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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거캠프가 채식을 결심한 이유

서울시장 후보 신지혜 선거캠프의 채식 실천 도전기

지난 4월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가장 먼저 출마 선언을 했던 기본소득당은 체계적이고 다양한 공약들을 내놓았다. 공약자료집 제목은 ‘4대 기본소득 7대 기본서울’로, 서울 기본소득의 현실화 방안을 비롯해 성평등, 공공주거, 탄소중립, 데이터주권, 모두돌봄, 안전도시, 동물공존의 가치를 담았다. 그중에서도 ‘동물공존 - 동물 전시, 학대, 착취 없는 서울’에 대한 비전은 특히 도전적이고 독보적이었다. 


기본소득당 신지혜 후보의 동물권 정책은 서울 기본소득당 산하의 동물권위원회가 설계했다. 서울은 우리나라에서 공장식 축산업의 최대 소비지역이자, 동물을 가장 많이 입고, 쓰고, 구입하는 지역이다. 그리고 동시에 동물이 어떤 삶을 살고 어떻게 죽는지는 말끔하게 지워진 도시이다. 우리는 이러한 서울에서 가장 먼저 동물의 기본권을 세우고, 육식·빈식업·동물실험을 단계적으로 없애고, 동물원을 동물 안식처(생추어리)로 전환하자는 정책을 내세웠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들이 급증한 시대, 반려인들의 표를 얻기 위해 경쟁적으로 쏟아지는 ‘반려동물 정책’ 사이에서 유일하게 투표권이 없는 동물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정책이었다. 애호와 보호를 넘어서 모든 동물의 기본권을 이야기하는 정책에 다양한 동물권 단체들이 환영했고, 많은 시민들의 지지와 응원을 받았다. 동물권 단체들과는 선거 기간 동안 정책협약을 맺기도 했다.


공존을 위한, 공존에 의한 선거운동
기본소득당 신지혜 서울시장 후보는 동물해방물결, 동물권단체케어, 서울애니멀세이브, 동물권리장전 등 동물권 단체들과 함께 서울시청 앞에서 동물권 공약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정책국장이자 동물권위원회 소속으로 동물권 정책을 만들었던 나는,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고 동물을 대변하는 것이 정책적 차원을 넘어 선거의 전 과정에서 실현되기를 바랐다. 그래서 3월 25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약 2주 간의 선거운동 기간이 동물과 공존할 수 있는 시간이 되도록 몇 가지를 제안했다.


선거캠프 발대식에서 채택한 ‘평등문화 약속문’. 6번과 7번에 동물권에 관한 내용이 있다.

첫 번째는 교육이었다.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에 돌입하기 전에 선거운동을 함께 할 지지자와 당직자들이 모두 모이는 선거캠프 발대식에서였다.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고기’가 어디서 오는지, ‘고기’가 된 이들은 누구인지 되돌아보고, 인간이 자연과 다양한 종들을 착취한 결과 펼쳐진 기후재앙과 인수공통감염병을 마주하는 교육을 진행했다. 


그러고 나서 약속을 했다. 인간이 자연·동물과 맺었던 관계를 성찰하고, 동물을 착취하지 않도록 노력하자고 말이다. 그 방안 중 하나로 우리는 선거운동 기간, 모두 함께 채식을 실천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공존을 위한 평등문화 선거운동> 약속문에 이 내용이 들어가게 됐다. 동물권위원회는 캠프원들에게 <선거 기간 채식 실천을 위한 ‘채식한끼’ 사용 매뉴얼>을 배포했고, 시간적 여유가 없는 점심시간이나 휴식 시간에 쉽게 찾아갈 수 있는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점 비건* 메뉴>와 <비건 간식 리스트>도 제공했다.


*비건 : 동물을 착취해서 만든 모든 것들의 소비를 지양하는 사람. 여기서는 ‘완전채식’의 의미로 쓰였다.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

선거에 돌입하면서 우리는 ‘채식한끼’ 어플을 깔고 선거운동 중 채식으로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을 찾았다. 간식을 사더라도 꼼꼼히 성분표를 확인했다. 의욕은 넘쳤지만 부족한 인프라와 충분하지 않은 예산 등으로 인해 채식을 실천하는 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신지혜 후보가 만들 새로운 서울의 모습처럼 우리가 만들 선거운동 또한 어떠한 존재도 배제하지 않는 시공간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후보와 캠프원들은 도전으로 꽉 찬 선거를 완주했다. 우리 선거의 목적은 오로지 다수 득표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이 분명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선거운동 기간 먹었던 채식 식사. 놀랍게도 모두 비건이다.


나는 기본소득당의 “모두의 것을 모두에게”라는 슬로건을 참 좋아한다. 그리고 여기서 ‘모두’가 인간뿐 아니라 이 지구의 모든 주민을 포괄한다고 믿는다. 각자가 생긴 대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모두의 몫을 어떤 소수의 집단이나 기업, 특정한 종이 독차지하고 빼앗아서는 안 된다. 우리는 오랫동안 더 똑똑하다는 이유로,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말을 할 수 있다는 이유로 그렇지 못한 이들을 착취해왔다. 이러한 세상을 바꾸기 위해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내려놓는 것부터 시작하고자 했다. 우리의 위치와 관계를 인지하는 것을 시작으로 앞으로 우리의 정치는 인간 동물을 비롯하여, 소와 돼지, 도마뱀과 돌고래, 나무와 풀꽃의 존엄한 삶을 대변할 것이다. 




Edited by 서울 기본소득당 동물권위원회 집행위원장 홍순영

Photo/Image by 기본소득당


“당신이 누구든” 기본소득의 권리가 있듯이,

“당신이 누구든” 기본소득당은 기본소득을 함께 이뤄낼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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