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꿈인 채 두는 것이 좋을까 미련을 떨어야 좋을까
몇 년 전까지 나와 함께 현장을 다녔던 10년이 넘은 카메라의 긴 잠을 깨워서
점검하고 청소를 했다.
다시 쓸 일이 있을까 싶기는 하지만 그래도 얼마 전 후배를 만나고 나서
문득 잠들어 있던 이 녀석을 깨우고 말았다.
오늘은 친구 녀석이 모처럼 전화 와서 하는 말이
어떻게 지내?
매우 단순하지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적어도 지금의 내겐 아직 그런 질문이다.
사는 것이야.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답하기가 망설여졌다.
문득 내가 하고 있는 지금의 일. 제2의 직업에 대해서 만족도 그런 차원이 아니라
여기서 내가 꿈을 꾸는 일이 있는가 하는 질문을 하게 되었다.
그런 생각을 깊게 하게 된 것은 후배의 만남이 시발점이었다.
과거에서 같이 출발했는데 현재 그 녀석은 제법 자신의 일을 잘 만들어가고 있고
난 중도탈락한 기분이었다.
기분이 아니라 현실적인 체감 위치가 그러하다.
그에 대한 열등감이나 냉소적인 느낌이 아니라 건강으로 인해서 중도하차한 기분이
되살아 났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것 같다.
오랜만에 꺼내 든 카메라에 쌓인 먼지를 털어 내듯이
내 마음에 남은 잡념 혹은 미련을 털어 내렸다
그렇다고 해서 그걸 포기한 것은 아니다.
다만 조금은 현실에 맞게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그 꿈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최선을 하고 있음에 감사하고 있다.
매일 아침이 오면 새로운 각오를 다지면서 시작하고
잠들기 전에 패잔병의 모습으로 다시 눕는다.
그렇게 하루의 전쟁을 매일같이 반복한다.
어찌 나뿐이겠는가.
짙은 패배의 고통이 며칠이나 계속되어도 어디 도움 줄 곳 하나 없는 상황에
감정을 토로해 볼 곳조차 찾기 힘든 순간이 있다.
무작정 편지를 써본다. 수취인불명의 편지를 일기장에 적어 내리다 보니
문득 감정의 소용돌이가 큰 파도처럼 휩쓸고 지나간 흔적들을 다시 본다.
약하디 약한 존재.
제법 강한 척하고 살아온 시간이 무색하게 사실은 어린아이 그대로의 마음이
쌓여 있었던 것 같다.
그냥 울고 싶어졌다.
그렇게라도 이 순간을 버텨야 하니깐.
꿈의 한 조각을 지켜내며 버티고 현실의 전투에 임한다.
그 한 조각 한 조각 모아서 완성시키는 노력과 인내가 가장 필요한 지금인 것 같다.
다만 형태는 다를 수 있을지라도 영상제작이 꼭 주가 아니더라도 취미가 되더라도
꿈을 이루는 것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아니니깐.
지금까지의 고정관념을 깨고 다시 부활 중이다.
꿈에서 깨어 현실을 만나 그 속에서 또 다른 형태로 꿈을 향해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