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희망을 배달하는 중

by Biracle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면 별의별 일을 겪게 된다.

어제는 유난히 다리가 뻐근한 날이었다.

거리를 돌아다니느라 지친 몸을 이끌고 마지막 배달 장소에 도착했을 때, 나는 한숨을 삼켰다.

엘리베이터가 고장이었다. 그것도 단순한 고장이 아니라 며칠 동안 수리 중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잠시 고민했다. 주문한 고객은 10층에 살고 있었다. 요청사항에는 엘리베이터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만약 미리 알았더라면 마음의 준비라도 했을 텐데, 예상치 못한 상황이 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고객 입장에서는 엘베고장을 언급하면 배달 안될 거라고 생각했겠지만..)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순 없었다. 이왕 시작했으니깐.

나는 배달 가방을 단단히 메고 한 걸음 한 걸음 계단을 올랐다.

처음 몇 층은 괜찮았다. 하지만 5층을 넘어서자 숨이 가빠지고 다리가 욱신거렸다.

특히 다리에 약간의 장애가 있는 나에게 이 계단은 작은 산처럼 느껴졌다.

그렇다고 내려갈 수도 없었다.

스스로 약속을 지켜야 했다. ‘하나, 둘, 셋...’ 속으로 숫자를 세며 한 계단씩 올라갔다.

7층을 지나고, 8층을 넘어서니 땀이 이마를 타고 흘렀다.

누군가에게는 쉬운 일이지만 내게는 힘든 일이다.

마침내 10층에 도착해 벨을 눌렀다.

문이 열렸다. 사실 뭐라고 한 마디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8~9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감사합니다.”

아이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모든 피로가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순간 아까까지 힘들었던 발걸음이 대견하게 느껴졌다.

배달이라는 것이 단순히 음식을 전달하는 일이 아니라,

누군가의 하루를 채워주는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단을 내려오면서 나는 문득 웃음이 나왔다. 인생도 이런 계단 같은 게 아닐까?

때때로 예상치 못한 장애물이 나타나고, 힘들어도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하는 순간들이 있다.

하지만 결국에는 누군가의 작은 배려와 따뜻한 말 한마디가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오늘 배달한 것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한계를 도전하는 과제였다.

하지만 다음에는 고장이면 고장이라고 솔직히 말해주기를..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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