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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미 Sep 20. 2023

호랑이가 떡집 차린 사연

: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서현, 『호랭떡집』(사계절, 2023)          




커다란 무지개떡 같이 생긴 재미있는 그림책이 있다. 무지개떡 그림의 표지를 열면, 떡배달을 가면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을 제일 먼저 만날 수 있다. 이 사람이 어디로 배달을 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점점 더 경사지고 깊이 있게 그려진 노랫말 그림에서 굽이굽이 굽어진 고갯길이 앞으로 펼쳐질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한두 장 넘기면, 그 예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고갯길에 숨어 있는 호랑이도 만날 수 있다. 마치 깊은 산속에서 떡을 가지고 집에 가던 오누이의 어머니를 잡아먹은 호랑이처럼 이 호랑이도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고 말할 것 같다. 



하지만 이 예상은 유쾌하게 빗나갔다. 


이 호랑이는 마치 ‘해와 달이 돼 오누이’라는 이야기 속 그 호랑이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다. 이 호랑이는 우연히 맛본 떡 맛에 반해 달토끼 떡 연구소에서 전통 떡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떡집을 차렸다.  



어느 날, 지옥에서 걸려온 염라대왕 생일 떡 주문에 호랑이는 새로운 경험을 한다. 호랑이는 밤새 만든 생일 떡을 가지고 지옥에 들어섰다. 그런데 호랑이가 한 걸음 뗄 때마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며 요괴들이 달려들어 생일 떡을 모두 먹어 버렸다. 

결국 떡이 모두 없어져 호랑이는 자신의 몸에 떡고물을 발라 떡인 척했다. 호랑이는 떡이 되어 염라대왕 생일잔치에 갔다.      



염라대왕이 떡인 줄 알고 호랑이를 한 입 베어 물었다. 호랑이는 아파서 펄쩍펄쩍 뛰었다. 그 요란스러운 모습에 진짜 떡을 먹은 요괴들이 멀미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먹었던 떡을 모두 뱉어냈다. 


 

그런데 그 떡들이 떡 요괴가 되어 나왔다. 가래떡, 인절미, 찹쌀떡, 쑥개떡, 백설기, 절편, 시루떡, 경단, 약식, 송편, 약과 요괴들은 자신들의 모습을 무기 삼아 요괴들을 공격했다. 지옥의 요괴들과 떡 요괴들이 싸우는 모습이 익살스럽게 그려져 있다.      



호랑이는 이 떡 요괴들 덕분에 무사히 자신의 떡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들이 만들어준 ‘지옥떡’으로 호랑떡집 앞은 문전성시를 이루게 되었다. 



늦은 밤 영업 끝난 호랭떡집 앞에 염라대왕이 떡을 사러 왔다. 떡집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염라대왕의 쓸쓸한 뒷모습으로 그림책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책을 덮어버렸다면, 이 그림책의 10% 재미를 놓치는 것 같다. 왜냐하면, ‘둥둥 둥둥’ 북소리를 내며 마지막 책장 아래에서 책장을 살짝 열어젖힌 호랑이가 다시 등장해서 요괴가 된 떡들과 떡을 먹은 요괴들의 뒷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염라대왕은 자신의 생일 떡을 몰래 먹은 요괴들이 괘씸해서 벌을 주었다. 지하감옥에 갇힌 요괴들은 반성하기보다는 자신들이 먹고 뱉으면 무엇이든지 요괴가 된다는 사실에 재미있어 했다. 그런 요괴들의 모습에 염라대왕은 더 화가 났다. 그 모습이 재치 있게 그려져서 마치 한 편의 유쾌한 드라마 같이 보인다. 



이미 알고 있던 등장인물이 내놓은 익숙한 이야기인 듯하지만, 현대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예상하지 못하는 새로운 이야기가 흥미롭고 재미있다. 만화처럼 펼쳐지는 등장인물들의 과장된 그림과 세세한 특징들의 표현이 독자로 하여금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하는 것 같다. 떡집에서 만들어내는 다양한 떡처럼 읽는 사람마다 다양한 이야기가 만들어질 것은 기대가 생긴다.                     






<우리 아이의 한 마디>

나는 떡을 좋아하지 않는데, 호랭떡집의 지옥떡은 먹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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