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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기본’ 생일파티를?!

매달 생일축하TF가 열리는 회사

국회대로68길에 자리한 기본소득당사에는 13명의 당직자가 일하고 있다. 대부분 정당 활동의 경험이 많지 않지만 ‘기본소득 실현’이라는 공통 목표 하나로 그 어렵다는 창당과 두 번의 공직선거를 치러내며 압축적으로 성장하는 중이다. 그 누구보다 ‘기본소득 정치’가 절실한 사람들이기에 우리 당이 꼭 잘 돼야 한다는 바람으로 모두가 자신의 최선, 최최선을 다해 자기 일에 몰두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점심시간 외에는 얼굴을 마주하고 일상적인 수다를 나누는 시간이 많지 않은 편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그마저도 쉽지 않아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게 못내 아쉬웠다.


워커홀릭 오지라퍼

그래서 시작했던 일이 동료의 생일파티를 준비하는 일이었다. 나를 포함해서 특히 오지랖도 넓고 노는 것도 좋아하는 몇몇 동료들이 함께 파티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몰래 롤링 페이퍼와 케이크를 준비해서 매월 생일파티를 열었다. 쉬어가는 달도 있었지만 생일이 몰려있는 달에는 한 달에도 여러 번 파티가 열렸다. 내가 즐거워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한편으로 이 워커홀릭들의 일상 속에서 잠시 숨도 돌리고 웃으며 수다도 떨 수 있는 작은 휴식이 됐다.


그렇게 한두 번씩 쌓이다 보니 생일 축하 파티는 바쁜 일상 중에도 시간과 마음을 모아서 함께 준비하는 일종의 이벤트가 되었다. 이제 매달 누군가의 생일날이 다가오면 ① ‘생일축하TF’ 슬랙 채널이 열린다. ② 저마다 갖고 있는 생일 당사자의 사진을 알음알음 모아서 인쇄하고 케이크를 사 오고 롤링 페이퍼를 준비한다. 그러고 나선 ③ 당사자의 감동이 두 배가 될 수 있도록 서프라이즈 파티 계획을 짠다. 나름 머리를 맞대고 치밀하게 서프라이즈를 준비하지만, 눈치 빠른 생일 당사자와 2% 부족한 준비 덕분에 언제나 한발 먼저 들키며 웃프게 끝날 때가 더 많았다.


서영 PD의 생일을 맞아 열린 생일파티 준비 채널의 일부 대화. 이번에도 서프라이즈에 실패했다.


작년 이맘때쯤 시작했던 생일 축하 파티는 서로에 대한 세심한 애정으로 1년째 이어지고 있다. 비록 서프라이즈는 번번이 실패하고 삐까번쩍한 선물도 없지만, 함께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케이크를 나눠 먹는 시간은 소박하고도 정겨운 일상이 되었다. 특히 창당 직후 코로나 19가 유행하면서 저녁 회식이 어려워진 탓에 한 달에 한 번쯤 돌아오는 생일파티는 자연스럽게 점심 회식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코로나 19로 인한 변화이기도 했지만 늦은 귀가로 인한 부담도 덜고 비건인 동료들도 먹을 수 있는 메뉴를 선택하기 쉽다는 점에서 모두에게 반가운 조직문화이기도 했다.


생일축하파티 사진들 모음.


동료의 얼굴을 마주하기 

사실 고백하자면 매번 생일을 챙기고 케이크를 구하고 사진을 모으는 일은 꽤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이달에 누가 생일인지 미리 체크해두는 사람, 모두가 함께 먹을 수 있도록 비건 빵집에 미리 주문해두는 사람, 그동안 같이 찍었던 사진들을 찾아보는 사람 등 유난히 다정하고 세심한 몇몇이 없었다면 꾸준히 챙기기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모두의 생일파티가 한 번씩 진행되고 나면, 앞으로는 고생하지 말고 시간 맞는 사람들끼리 같이 밥 먹는 정도로 정리하기로 함께 약속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생일축하TF를 꾸렸던 까닭은 이곳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동료들이 모두가 한 번씩은 당신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고 애정하고 있는지를 충분히 느낄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모니터 너머 동료의 얼굴을 마주하고 고민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 언제나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두에게 ‘기본’ 생일파티를!


기본소득당 창당 발기인대회에서의 단체 사진.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커다란 쉼표를 만들고 있다.

     

우리는 기존의 정치가 “안 될 거야”라고 말하며 그어놓았던 경계선을 뛰어넘으며 달려가고 있는 스타트업 정당이다. 스타트업 기업이 대부분 그렇듯 성공보다는 실패가, 확신보다는 불안이 더 많은 길이기도 하다. 그 길 위에서 따뜻한 환대를 충분히 나눌 수 있는 동료 관계가 실패와 불안에 무너지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중요한 동력이 되리라 믿는다. 나는 기본소득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이 존재만으로도 가치 있음을 증명하는 세상, 더 나아가 충분한 환대의 힘으로 여물어갈 수 있는 사회를 꿈꾼다. 그 세상을 향해 달려가는 우리의 여정 역시도 더 많은 사회 구성원들과의 환대와 연결로 단단하게 성장하는 과정일 수 있기를 바란다.




Edited by 전략기획실 기획국장 다혜

Photo/Image by 기본소득당


“당신이 누구든” 기본소득의 권리가 있듯이,

“당신이 누구든” 기본소득당은 기본소득을 함께 이뤄낼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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