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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미 Apr 24. 2024

산다는 것은

: 생명의 촛불이 꺼질 때까지 

 글/그림 볼프 에를브루흐, 번역 김경연, 『내가 함께 있을게』(웅진주니어, 2007)          




오리 앞에 ‘죽음’이 나타났다. ‘죽음’은 저승사자의 해골 모습을 하고 있다. 그 모습이 무섭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다. 강렬할 뿐이다. 숨기듯 몸 뒤로 들고 있는 자줏빛 튤립이 강렬한 인상과 모순되는 것 같으면서도 오리와 ‘죽음’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이미지에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Duck, Death and the Tulip이라는 원서의 제목이 던져준 궁금증이 풀리는 순간이기도 하다.           




     

오리는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가 자신의 뒤를 따라다니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것이 ‘죽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죽음’이 오리에게 자신을 소개했기 때문이다.       


    

‘죽음’을 마주한 오리는 ‘죽음’이 자신을 데리러 온 것인지 물었다. 죽음을 마주하면 당연히 ‘이제 내가 죽을 때구나’라는 두려움에 누구라도 이렇게 먼저 물을 것이다.           



‘죽음’은 오리의 질문에 예상 밖의 대답을 내놓는다.           


“그동안 죽 나는 네 곁에 있었어.”          


지금이 인생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언제든 어떻게든 뜻하지 않게 죽을 수 있지만, 죽음이 항상 삶 속에 있다는 것을 잊고 지낼 때가 많다. 그래서 항상 곁에 있었다는 ‘죽음’의 말이 더 묵직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죽음’은 항상 오리 곁에 있었지만, 오리는 이제야 ‘죽음’을 알아보았던 것이다.     


      

‘죽음’은 만일의 경우를 걱정해 주는 것은 삶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죽음’은 그 만일의 경우 안에서 벌어지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죽음의 문턱에 이르는 것을 안내하기 위해 항상 곁에 있었던 것은 아닐까.   


        

오리는 ‘죽음’과 몇 주의 시간을 보내면서 그들은 서로에게 괜찮은 친구가 되었다.           



연못에서 나와 추워 보이는 ‘죽음’을 오리가 따뜻하게 안아 주기도 하고, 죽음 너머의 세상을  두려워하는 오리에게 그 두려움을 떨쳐버리라는 듯이 ‘죽음’은 재미있는 일을 제안하기도 했다.           



오리는 자신이 죽으면, 자신의 생활 터전이었던 연못이 외롭게 남아 있을 것을 걱정하며 서글퍼했다. 자신이 사라진 세상에서 ‘나’만 사라진다는 생각은 그 남은 세상도 외롭고 슬프기만 하게 만든다.     


      

‘죽음’은 그런 오리에게 적어도 오리 자신에게는 연못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라는 위안을 건네기도 했다. 죽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내’가 사라진 세상은 아무 의미 없는 것이다. 자신이 사라진 세상에서 ‘내’가 살아지면, 결국 모든 것은 함께 사라진다는 것은 자신이 삶의 주인공이었다는 것이 입증되는 것이기도 하다. 삶의 주인이었던 자신의 인생의 막이 내려지는 것이다.           



오리가 죽자 ‘죽음’은 오리를 단정하게 정리해서 자신이 가지고 다녔던 자줏빛 튤립을 올려주고 커다란 강물에 띄워주었다. ‘죽음’이 오리에게 해 줄 수 있는 추모였다. 한참 동안 떠내려가지는 오리를 바라보던 ‘죽음’은 슬펐지만, 그것도 오리의 삶의 끝이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죽음’은 새로운 삶을 찾아갔다. 여우에게 쫓기는 토끼였다.           


 

죽음이 항상 곁에 있다는 것이 두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각을 좀 바꾸면, 언제든 마주할 수 있는 죽음을 두려워하기보다는 그 순간이 와도 후회 없을만한 삶을 살아보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내 세상이 지워지는 것에 대해서 아쉬워하고, 슬퍼하기보다는 재미있게 잘 지내다 간다는 마음으로 딱 지금 오늘을 잘 지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우리 아이의 한 마디>

죽음이 내 옆에 진짜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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