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께 시간 보내기
2025년이라는 시간이 내가 알지도 못하는 우주에서 그냥 ‘뚝’ 내게로 떨어진 것 같다. 나는 아직 새로운 시간을 열 마음의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는데, 나에게 2025년이 ‘훅’ 하고 다가왔다.
1년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하루 종일 생각해 봤다. 계획이라는 말은 너무 거창하고, 삶의 방향을 정한다는 것은 너무 무겁다. 그저 1년 동안 내가 나를 지키며 살아가는 방법을 정리해 보는 것뿐이다. 이것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지지도 않고, 내가 한심하지도 않다. 나를 다독이는 수단일 뿐이다.
항상 나는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에 관심을 두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내가 건강해서 이루고 싶은 것들을 해내고 싶어 하기만 했던 것 같다.
올해도 여지없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것으로, 나의 2025년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별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롭게 시작한 일을 열심히 하고, 하던 일들을 꾸준히 하는 것이 전부다. 그것의 성과는 내가 장담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는 것만큼 해내면 될 뿐이다.
그렇다면.... 생각이 멈추었다.
그때, 오늘 부모님을 모시고 출국하는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출국 준비로 정신이 없을 것 같아서 비행 전에 내가 전화하려고 했는데, 동생 전화가 먼저 오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얼마 전에 비행기 참사를 보면서, 그 비행기 안에 탄 사람들 대부분이 어떤 마음으로 여행을 다녀왔을지가 느껴져 뉴스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힘들었다. ‘가족’이라는 그 울타리가 주는 행복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더 가슴이 아려왔다.
그래서인지 부모님과 동생이 떠나는 여행이 처음이 아닌데도 이번에는 더 마음이 쓰인 것 같다. 영상통화를 다시 걸어 얼굴을 보면서 여행을 잘 다녀오시라는 마음을 전했다.
그리고 내가 올 한 해 내 부모님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팔십 하나의 아버지와 일흔일곱의 어머니가 아직도 정정하게 해외여행을 다니시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새삼스럽게 고마웠다. 동시에 앞으로 몇 번이나 가능할까 하는 슬픈 마음이 두둥실 떠올랐다.
며칠 전 남편이랑 큰 소리 내고 싸우고 나자 나는 ‘우리 집’에 가고 싶어졌다. 우리 집. 우리 엄마와 아빠가 있는 ‘우리 집’ 말이다. 친구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친구가 크게 웃었다. 웃을만하다. 내가 결혼한 지 18년째다.
나는 내가 힘들 때 제일 먼저 부모님을 떠올리는 것 같다. 부모님은 항상 그 자리에 계셨다. 그런데 앞으로 얼마나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는 알 수가 없다. 올 한 해만큼은 나의 시간을 부모님과 함께 많이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더는 늙지 않고, 그 자리에 항상 계셨으면 하는 욕심으로 부모님의 시간을 붙잡아 보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