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도 나도 공부를 못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막연히 생각했다. 우리가 아이를 낳으면, 자연스럽게 공부도 어느 정도는 하지 않을까 하고.
하지만 요즘, 중학교 2학년이 된 큰아이를 가르치다 보면 그 기대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깨닫는다. 글을 쓰는 지금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아이를 바라보는 아버지의 마음은 어딘가 녹아내리는 듯하다. 세상이 외모, 재산, 성적이라는 기준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경험했기에 더 뼈아프다.
돌아보면 부모님은 사랑은 많이 주셨지만 공부에 대해서는 방임에 가까웠다. “공부해라”라는 말조차 들어본 적이 없다. 그저 먹고 사는 데 바빠 신경 쓸 여유가 없으셨을 것이다. 겁이 많고 소심했던 나는, 우수한 학생은 아니었지만 맡겨진 건 성실히 해내는 편이었다. 학원 한 번 다니지 않고 수업만 열심히 들었지만, 공부를 해야겠다 마음먹으니 고1까지 중하위권이었던 성적이 졸업때에는 꽤나 우수하게 졸업할 수 있었다.
그런 극복의 경험 때문인지 부모마음인지 아이를 바라보면 답답한 마음이다.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하면서도 쉽지 않다. 중학 성적이 곧 아이의 인생 성적이 될까 두렵다.
나는 아이에게 몇 마디 조언을 늘어놓는다. 마치 그 말이 아이의 삶을 바꿔줄 수 있을 거라 믿는 듯이. 하지만 실은 나도 여전히 배워가는 중이고, 답을 알지 못한 채 헤매는 사람일 뿐이다. 같은 자리에서 갈팡질팡하면서도, 아들에게는 마치 답을 아는 듯 말하고 있는 모순이 때로는 부끄럽다.
내가 아들에게 줄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그저 옆에 앉아 시간을 함께 보내는 일, 함께 고민하고 같이 머뭇거리는 순간들. 지금은 나와 너의 대화가 그저 말다툼처럼 들리겠지만, 언젠가 살아가며 맞닥뜨린 어떤 순간에는 아빠의 말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