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책 좀 찾아보고요!’
: 책상물림, 백면서생, NERD...
글 김유정, 그림 신상우, 『호랑이 꼬리와 호미』(한국헤밍웨이, 2015)
농사가 너무 힘든 농부는 자신의 아들은 농사를 돕지도 못하게 했다. 그리고 낫 놓고 기억자도 모르던 자신의 신세가 한탄스러워 농부는 자신의 아들은 글공부를 해서 자신과 다른 삶을 살기를 바랐다.
농부의 아들은 서울까지 올라가서 글공부만 했다.
어느 날, 농부는 집에 오는 아들에게 농사에 쓸 호미를 서울에서 사다 달라고 편지를 썼다. 아들은 아버지가 말하는 ‘호미’가 무엇인지 몰라서 책을 찾아보았다. 책에 쓰여 있는 호미는 호랑이 호(虎)에 꼬리 미(尾)라고 쓰여 있었다. 아들은 호랑이 꼬리를 비싼 돈을 주고 어렵게 사 갔다.
농부는 농기구 ‘호미’ 대신 호랑이 꼬리를 사 온 아들을 보고 놀랐다. 이것이 시작이었다. 아들은 불이 나면, 불을 끄는 방법을 책에서 찾고, 무너진 담에 아버지가 깔려 있어도 먼저 책을 뒤적였다. 아버지는 그제야 아들을 잘못 키웠다는 것을 깨달았다.
화면 전체를 가득 채우는 해학적인 그림과 아들의 어리석은 행동이 웃음이 나게 한다. 하지만, 그냥 웃을 수만은 없게 하는 씁쓸한 마음과 남의 이야기 같지 않은 걱정스러운 마음이 교차한다.
아이들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좋다는 것을 부모의 경험 안에서만 결정해서 아이에게 준다면, 부모와 같은 경험을 해 보지 않은 아이는 그것이 좋은 줄도 모르고,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
농부의 결정으로 아이가 글공부를 한 것이 아니라, 아이가 원해서 했다면 아이는 책만 찾는 바보가 되어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아이는 글공부를 하는 목표가 있었을 것이다. 목표 없이 공부한다는 것은 시간만 낭비하는 일이 된다.
또, 아이가 아버지의 일을 도우려고 했을 때, 돕게 했다면 아이는 아버지가 생각하지 못하는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을 수 있었을 것이다. 농사일을 돕는다고 해서 모두가 농부가 되지는 않는다.
책이 주는 지혜를 지식으로만 생각해서 인생을 편안하게 살 수 있는 도구로 생각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인 것 같다. 인생은 책에서 알려주는 것으로만 살 수 없다. 글로 배우는 것도 중요한 것들이 있겠지만, 그에 앞서 사람 속에서 함께 살면서 느끼는 배움이 더 중요한 것들이 많은 것 같다.
책은 간접 체험이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지금은 직접 체험이다. 사람 속에서 부대끼며 실행착오를 통해 아이가 배워나가는 것들을 기다려주고, 그 선택을 존중해 주는 부모의 태도가 필요하다. 인생의 답이 적힌 책은 없다.
이 그림책을 읽고, 농부와 아들의 모습 모두 나에게 있었다. 아이를 임신하고, 낳고, 키우면서 수많은 육아서를 봤고 아이가 그렇게 책대로 크는 줄 알았고, 아이에게 내가 본 세상 중 가장 안전하고 멋있어 보이는 세상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단순한 이야기 같은데, 이 그림책을 읽고 나서 내 머릿속에는 수만 가지의 생각들이 떠돌아다녔다. 떠돌아다니는 그 생각들이 부질없는 것을 알면서도 온전히 아이의 자립을 바라보지 못하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미련이 남아서 그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