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기도가 이루어졌습니까?

by Biracle

그냥저냥 살아왔다.

가끔은 열을 내면서 무언가를 하는 것들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현실에서 무탈할 정도로만 무리하지 않고 살아왔던 것 같다.

사람은 성공의 기억으로 다음번에도 적용하려는 습성이 있다고 하는데

대체적으로 그런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택을 해 왔던 것 같다.

과거의 이력이 어찌 되었든 말이다.

글쓰기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제대로 배운 적도 아마 공부를 한 것도 아니고

태고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글을 쓰면 알 수 없는 즐거움이 있는 것을 느낀다.

자기만족으로 끝낼 수도 있지만 좋은 영향력을 가진 글들을 만들고 싶은 소망도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어릴 때부터 가졌던 목표가 여러 가지 있었던 것 같고

일부는 이룬 것도 있는 것 같지만 대부분은 바람에 휘날리는 먼지처럼

사라져 버린 것도 같다.

그래서 건방지게도 큰 욕심이 없다면서 적당히 선을 넘지 않는 기준으로

나쁘지 않은 평판으로 살아왔다고 자평해 본다.

젊은 시절 '아웃사이더'라고 불리는 것이 싫진 않았지만

가족을 이루고 나서는 너무 튀는 것은 지양하게 되었다.

가지게 되는 것들, 이미 받아서 가지고 있는 것들이 넉넉한 것은 아니지만

살아가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런 적당함에 여러 가지 재능의 씨앗들을 방치하고 살아왔던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말이다.

대부분 그런 씨앗들을 잘 자라게 하는 성실함을 어릴 때부터 갖추는 것은

큰 행운일지 모른다. 아쉽게도 난 그러하진 못했다.

뒤늦게 사고 이후에 부단히 노력하면서 살아가고 있기는 하지만 항상 부족함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열심히 기도를 하면서 변화를 기대해 보았는데

돌이켜 보면 내 계획대로 된 일들이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어떤 계획을 세우면서 실행할 때 병적으로 완벽주의적 성향을 가졌음에도

단편적으로 성공한 것으로 여겨지는 것들이 많지만 결국 큰 틀에서 보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파도를 탈 수는 있어도 파도의 방향을 바꾸기 어려웠던 것처럼 말이다.

수십 번의 수술도 실패하여 영구장애가 생겼다.

직업도 집도 건강도... 평소 기도했던 것과 다르게 모든 것들을 잃었다.

다 잃고 나서야 새롭게 시작하고 있다.

그래서 적당하게 지내던 가족 관계도 치열해지면서 소통하고

오랫동안 미루었던 글쓰기에 도전하다가 브런치 작가가 되었고

수차례 공모전에서 입상도 하게 되었다.

전혀 다른 일을 하면서 그 안에서 만난 소중한 관계들이 생겼다.

처음 원했던 기도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내가 바라는 대로 기도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이상하게 기도가 이루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과정으로 결과로..

십여 년 떨어져 지내던 부모님과 시간을 갖게 되고

항상 함께 할 거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지내던 원가족과 떨어져 지내게 되면서

인생에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새삼 절실하게 되었다.

그리고 가장 크게 변한 것은 '내가 옳다'라는 고집보다 '상대방의 의견을 받아들이자'라는

겸손함이 쌓여간다.

겸손이 쉬운 것은 아니다. 조금만 여유가 생기면 고개를 들게 되는 것은 평생의 숙제 같다.

기도가 이루어졌냐고 물어본다.

'네, 더할 나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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