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하는 고민-2. 별풍선 받는 삶이 어때서
육아차차 육아 육아 #16
두 아이는 말 그대로 빈둥거리는 걸 좋아한다. 주로 뒹굴면서 책을 보거나 멍멍이를 주물럭거린다. 알 수 없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숨만 쉴 때도 있다. 그걸 보노라면 저 놈들이 대체 뭐가 되려고 저럴까 싶다가도 화들짝 생각을 고쳐 앉는다. 뭐면 어떨까 싶다. 내가 자라면서 들었던 훌륭한 사람의 기준이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과연 유효한 가치일까? 내 잣대를 근거로 아이를 지도해도 되는 걸까? 문득 의문이 생겼다.
지금까지는 우리 세대의 가치관에 따라 아이를 교육해왔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몇 가지 강조한 건 분명했다. 남에게 피해를 끼치면 안 되고 잘못된 일은 하지 않도록 하는. 아내와 내가 자라면서 듣고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옳다 여기는 것들을 가르쳤다. 그게 미덕이라 여겼고, 우리가 성인이 되기까지는 어느 정도 통용되는 선이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 주변을 보면 이런 생각이 케케묵은 옛 것 같다. 굳이 고리타분하게 그럴 거 뭐 있나. 잘 먹고 잘 살면 되는 거지. 죄다 그런 분위기다. 느끼기에 근래 수십 년 사이, 그 어떤 가치보다도 돈이 최고가 됐다.
자연스럽게 직업적 가치관도 많이 변했다. 여전히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고 공공을 위해 헌신하는 일에 대한 존중은 있다. 하지만 그걸 기꺼이 하면서 스스로 희생하길 원하지는 않아 보인다. 그보다는 좀 더 빠르게 많은 돈을 모을 수 있는 일을 추구하는 게 더 만연해있다.
이런 시대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 중 하나가 인터넷 방송인들이다. 전문성을 가지고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를 말하는 게 아니다. 내가 걱정하는 건 그릇된 가치관으로 오로지 자기의 이익만을 우선하는 이들이다. 그들은 법이나 규율이, 또 사람들의 인식이 채 정비되기도 전에 각종 자극적인 콘텐츠들을 배설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선을 넘나들어 욕을 먹는 것도 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자신의 콘텐츠가 아이들에게 미칠 영향 따위를 고민할 리 없다. 그럼 부모 된 도리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단지 애를 저런 유해 매체에 노출되지 않도록 단속하면 그만일까?
아무리 집에서 관리한 들 학교나 학원에 가면 어차피 또래 집단에 영향을 받을 기회가 더 많다. 어쩌면 저따위 원초적인 걸 보고 즐기는 데 그치는 건 그나마 다행일지도 모른다. 만약 영향을 듬뿍 받아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화폐 단위가 별풍선인 삶을 살겠다고 선언해 버린다면, 과연 쿨하게 그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
반대의 상황 또한 아찔하기 짝이 없다. 지금까지 집에서의 교육이 너무 뒤떨어진 거라 아이가 학교에서 뒤처진 취급을 받고 혼란을 겪는 것도 결코 원치 않는다.
시대는 분명 바뀌었다. 체감의 강도가 크다. 아이들의 꿈은 이제 더는 훌륭한 과학자가 아니고, 경찰이 되어 나쁜 사람을 잡길 원하지도 않는다. 그보다는 건물주가 되길 바라고 구독자 많은 유튜버가 꿈이다. 그런 인식의 변화 속에서 어떤 길이 옳은 것인지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절대적으로 바른 것이 여전히 맞는 건지. 아니면 모두가 생각하는 대로 따라서 적어도 우리 애가 뒤처지지 않게 하는 게 옳은 건지.
안타깝지만 나도 아내도 더 이상은 무조선 선한 게 좋은 거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절대적인 선이 있다는 건 물론 강조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가치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건 꼭 인지시켜야 할 것 같다. 세대가 너무 영악한 시대라 그 필요성이 절실하다. 아무래도 귀한 내 새끼가 어디 가서 등신 쪼다 취급받는 건 견딜 수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마음 한 구석이 이토록 불편한 건 스스로도 분명 잘못됐다는 인식이 있어서 일 것이다. 이게 변해버린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노쇠한 감각인 건지, 유일하게 남아있는 양심인지는 모르겠지만, 입맛이 꽤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