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기다리는 물고기
인간을 노리는 ‘COVID-1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때문에 중국의 대기오염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2월 29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이 공개한 올해 1월 1∼20일과 2월 10∼25일 위성사진에서 이 같은 변화가 관측된다. 분석에서는 자동차나 공장시설에서 배출돼 대기오염에 큰 영향을 끼치는 이산화질소가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 3. 1. 연합뉴스)
나는 아침 일찍 산호초나 말미잘에 사는 친구들과 놀기 위해서 집을 나왔어요. 나의 가장 친한 친구 산이는 말미잘 마을에 살아요. 그 마을 앞에는 드넓은 광장이 있어요. 나는 그 광장에서 햇빛이 번개처럼 들어올 때, 공연을 해요. 그 옆의 산호초 마을은 아름답고 신기해요. 물결 따라 움직이는 산호초는 제 각각의 빛깔과 모습을 가지고 있어요. 마을 구석구석에는 바다 밖에서 들어온 비닐봉지나 플라스틱이 놓여 있어요. 나는 그 비닐봉지에 그려진 그림을 보거나 플라스틱 사이의 음식찌꺼기 냄새를 맡으면서 바다 밖의 냄새를 상상해요. 나는 이 비릿한 바다 냄새에 질렸거든요. 내 소원은 북이 아저씨처럼 자유롭게 바다 밖을 나가는 것이에요. 북이 아저씨는 자유롭게 하루에 한 번씩 바다 밖으로 나가서 뜨거운 햇볕도 직접 쐬고, 사람들도 구경하고 들어와요.
나와 산이는 산호초와 말미잘 사이를 누비면서 숨바꼭질하는 것을 제일 좋아해요. 말미잘 사이에만 숨으면 금방 들켜요. 비닐봉지나 플라스틱을 적절하게 이용하면 산이는 나를 잘 찾지 못해요. 지난번에는 비닐봉지 안에 들어갔었는데, 산이가 결국 나를 못 찾아서 내가 이겼어요. 그런데 그 안에서 나오려다가 길을 찾지 못해서 큰일 날 뻔했지요. 문 아저씨가 한쪽 다리로 비닐봉지를 잡고, 한쪽 다리로 비닐봉지를 툭툭 쳐줘서 내가 튕기듯이 밖으로 나왔어요. 문 아저씨가 8개의 다리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어요. 비닐봉지 안은 숨는 재미가 그만이지만, 그만큼 위험도 따라요.
산이와 놀다 보니 서서히 햇살이 강하게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얼마 놀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공연 연습을 하러 갈 시간이에요. 나는 아쉽게 산이와 헤어져서 마을 광장으로 나갔어요. 산이는 말미잘 마을에 살아서 나처럼 공연을 하지 않아도 돼요. 산이는 모습부터가 강렬해요. 산이는 주황색에 흰 줄무늬를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사람들의 시선을 따로 끌 필요가 없어요. 나는 그런 산이가 참 부러워요. 또 산이에게 부러운 점이 있어요. 산이는 엄마가 죽으면 아빠가 엄마로 바뀌어서 평생 엄마의 사랑을 받고 자라요. 아빠가 완전히 사라졌다기보다는 엄마로 변한 것뿐이니 많이 슬퍼할 필요도 없어요. 그리고 산이는 혼자서 살아요. 나처럼 무리 지어 떠다니지 않는 산이가 부러워요. 그리고 산호초 마을에 사는 물고기들도 사람들을 위해 따로 준비하는 것이 없어요. 산호초에 사는 물고기는 그 동네 사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신기해하거든요.
