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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팅 앱에서 당원과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너와 나의 연결고리 그건 틴더 알람 소리!

TvN 유튜브 채널에서 방영 중인 예능 '틴나는 온앤오프' 2번째 에피소드 캡처 화면. 


뮤지션들이 데이팅 앱 ‘Tinder(틴더)’를 이용하여 여행도 다니고 공연도 하는 프로그램, ‘틴나는 온앤오프!’ 


위 프로그램 소개에서도 알 수 있듯 요즘 데이팅 앱의 마케팅은 연애가 아닌 취미, 동네 친구, 여행을 키워드로 한 만남이 강조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집콕 생활의 장기화로 온라인 만남을 추구하는 양상은 가속화됐는데, 실제로 서울에서 2시간 넘게 스와이프(상대와 매치되거나 매치되지 않기 위해 오른쪽, 왼쪽으로 터치하는 행위)를 해도 여전히 추천 프로필이 남아있을 정도였다.


Step1. 온라인 자아 만들기


기본소득당에서 온라인으로 전국의 2만 당원을 모은 경험을 했던 내가 ‘데이팅 앱을 활용해서 당원을 모아보면 어떨까?’ 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결국 나는 비교적 잘 나온 사진 몇 장을 추려 ‘타코’라는 이름을 가진 온라인 자아를 만들게 되었다. (짠!)


'타코'의 틴더 프로필 사진


Step2. 친구 사귀기


그렇게 온라인에서 새로 태어난(?) ‘타코’는 곧장 즐거운 상상에 빠지곤 했다. 지방에서 시민사회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이미 기존의 단체나 정당에 소속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기에, 이전에 만나보지 못했던 사람들과 함께 정당 활동을 하는 상상은 너무나도 달콤했다!


하지만 설렘도 잠시, 생각보다 사람들은 ‘타코’가 관심 있어 하는 주제에 관심이 없었고 (그렇지 않았기를 바라지만) ‘타코’의 사진들도 흥미를 끌지 못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방은 사람이 적은 만큼 이용자도 적다는 사실을 간과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야 타코! 현실에서는 미약할지언정 온라인에서는 대양(大洋)을 꿈꾸는 자였으니, 갖은 노력 끝에 결국 몇몇 사람들과 매칭에 성공했다.


Step3. 함께하기, 무엇이든

     

나와 매칭이 되었던 사람들은 대체로 내가 프로필에 입력해 놓았던 ‘정치’나 ‘기본소득’이 아닌, ‘예술’이나 ‘전시회 관람’과 같은 취미에 관심을 보였던 사람들이었다. 이들과 채팅을 하다 보면 으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고, 내가 기본소득당이라는 정당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게 됨으로써 비로소 그들에게 ‘기본소득’이라는 주제가 인식되곤 했다.     


이렇게 취미를 통해 인연을 맺기 시작한 사람들은 ‘기본소득’이라는 주제에 호감을 보였으나 아쉽게도 호감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젊은 당원들을 모아보고자 내가 기획했던 지역 청년 모임에 열심히 참여해 준 것만으로 나는 만족해야 했다. 이후 코로나19의 확산이 심해지고 5인 이상의 사적 모임이 금지되면서 다같이 만나는 건 어려워졌지만, 그래도 그들은 좋은 동네 친구이자 동료로서 일에 대한 고민이나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함께해주고 있다.

    

어떻게 하면 내 친구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또 어떻게 하면 우리가 느끼는 높은 정치의 벽을 허물 수 있을까. 혹시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미래가 우리들의 앞을 가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고민을 하고보니, 무엇보다 확실한 설득은 직접 무언가를 바꾸고 이뤄내는 일을 경험하는 데서 가능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승리하지 못하더라도 흐릿한 무언가를 좀 더 선명하게 그릴 수 있게 해주는 경험 말이다.


지난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기본소득당 신지혜 후보 선거캠프의 마지막 유세 사진. 서울시민은 아니지만 서울에서 2주간 선거운동원으로 활동했고 로고송도 불렀다.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나서, 나는 곧장 치뤄진 2021년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선거캠프에 지역 위원장으로서 동참하게 되었다. 우리가 바라는 가치들을 위해 서로가 최선을 다했던, 값진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 때의 경험을 친구들과도 함께 나누고 싶어 2022년 지방선거 출마(!)를 결심하게 되었다. 


다행히도 틴더 친구들은 이런 나의 도전에 호기심을 가져주었고, 선거운동 과정에 참여해보고 싶다고 얘기해 주었다. 어떤 친구는 선거자금을 모으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여기에 살을 붙인 <5000>이라는 제목의 단편 다큐멘터리로 ‘2021영화지원사업’에 지원했다가 아쉽게도 2차 심사에서 떨어졌지만, 계속해서 재미있고 새로운 시도들을 해나갈 예정이다.

    

어쩌다보니 데이팅 어플에서 지방선거까지 이야기까지 와버렸다. 그래서 결국 데이팅 어플로 당원과의 만남을 추구하는 건 어떻냐고? 글쎄... 그저 새로운 만남은 언제나 내 상상을 넘어선다는 얘기 정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Edited by 광주 기본소득당 문현철 공동위원장

Photo/Image by 기본소득당


“당신이 누구든” 기본소득의 권리가 있듯이,

“당신이 누구든” 기본소득당은 기본소득을 함께 이뤄낼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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