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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버드 Feb 24. 2023

발리 서핑캠프의 일상과 갈등

장기여행을 하는 커플의 갈등


발리에서 2주동안 서핑캠프에 참여했다. 세계여행 동선을 어떻게 짜야하나 싶었는데, 여행을 떠나기 8개월 전 호주행 티켓을 끊었고, 그 다음엔 호주에서 가기 쉬운 발리로 가기로 했다.


발리를 2016년에 일주일 정도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 다음엔 서핑을 하러 다시 발리에 오겠다고 다짐을 했었다. 발리는 서퍼의 무덤이었다. 우리가 발리를 다녀온지 두달이 지났는데, 여전히 서핑캠프에 있는 사람도 있고 한국에 들어갔다가 다시 온 사람들도 있었다. 우리와 비슷한 레벨이었던 사람들이 이제는 자신의 보드를 샀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나도 더 오래 있고 싶었지만, 애인과 2주로 타협을 했다.


서핑캠프의 일상은 단조롭다.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2시간 정도 서핑을 하러 간다. 그날그날 파도 상태에 따라서 가는 곳도 다르고 기상시간도 다르다. 아주 빨리 가는 날에는 5시 쯤에 가기도 했다. 그렇게 서핑을 가면 그시간에도 꽤 사람이 있다. 어떤 날에는 해변에서 서핑을 하기도 하고, 어떤 날에는 배를 타고 리프로 들어가서 서핑을 하기도 한다.

인도네시아 현지인 인스트럭터가 바다에서 밀어주기도 하고 코칭도 해준다. 캠프의 인스트럭터들은 수준급 선수들 이었다. 가끔 인스트럭터가 파도를 타는 것을 보고 있으면 경이로울 정도였다. 귀하신 분들이 누추한 나의 보드를 밀어주고 계셨다.

파도를 타면 아주 키가 커진 기분이다. 파도와 한몸이 되어 피도를 타는 게 서핑인것 같다. 물론 파도는 쉽지 않아서 자주 굴려서 내쫓아 보내고, 못들어 오게 뱉어냈다. 6년전 처음 발리 파도에 통돌이를 당한 날에는 이렇게 죽을 수도 있겠구나 놀랬었다. 초보 서퍼인 나는 망연자실해서 울고 싶다가도, 파도가 잠잠해 지면 이때다 하고 들어갔다.

바다 밖에서는 우리의 영상을 찍어주고, 서핑을 끝내고 돌아와서 영상을 보며 리뷰를 한다. 그 이후엔 자유시간이다. 더 연습을 하기도 하고 낮잠을 자기도 했다. 바이크를 타고 밥을 먹으러 가기도 하고 배달을 시켜 먹기도 했다. 마사지를 받고 가끔은 선셋을 보러갔다. 우기였지만 다행히 우리가 서핑캠프에 있는 동안에는 비가 많이 오지 않았다. 하지만 습하고 더웠다.

서핑을 하지 않는 일요일에는 더 남쪽으로 놀러가고, 전날 다같이 술을 마시고 다음날 다같이 밥을 해먹기도 했다. 카버보드를 타러 스케이트 파크에도 다녀왔다.


2주는 서핑실력이 늘기에는 너무 짧은 기간이었다. 그렇지만 많은 상처를 얻었다. 서핑캠프에는 약이 아주 많다. 살은 조금 쪘고, 피부는 많이 탔다. 재미도 있었지만 좌절도 많았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애인과 많이 싸웠다. 나는 서핑을 마치고 어디라도 가고 싶었고, 애인은 쉬고 싶어했다. 한국에서도 서로 알고 있던 성향이었지만, 장기여행을 오니 그 부분이 더 크게 느껴졌다. 호주에서는 절반은 빡쎄게 다니고 절반은 쉬었어서 그런 갈등이 덜 했던것 같은데, 발리에서 부터는 그 부분을 조율 한다고 갈등이 좀 있었다. 여행이 3개월이 넘은 지금까지도 그부분을 맞추는 게 쉽지 않다.


발리 다음엔 어디에서 서핑을 할 수 있을까. 이번 여행에서 스리랑카를 가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조금 무리가 있을 것 같아서 가지 않기로 했다. 얼른 다시 파도를 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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