광장에는 무서운 가오 선생님이 기다란 꼬리를 흔들면서 이리저리 큰 움직임을 가지며 떠다니고 계셨어요. 나는 얼른 인사를 하고 내 자리로 갔어요. 소문이지만, 선생님이 화가 나면 독침을 쏠 수도 있데요. 그래서 나는 가오 선생님이 나를 혼낸 적도 없지만, 선생님이 무서워요. 나는 나와 같은 모습을 한 물고기들 무리에 섞였어요. 우리는 이름이 각각 다 있는데도 사람들은 우리를 ‘정어리’라는 딱 한 단어로 부르더라고요. 이 사실을 처음으로 알았을 때, 사람들이 산이는 뭐라고 부를지 궁금했어요. 햇빛이 번개처럼 강렬하게 되기 전에 우리는 서둘러 연습을 했어요. 강렬한 햇빛이 번개처럼 내리치면, 사람들은 우리가 휘청할 만큼 온 바다를 뒤흔들면서 바닷속으로 들어오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햇빛 번개만 쳐요. 내 몸이 휘청할 만큼 흔들리는 일도 거의 없어요. 사람들이 오지 않아요. 나는 처음에는 공연하는 것이 정말로 싫었어요. 엄마는 우리가 그렇게 사는 것이 맞다는 거예요. 우리는 사람들 말로 ‘정어리’니까요. 나는 많은 ‘정어리’들 사이에 끼여서 왔다 갔다, 왔다 갔다 하는 내 모습이 우습게 느껴졌어요. 그런데 그것도 하다 보니 익숙해지고, 즐거운 순간도 있었어요. 몸도 튼튼해지는 것 같았고요. 무엇보다 나의 움직임은 사람들에게 공짜가 아니었어요. 사람들은 우리에게 먹을 것도 뿌려 주었고, 신기한 눈빛으로 경이롭게 우리를 바라보았어요.
사람들은 우리를 신기하게 바라보았고, 나는 우리를 그렇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신기했어요. 사람들은 다 똑같은 얼굴에 몸집만 달랐어요. 몸에는 비늘이 하나도 없고, 작은 꼬리지느러미가 두 개나 있었어요. 특히, 사람의 입은 툭 튀어나온 주둥이가 위로 길게 뻗어 나가기도 했고, 앞으로 길게 이어져 등에 있는 혹까지 연결이 되어 있기도 했고요. 나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재미있었어요. 바닷속에 자리 잡은 비닐봉지나 플라스틱과 함께 그 사람들의 모습으로 바다 밖을 상상하는 것은 나에게 행복한 일이었어요.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같이 공연하는 윤이 형은 짜증 나는 말투로 말해요.
“나는 그 비닐봉지와 플라스틱의 냄새들 때문에 숨이 막힐 거 같아. 너무 싫어. 난 바다 밖은 관심도 없어. 그런데 우리가 왜 이렇게 사람들하고 자꾸 엮여서 살아가야 해. 난 이건 아닌 것 같아.”
그러면 꼭 윤이 형 옆에 신하처럼 붙어있던 기가 한 마디 거들며 이야기해요.
“저기요, 저기, 저기 바다까지 갔다 온 저희 아빠 친구 분이 그러는데요. 그 바다에 가니 앞이 안 보이더래요. 그래서 놀라서 도망치듯이 오셨다는데요.”
이런 이야기들이 오가면 나는 슬그머니 내 자리로 돌아가요. 요즘은 바닷속에서 사람들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기보다 서운함을 느끼는 물고기들이 더 많거든요.
