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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미 Jun 01. 2024

오전 8시 15분 빗속의 출근길

: 지각하면 안 되는 출근길 속 만난 인연 

글 허정윤, 그림 이명애, 『지각』(위즈덤하우스, 2022)




아침 출근길의 시간은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가는 것 같다. 집에서 여느 때보다 늦게 나오지 않았다고 하더라고 매일 아침 출근길의 1분 1초는 사람을 초조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런데 출근길에 비도 오고 도로도 막혔다면, ‘혹시나 지각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앞선다. 도착시간이 뒤로 조금씩 늦춰질 때마다 애꿎은 시계만 자꾸 들여다보게 된다. 



그 막힌 도로 위에 버려진듯한 아기 고양이가 멈춰진 차들 사이를 자동차 바퀴 사이를 놀이터 마냥 활보하고 있다면, 출근시간이 줄어드는 그 마음이 더 초조해질 것이다. 




뚫릴듯한 기대감을 주는 자동차의 작은 움직임이 아기 고양이에게는 큰 위협이 될 것 같은 생각에 사람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아기 고양이의 움직임을 주시하게 된다.  





하지만 아기 고양이에게 쏟아졌던 사람들의 시선은 금세 목적지 없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바쁜 출근길에 그 아기 고양이를 구해줄 시간도 없고, 꽉 막힌 도로 위를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면서 아기 고양이를 쫓아다닐 용기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곳이 위험하다는 것을 아기 고양이에게 헤드라이트의 불빛과 경적소리로 알려주었다. 이것은 자신의 상황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할 수 있었던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처럼 한 아이도 자동차 안에서 불안한 마음과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아기 고양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한 순간에 아기 고양이가 보이지 않고, 경적소리가 더 크게 사방에서 들려오자 아이는 아기 고양이가 다시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수가 없었다. 아이는 사납게 내리는 빗속을 뚫고 아기 고양이를 찾아 품에 안았다. 그 순간 사납던 빗방울이 포근하게 느껴지듯이 모든 긴장이 풀리는 것 같다. 



시간에 쫓겨 마음의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시간을 나누고 작은 생명을 소중하게 대하는 아이의 행동이 따뜻함을 넘어 용감했다. 지각해서 억울하고, 짜증 날 수도 있는 아침 출근길이었지만, 지각했다는 사실보다 아침에 만난 아기 고양이와 한 아이의 인연에 마음 한편이 몽글몽글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한 생명이 내몰려지는 상황 속에서 한 호흡의 여유와 인간다운 마음 한 마디가 그 시공간을 더 훈훈하게 만들어 준 것 같다. 





<우리 아이의 한 마디>

한 번쯤 하는 지각은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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