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꼬치, 30년의 시간

절반을 줄였는데 오히려 늘어난 사건에 관하여

by Biracle

요즘 하루는 반복. 마치 시간을 달리는 것처럼 비슷하다.

아침 일찍 회사에 출근하고 퇴근하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서 배달 알바를 시작한다.

늦은 밤이 되면 집에서 샤워하고 컴퓨터 앞에 앉는다.

예전에는 글을 쓰고 그랬는데 지금은 잠들어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반복되는 일상에서도 다양한 일들을 경험하게 되는데

며칠 전 저녁 배달을 하고 있는데 배달요청 콜이 없어서 당근을 보고 있었다.

요즘 당근이라는 플랫폼으로 다양한 알바요청 글들이 많아서 심심치 않게 수행을 하는데

마침 노점상에서 파는 닭꼬치를 구매해 달라는 글이 있어서 지원을 해서 하게 되었다.

예약시간이 저녁 9시라서 넉넉한 시간이라서 배달하다가 그 닭꼬치를 사려고 했다.

꽤 유명한 닭꼬치집이다. 노점상이다 보니 배달이 되는 곳은 아니었다.

30년이 넘었을 것이다. 믿기 힘들지만 중학교때부터 있었고 단골이기도 했다.

하지만 세월 앞에서 여사장님이 그만두시고 몇 년 전부터 아들이 물려받아서 하고 있는

곳이었다.

뭐라고 할까. 30년의 시간은 무겁다. 그 안에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일들이

녹아 있는 시간덩어리다.

닭꼬치를 사려고 도착해 보니 여사장님이 나와 계셨다.

몸이 안 좋아서 요양하다가 이제 좀 괜찮아져서 아들과 교대하면서 일하신다고

마침 오늘 나왔는데 만나게 된 것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간의 일들을 슬며시 살짝살짝 나누었다.

단골집의 매력은 시간의 간극이 있더라도 어제 만난 것처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로 아팠던 공통점이 있어서 그런지 건강에 대해서 삶의 넉넉함이 강제로

발현된 것에 대해서 공감을 했다.

중학교 때부터 아이들과 함께 왔던 그 가게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머물러 있었다.

다만 내 시간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어서 엇갈린 이런 장소들을 방치하고 있겠지..

닭꼬치 종류와 소스만으로도 누군지 짐작하는 연륜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렇게 옛 기억에 당근구매 고객에게 아르바이트비를 절반만 받겠다고 문자를 했다.

형편이 어렵다고 마음에 여유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관통하는 어떤 감정들이 추억들이 피어오르는

저녁이라서 그랬을까.

아무튼 그렇게 이런저런 추억거리를 여사장님하고 나누다가 닭꼬치 단골이라는

공통점으로 어차피 배달일을 하고 있으니 그렇게 절반만 받겠다고 하고

비대면 배달이라서 문고리에 걸어 두고 나왔는데..

고객분이 오히려 더 넉넉하게 계좌이체를 해주었다.

본인도 덕분에 그런 추억들이 깃들어 있는 시간을 가졌을까?

알 수는 없지만 되려 친절을 더 받게 되었다.

세상에 친절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더 받기만 하는 것 같다.

그분의 따듯함은 비록 닭꼬치로 연결된 잠시의 인연일지라도

그 넉넉함과 친절은 우리 모두에게 더 소소하지만 넉넉함으로 채우는 것이 아닐까..

인생에서 겸손해야 하는 것은 상대방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결국은 자신을 위한 것이다.

여전히 수중에 경제적 여유는 없지만 마음에 여유는 가진 부자가 되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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