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49
답정너 : '답은 정해졌으니까 너는 대답만 하면 돼.'의 줄임말(오래된 신조어)
SO SO~ , 그래요, 네
반년만에 만난 사랑이에게 들을 수 있는 말들의 대부분이었다.
애벌레가 고치 속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방에서 좀처럼 나오는 일이 없어진 사랑이.
전처럼 억지로 불러내는 것은 이제는 하지 않기로 했다.
2주간의 휴가를 받아서 왔지만 3일간의 여행계획을 제외하고는 그냥 무계획으로 일상을
보내기로 작정을 했기 때문이다.
그 시간이 짧기도 길기도 할지 모르겠지만 조급함으로 사랑이에게 다가가서
무언가 억지로 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이제는 알 것 같았다.
병원과 상담을 병행하면서 지금까지 버텨준 것만으로도 참 감사한 일이다.
사랑이에게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어보면 바로 돌아오는 답은
아무것도 안 하면 안 돼요?
답정너(답이 정해진 너)처럼 반복되는 것이 이제는 익숙할 정도다.
근데 사랑이가 체력이 부족하고 우울증까지 겪고 있어서 더욱 그럴 수 있다는 의사의 말이 생각났다.
상담사하고도 대화할 기회가 있었는데 사랑이에게 나의 존재, 역할이
엄청나게 중요했는데 사랑이도 그런 인식을 정확하게 못하다가 상담을 통해서
인지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래서 사랑이에게 1년 정도라도 한국에서 함께 지내는 것이 어떠냐고 물어봤다.
'그래요 뭐. '
아니 억지로 할 필요는 없는데 사랑이가 원해야 할 수 있는 거야.
'별로 상관없어요'
절반이면 안되고 앞으로 기준을 51:49로 선택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왜요? 꼭 그래야 하나요'
잘 모를 때도 있지만 적어도 자신의 선택이었다는 다짐을 위해서는 51:49 규칙을 만들어서
책임을 가져야 할 것 같아서..
'그래요 그럼'
어려운 결정이지만 사랑이는 그런 선택의 무게감을 아는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듣기로 6년간의 부재로 인해서 그리웠던 것 같다.
휴가동안 특별한 같이 하는 것 없이 마당에 돗자리를 펴고 사랑이가 좋아하는 음악과
웹소설을 보면서 놀고 있는데 가만히 누워서 지켜봐도 되냐고 물어보니
'그러세요'
투명스럽지만 예전처럼 강한 거부 의사 대신 수용을 해주었다.
그 시간이 휴가 기간 중에 가장 평온하면서 사랑이를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사실 사람들의 행복 기준은 제각기 다를 수 있지만 그 강도가 크거나 화려하지 않아도
이처럼 소중하게 젖어드는 기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 시간을 통해서 깨닫게 되었다.
아직까지도 정답도 해답도 못 찾고 있지만 전과 달라진 것은 분명하다.
사랑이에게 나도 50은 분명 넘은 것 같았다. 그게 51일지라도 그 1의 차이는
실로 엄청났다.
다시 떠나야 하는 날 위해서 아이돌 춤을 선보여주는 것도.
몇 년간 상상하지도 못했던 친밀감이 생성되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더 과감하게 학업을 중단하고 1년간 휴식이 될 수 있는 방안을 결정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내가 시한폭탄 같은 건강 상태라서 쉽사리 가족들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한국에 머물러 있는 것은
개인적으로 잔인하지만 이 또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모두가 각자 위치에서 역할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여전히 사랑이와 긴 대화를 나누기에는 다소 부족하지만 이번 기회에 서로에게 치유가 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이것이 나만의 욕심일까 봐 노심초사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사랑이도 51:49중에 51정도는 동의한다고 하니
앞으로 여정도 우리에게 새롭게 펼쳐질 거라고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