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는 가족의 소중함
: 거미 가족이 서로 만나기를 기도하며
시 백석, 그림 김정진, 『거미 가족』(꼬마이실, 2022)
봇짐을 진 부모님과 작별하며 눈물을 훔치던 아이가 밤이 되면 문밖에 서서 하염없이 부모님을 기다린다. 아이의 뒷모습에서 서글픔이 느껴지지만, 할아버지, 할머니, 닭과 병아리, 강아지들, 장독대, 가마솥이 있는 아궁이 등이 있는 집안의 풍경은 정겹기만 하다.
오늘도 부모님은 오시지 않았다. 실망한 아이가 호롱불이 켜져 있는 방 안으로 들어왔다. 방바닥에 있던 새끼 거미 한 마리가 보이자 별생각 없이 아이는 그것을 하찮게 여겨 문밖으로 쓸어 버렸다.
그리고 돌아서니 새끼 거미가 있던 자리에 어느샌가 큰 거미가 와 있었다. 아이는 큰 거미가 마치 아까 자신이 무심코 쓸어 버린 새끼 거미의 어미 같아 마음이 쓰려왔다. 아이는 이제 큰 거미가 새끼가 있는 곳으로 가기를 바라며 문밖으로 내놓았다.
그런데 또 어디서 왔는지 무척 작은 새끼 거미가 큰 거미가 있던 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아이는 너무 작은 이 거미를 차마 쓸어내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어 본다. 이 작은 새끼 거미는 아이의 손이 무서웠는지 서운하게도 달아나 버렸다. 아이는 작은 거미를 종이에 받아 올려 문밖으로 버렸다.
아이는 그 거미 세 마리가 모두 가족일 것 같았다. 아마도 그 모습에서 자기 가족들의 모습이 이입되기도 했을 것이다. 그래서 제발 그 거미들이 새끼 거미를 걱정하며 기다렸다가 모두 만나기를 아이는 바랬다. 마치 마당에서 함께 지내는 백구 가족들처럼 말이다.
이 그림책의 글은 1936년에 출간한 백석 시인의 시집 『사슴』 실린 ‘수라’라는 시이다. ‘수라’는 불교 신화에서 싸움을 일삼는 귀신을 일컫는다. 거미들에게 수라는 가족들을 헤어지게 만든 수라 같은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또, 일제강점기라는 시대 속에서 가족들이 헤어져 살수 밖에 없었던 그 시대가 수라일지도 모르겠다.
글은 여기서 끝난다. 하지만 그림은 새로운 이야기를 좀 더 들려준다. 아이의 부모님은 떠날 때의 모습대로 건강하게 돌아왔다. 양팔을 벌려 한달음에 달려가는 아이의 모습이 너무나 행복해 보인다.
거미들이 수라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서로 만나 행복한 가정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그 연민의 마음이 일제 강점기에만 있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요즘에도 서로 헤어져 사는 가족들에게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해 주는 것 같다.
10개의 문장만으로 눈에 보이는 듯한 이야기로 써진 시와 따뜻한 그림이 과거의 이야기, 역사 속의 이야기를 한 번 생각해 보게 하고,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가족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하는 울림을 주고 있는 것 같다.
수라
- 백석 -
거미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모
생각 없이 문밖으로 쓸어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어니젠가 새끼거미 쓸려나간 곳에 큰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거미를 쓸어 문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싹기도 전이다
어데서 좁쌀만한 알에서 가제 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리도 못한 무척 적은 새끼거미가 이번엔
큰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어미나
분명이 울고불고할 이 잣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아나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이 보드러운
종이에 받어 문밖으로 버리며
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며 있다가 쉬이 만나기나 했으면
좋으련만 하고 슬퍼한다
<우리 아이의 한 마디>
나는 아빠가 출장 가셨을 때, 며칠 떨어져 있는 것도 힘들었는데, 부모님을 떠나 있는 아이의 마음은 얼마나 힘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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