우리의 공연은 원래 양 옆으로만 왔다갔다하면 되는 것이었어요. 그 정도는 우리에게 일도 아니에요. 공연이 시작되면, 가오 선생님은 우리의 무리 옆으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가슴지느러미는 우아하게 휘젓고, 꼬리지느러미는 현란하게 움직이면서 유유히 떠다니셨어요. 그러면 사람들은 산호초와 말미잘 마을을 지나 우리의 공연을 보려고 멈춰 떠 있었어요. 우리에게는 아무 일도 아니었지만, 사람들에게는 대단한 일인 것 같았어요. 그런데 이제 사람들이 오지 않으니, 가오 선생님은 사람들이 우리에게 더 이상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어요. 북이 아저씨 말로는 바다 밖에도 사람들이 사라졌데요.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가오 선생님은 우리가 노력하지 않아서 사람들이 오지 않는 것이라면서 우리의 공연 내용을 바꾸자고 했어요. 이제 우리는 위아래로 왔다갔다 하기도 하고 제자리에서 빙빙 돌기도 하고, 두 무리씩 갈라져서 흩어졌다가 다시 만나기도 해요. 이 행렬을 익히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는지 몰라요. 힘들게 연습을 하고 또 했지만 사람들은 오지 않았어요. 모두가 지쳐갈 때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친구 나리가 왔어요. 나리를 보자 나는 힘이 났어요. 나리는 자신을 괴롭히는 물고기가 있으면 바다 밖으로 쑥 나갔다가 들어와요. 나리는 엄청 큰 가슴지느러미를 가지고 있어요. 그것으로 바닷물을 박차고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것 같아요.
나리가 오면 바다 밖 세상에 관심이 있는 물고기들이 나리 주변으로 모여들어요. 바다 밖을 자유롭게 나가는 북이 아저씨는 우리가 물어봐야 겨우 몇 마디 해주는 정도지만, 나리는 우리가 물어보지 않아도 알아서 재미있게 이야기를 해줘요. 상상이 되지 않는 나리의 이야기들이 나의 꿈을 더 키워줘요. 나리가 해 준 이야기 중에 가장 상상이 안 되는 것이 바다 위에 커다란 ‘사람 고래’ 같은 것이 떠 있는데, 그 안에 사람들이 있다는 거예요. 말도 안 되지요. 고래 안에 사람이 들어가 있다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됐어요. 그 커다란 ‘사람 고래’는 배만 살짝 바다 위에 얹어 놓고는 아주 빠르게 헤엄을 치다가 또 한참을 바다 위에 가만히 그냥 떠 있기도 한데요. 그런데 그 커다란 사람을 실은 ‘사람 고래’가 나타나면 우리는 조심해야 된데요. 그 커다란 ‘사람 고래’는 입으로 물고기를 먹는 것이 아니라 가늘고 기다란 줄로 물고기를 걸어서 가지고 간데요. 나는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였지만 그저 신기해서 재미있었어요.
나리는 오늘따라 이상할 정도로 거만하게 자기 주변으로 모여든 물고기들을 둘러보았어요. 나리 주변에 몰려든 물고기들도 신기하게 나리를 바라보았어요. 내가 나리 앞으로 나가면서 나리에게 먼저 말을 걸었어요.
“나리야, 안녕, 너 이거 뭐냐? 입에 왜 미역 쪼가리는 붙이고 온 거야? 너 식성이 바뀌었니?”
나리가 나를 위아래로 기분 나쁘게 훑어보면서 말했어요.
“이런 뒤처진 것들. 이거 뭔지 아직도 모르냐?”
나리는 입에 붙은 미역 쪼가리 때문에 말도 제대로 못 하는 것 같았어요. 다른 물고기들이 웅성웅성거리기 시작했어요. 나리는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미역 쪼가리를 끝까지 붙이고는 차분하게 말했어요.
“이거 요즘에 바다 위에서 유행하는 거야. 그 커다란 ‘사람 고래’ 위에 있는 사람들이 다 이렇게 입에 뭘 붙이고 있더라고. 처음에는 그런가 보다 했는데 이제는 입에 이걸 안 붙인 사람이 없어. 그리고 바위 위에 있는 사람들도 다 이걸 붙이고 있더라니까.”
“답답하겠는데...”
눈치 없는 삼이가 불쑥 끼어들어 말을 했어요. 나리는 짧은 시간에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가야 하기 때문에 누구라도 자기 말하는데 끼어드는 것을 제일로 싫어해요. 삼이는 내 친척이에요. 아이는 착한데 눈치가 없는 것이 단점이에요. 나리가 삼이를 날카롭게 쳐다보며 말을 이어 나갔어요.
