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조각을 찾아 여행 중인 너에게’ 들려줄 말

: 명언집 같은 그림책

by 박세미

이혜정, 『...라고 말했다』(길벗어린이, 2020)




하얀 책 표지 위에 하얀 천을 뒤집어쓰고 있는 사람의 얼굴이 붉다. 위태로워 보이는 듯한 그의 시선이 붉은 띠를 두르고 있는 검은 알에 꽂혀 있는 것 같다. 또 알 속에는 아직 세상 밖에 나오지 않은 검은 새가 눈을 감은 채 한껏 웅크리고 있다. 언젠가 새는 알을 깨고 나올 것이다.



드디어 알이 깨졌다.



‘아무것도 일어나고 있지 않는 것 같은 순간 속에서도 이미 무언가가 자라고 있어, 무언가가 변하고 있어’라는 말이 알의 파편을 따라 있다. 이 말은 그 알 속에 있던 새가 세상 밖으로 나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가만히 있는 알이었지만, 그 알 속에 있던 새는 그 알을 깨기 위해 쉬지 않고 움직였을 것이다.



하얀 바탕 위에 그려진 강렬한 검고 붉은 그림은 시선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고, 그 사이로 흐르는 이야기들은 인생에 자신 없는 순간을 맞이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건네주고 있다.



나비, 애벌레, 새, 고슴도치, 뱀, 해마, 곰, 개미, 호랑이, 백조, 양, 고양이, 원숭이, 고래, 두더지, 소라, 달팽이, 박쥐, 코뿔소, 코끼리, 강아지 등 동물들의 모습을 통해 사람들의 힘든 모습을 달래주고 있다. 동물들에게 보이는 당연한 것들이 전혀 당연하지 않다는 것 자체로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용기를 주기도 하는 것 같다.


나에게 다가온 말들은 ‘두려운 마음을 똑바로 쳐다보면 사실 그 안에는...(Monsters are often in the eyes of the beholder)’과 ‘시작해야 할 때,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When it is time to jump in, jump in!)’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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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에 비친 괴물 같은 그림자는 나의 두려움으로 만들어진 허상일 뿐이다. 두려움을 걷어내면 사실적인 모습이 보일 것이다. 또, 큰 파도가 쳐야 고래가 살 수 있듯이 큰 파도가 쳐야 멋진 서핑을 탈 수 있다.



현재 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의심하고 걱정하고 있는 나의 모습과 앞으로의 일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이 드러난다. 지금의 두려움과 큰 소득 없이 지지부진하게 흘려보내는 내 일에 대한 회의감이 녹아들어 가 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아무것도 일어나고 있지 않는 것 같은 순간 속에서도 이미 무언가가 자라고 있어. 무언가가 변하고 있어(Something’s growing something’s stirring in the stealthy stillenss)’라는 말과 ‘가만히 앉아 쉬는 것도 삶의 일부야(Resting is part of living)’라는 말이 위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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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하게 굳어버린 텅 빈 집 같은 번데기 속에서도 나비가 나올 준비를 하고 있고, 비 오는 날 아주 멈춰 선 달팽이도 자신의 일상을 지낸다는 그림으로 보여주는 이 말들이 나의 일상이 특별하지 않아도 의미가 있는 인생이라고 들려주는 것 같다.



이 그림책을 우리 아이에게 보여준다면 나는 어떤 말을 들려주고 싶을지를 생각해 보았다.



‘스스로 균형 잡는 법을 배워. 처음에는 많이 넘어지겠지만, 괜찮아.(Find your own balance. You will wobble and wiggle but that’s okay.)’

‘너무 복잡하든, 너무 별나든, 너는 너로서 충분해(Be as colorful and unusual as you are)’

‘사람들 속에서도 너는 너의 속도대로, 오른발 왼발(Find your own pace)’

‘앞으로, 앞으로 간다는 게 항상 일직선을 말하는 건 아니야(Life does not flow in a stright line)’



인생을 먼저 살아본 선배 입장에서 우리 아이가 인생이 주는 상처에 좌절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런 말들에 시선이 갔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들려주는 이야기의 무게가 달리 들린다. 뿐만 아니라, 지금 자신에게는 어떤 이야기가 마음에 닿을지를 살펴보면 현재 자신에게 가장 고민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게도 한다.



그래서 자신이 지금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궁금할 때, 이 그림책을 펼쳐보면 뜻밖에 자신을 만나볼 수 있고, 위로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자신의 인생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 같다고 이 강렬한 그림책이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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