한 재미를 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보이스트롯>이나 <내게 ON 트롯>은 유명한 인물이 출연해 대중의 눈길을 끌기가 수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에 일반인들을 앞세운 <트롯전국체전>, <트로트의 민족>은 상대적으로 화제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후발 주자가 잘된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전례도 몇몇 프로그램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에 힘을 싣는다. Mnet의 <슈퍼스타K>가 뜨자 MBC는 그를 모방한 <위대한 탄생>을 선보였으나 성적은 볼품없었다. 대규모 아이돌 그룹을 결성하는 <프로듀스 101>(엠넷) 시리즈가 히트한 뒤 KBS와 MBC는 각각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 더 유닛>과 <언더나인틴>을 편성했지만 둘 다 반응은 시원찮았다. 아류는 원조를 능가하기 어려움을 몇 번이나 증명했는데도 방송국들은 그간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사실 프로그램의 성패보다 더 걱정스러운 부분은 시청자들이 느낄 피로감이다. 만인이 트로트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트로트 프로그램의 난립은 어떤 이에게는 취향의 강요로 다가오기도 한다. 게다가 이런 프로그램들은 포맷이 엇비슷한 탓에 늘어날수록 시청자들로서는 흥미가 줄어들기 마련이다.


오랫동안 소외받아 왔던 트로트는 <미스트롯>을 기점으로 주류 시장에 포진하게 됐다. 덕분에 주된 소비자인 중년 세대뿐만 아니라 젊은 음악 팬들에게도 트로트가 자연스럽게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과함은 역효과를 유발한다. 방송사들의 저열한 한탕주의가 트로트의 부흥에 오히려 독이 될까 봐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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