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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한 Jan 06. 2021

공갈 쪽쪽이 개발자여, 노벨 평화상이나 받아라!

육아차차 육아 육아 #15

아이를 기른 과정을 회상하다 보니 꼭 전해야 할 감사함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이름도 알지 못하는 당신입니다.

숱한 불면의 밤마다 어김없이 도움의 손을 내민 건 당신, 정확히는 당신의 발명품이었습니다.
비록 당신의 정확한 이름도 소속도 알 수 없지만, 큰 은혜를 입었다는 사실만큼은 너무나도 분명합니다.

처음에는 미심쩍었습니다. 아이를 키워본 적 없는 저희로서는 우유도 나오지 않는 실리콘 따위가 무에 그리 도움이 되겠냐며 비웃은 적도 있습니다. 다 무지한 초보 부모의 어리석은 생각이었으니 부디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오히려 우유가 나오지 않는 게 분유를 끊고 이유식으로 넘어가는 과정의 상실감을 그렇게나 이해하는 도구가 될 거란 건 미처 알 수 없었으니까요. 순수한 프로이트적 욕망을 다스리는 위대한 발명품을 한낯 미천한 저희가 짐작이나 했을까요.


당연히, 우유도 나오지 않는 빈 것이라 끊어버리는 것도 수월할 거라 생각한 것도, 다 그런 무지에서 비롯된 것일 겁니다. 어쩌면 저희는 당신의 발명품을 잠시나마 무시한 대가를, 아마 그렇게 톡톡히 치른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아, 위대한 발명가시여,

찬란하게 빛날 당신의 발명품이시여.

저희는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이 용도를 따져 임의로 갖다 붙인 '공갈'이라는 수식어를, 마음 같아선 사용을 금하는 운동이라도 벌이고 싶을 따름입니다. 그 큰 역할에 비해 미천한 이름으로 불리는 게 그저 안타깝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위대함만이 가질 수 있는 겸손함인가 싶어 다시 고개를 조아리게 됩니다.


대체 어떻게 고마움을 표현해야 저희 마음이 넉넉할지 가늠도 되지 않습니다.

그저 감사하고 또 고맙습니다.

가능하다면 이 염원을 모두 담아 스위스에서 매년 열리는 작은 시상식에서라도 그 가치를 인정받으시면 좋겠습니다.

부디 무탈하게 강녕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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