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을 쫓는 일상
채다은, 『잠자리채 소년』(고래뱃속, 2023)
한 소년이 있다. 몸은 사람인데, 얼굴은 잠자리채다. 연필로 부드럽게 그려진 그 형체가 날카로운 이야기를 품고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들게 한다.
소년의 얼굴 잠자리채 안에는 나비가 품어져 있었다. 잠자리채는 잠자리만 잡는 것이 아니라, 나비도 잡을 수 있는 도구였다.
잠자리채 안에 있던 나비가 밖으로 나오자 소년이 잠에서 깼다. 소년은 자신을 떠나 날아가 버린 나비를 다시 잡기 위해 쫓아갔다. 하지만 나비를 잡지 못했다.
나비를 쫓던 소년 앞에 나비를 가진 소년이 나타났다. 그 소년은 병에 나비를 가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둘은 서로 말없이 마주 보고 서 있다. 서로를 바라보는 그 마음은 어땠을까?
잠자리채 소년은 나비병을 가진 소년을 보면서 멍해진 것 같다. 병에 나비가 담겨져 있다는 것으로 부러울 수도 있지만, 나비가 없는 텅 빈 자신의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비병을 가진 소년의 모습에서 자랑스러움이나 뿌듯함이 느껴지지도 않는다. 나비병을 가진 소년에게 나비는 더이상 꿈이 아니다.
병에 담긴 나비를 보면서 잠자리채 소년은 더 이상 나비를 잡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인지, 아니면, 그 소년이 행복해 보이지 않아서였는지, 나비를 잡으려고 하지 않았다. 소년은 자신의 잠자리채에 비, 바람, 물고기, 돌을 담아보려고 애를 썼다. 소년은 나비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을 찾아 헤맸다.
소년은 왜 잠자리는 잡으려고 하지 않았을까?
잠자리채로 잠자리를 잡는 것을 일상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은 꿈이 아니라고 생각했을까?
잠자리채 소년이 고된 하루 끝에 몸을 누이고 무엇을 해야 한다는 그 긴장감을 내려 놓았을 때 소년에게 나비가 찾아왔다. 나비를 잡으려고 하루종일 쫓아다닐 때는 잡히지 않았던 나비가 스스로 소년의 잠자리채 위에 살포시 앉았다.
잠자리채 소년은 이 나비를 다시 잡으려고 할까?
나비는 이 잠자리채 소년에게 왜 다시 찾아왔을까?
소년이 비, 바람, 물고기, 돌을 담아보려고 하면서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은 나비를 잡고 싶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 같다. 소년의 그 마음이 지워지지 않아서 나비가 다시 찾아왔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나비가 다시 찾아왔다는 사실만으로 무언가가 채워지는 기분이다.
꿈을 이루는 것이 삶의 목적이 되는 것은 즐겁지만은 않지만, 일상 속에 스며든 꿈을 찾아 사는 것은 자신의 삶의 방향을 좀 더 분명하게 해 주어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 같다.
꿈을 꾸는 것은 허황된 사치가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에게 부여하고, 용기를 내게 하는 일인 것 같다. 잠자리채로 나비를 잡는 것은 잠자리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