“이걸 왜 붙이고 있겠니? 내가 이상하다 했잖아. 바닷속에 들어온 사람들은 입이 툭 튀어나와서 길게 생겼는데 바다 위 사람들은 입이 쑥 들어간 것이 조개처럼 생겼다니까. 입이 조개처럼 생겼으니 자기들도 이제야 창피한 것을 안 것이지. 그래서 가리기 시작한 거야. 그런데 가려보니 예쁘잖아. 그래서 이제 바다 위 사람들은 모두가 이렇게 뭔가를 입에 붙이고 다니더라고!”
“그래, 나도 입이 조개처럼 생겼다는 거 듣고 소름이 끼쳤어. 말이나 돼?”
삼이가 또 한 마디 툭 뱉었어요.
“내 말은 거짓말이 아니야. 사람들은 바다 위로 올라가면 긴 입은 몸에서 떨어져 나가고 조개 입만 남는다니까! 등에 붙은 혹도 뗄 수 있다면 믿겠어?”
나리가 화를 더 내기 전에 나는 얼른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싶어 졌어요.
“그래, 나리야. 우린 네 말 믿어. 그리고 그 미역이 그렇게 쓰일 수 있는지는 몰랐네. 먹을 줄만 알았지. 예쁘다.”
다른 물고기들도 나리의 입에 붙인 미역 쪼가리는 어디서 구한 것인지, 얼마큼 잘라서 어느 정도 길이로 입에 붙여야 하는지, 한 번 붙인 것은 얼마나 붙이고 있어야 하는지 등에 대해 나리에게 질문을 쏟아냈어요. 나리는 그 날 바다 밖의 최신 유행을 우리에게 소개해 주고 뿌듯하게 떠났어요. 그리고 우리는 사람들이 입에 무언가를 붙이고 있어서 바닷속에 들어오지 못한다는 합리적 의심을 하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이 그 입에 붙인 것이 예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다시 조개 입을 드러낼 수 있어야 그들은 바닷속에 들어올 거예요.
그 날 이후로 어린 물고기들은 나리를 따라 미역 쪼가리를 입에 붙이고 다녔어요. 어른 물고기들은 그런 어린 물고기들을 혼을 냈어요. 그리고 나리가 다시 사람들이 조개 입을 내놓고 다닌다는 소식을 전해 줄 때까지 우리는 더 이상 힘든 공연 연습은 하지 않기로 했어요. 다만, 우리 스스로를 위해서 떼 지어 다니면서 우리가 힘들지 않은 정도로만 왔다갔다하는 연습은 계속하기로 했어요. 나도 그 의견에 찬성했어요. 그래야 사람들이 우리를 다시 찾을 때 우리도 당황스럽지 않을 것 같아요.
사람들이 찾지 않는 바닷속은 고요하기만 해요. 매일매일 새로운 비닐봉지와 플라스틱을 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매일매일 똑같은 비닐봉지와 플라스틱을 보면서 바다 밖의 냄새가 흐릿해져 가요. 그래도 나는 여전히 바다 밖의 꿈을 꾸고 있어요. 얼마 전에는, 윤이 형 옆에 신하처럼 찰싹 붙어 있던 기가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해 주었어요.
“우리 아빠 친구 있잖아. 저기 먼, 먼바다까지 갔다가 앞이 안 보여서 놀라서 도망치듯이 왔다는 그 아저씨 말이야. 그 아저씨가 또 그 바다까지 어떻게 갔는데, 그 아저씨가 깜짝 놀랐대. 그 아저씨가 왜 놀랐는지 알아? 그 마을에 그렇게 많은 물고기들이 있는 걸 몰랐데. 이제 그 바다에서 앞이 훤히 보이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