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서를 작성하며

선택해야 한다.

by Biracle

2020년 7월 수술을 위해서 한국에 혼자 들어왔다.

예상치 못하게 긴 투병생활을 하게 되면서

재활을 하면서 1년 2개월 전 한국에 어느 대학교 행정계약직을 하게 되었는데

3년 만에 외국에 있는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서 연차를 2주 정도 내어서 신청을 했다.

이론상으로만 가능한 연차 사용.

외국에서 휴가를 한꺼번에 쓰는 게 당연한 문화여서 미처 한국의 문화에 대해서 잊어버렸다고 해야 하나.

한국에서도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실상은 회사의 판단에 의해서 연차 사용이 제한될 수 있다고 통보받았다.

비행기로 오고 가는데 거의 하루이틀이 소모된다.

그래서 실제로 머물 수 있는 시간은 10여 일 정도.

회사에서는 중간에 왔다가 가라고 했다.

5일 휴가 내고 들어와서 찍고 다시 가라고.

결국은 그만두라고 하는 말과 다르지 않다.

어느 정도 상급자와 이야기를 해서 진행했지만 계약직중에서 이처럼 긴 휴가를 낸 사람이 없는 관계로

보류되었다.

다음주에 결정해서 통보한다고 하지만 낙관적인 결과보다는 부정적인 결과가 예상된다.

확실히 정규직과 계약직의 차이는 많은 곳에서 소소하게 일어난다.

계약직이 병가 내면 계약해지 하면서 정규직은 병가가 어렵지 않게 인용된다.

애초에 계약 문서에 질병으로 인한 노동 제공이 안되는 경우 해지가 가능하다고 하는 문서에 서명을 해야

취업이 되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일 것이다.

그런 차별이 어제오늘이 아닌 한국인 것 같지만 실상 십 년이 훨씬 넘어 여러 가지 지표에서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다고 말하는 대한민국의 민낯을 새삼 마주하게 되면서 착잡함보다 오히려 마음이 한결 정리가 되는 기분이다.

계약기간 동안 열심히 마치고 천천히 다음을 준비하려는 계획에서 변화의 흐름에 맞추어서

도전적인 다음 단계에 진입하는 기분이었다.

근태가 엉망인 정직원이 계약직을 평가하는 일상이나 휴가를 내지도 않고 멋대로 나오지 않고

일하지 않고는 일했다고 수당을 타가는 것이 정직원들의 특권으로 생각하는 조직문화.

물론 묵묵히 혹은 그 이상으로 자신과 조직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도 존재하지만

철밥통의 세계관에서는 어떤 도전의 혁신이나 개선보다는 순환보직의 변화를 기다리며

일을 만들지 말고 정해진 틀에 1년 주기를 반복하는 쳇바퀴 일상을 더 선호하는 것을 목도하며

공무원사회 같은 곳이 왜 개혁이 안되고 부조리가 끊이지 않는지 이해가 확실히 되는 것 같다.

나 역시 그 무리에 속한다면 별반 차이가 없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매너리즘과 부조리에 익숙 혹은 침묵하는 것이 매우 위험한 것인 것 같다.

자신들의 수당은 높이면서 그나마 하급, 계약직의. 수당은 낮추는 것이 대단한 절약이며

학교의 이익이라고 주장하고 실행되는 곳.

그러나 이러한 부조리에 항의하면 같은 일을 겪는 동료들조차 ‘왜 소란을 일으키냐“면서 눈치를 준다.

그냥 이정도의 대우라도 만족되는 삶을 살 수밖에 없는 그들을 계도하거나 비난할 생각없다.

그래. 싫으면 떠나는 것이 당연한지 모르겠다.

일단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것은 원래 나란 사람의 자세이기도 하고 함께 한 고마운 분들도 있기 때문이다.

하긴 육아휴직 처음으로 썼다가 몇년째 진급이 안되는 정직원도 있는데.

거슬리는 사람들은 싫은게 조직 입장에서는 당연한가보다.

있는 것도 챙기지 못하는 상황.

어찌되었던 고마웠다. 그리고 휴가는 긴 휴가가 될 것 같다.

사직서를 작성해 서랍 안에 두고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놓았던 카메라를 다시 꺼내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