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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드나무 Feb 22. 2020

2020.02.22

주말만 되면 뒤엉켜버리는 수면시간 덕분에, 주말 내내 멍해있기 일수다. 아침에 자서 오후 늦게 깨는 평일과, 자정 즈음 자서 아침에 일어나는 주말. 시차 적응을 거리와 위치에 따라 하지 않고 날짜, 요일에 따라 겪고 있다. 그래서 최대한 피곤한 상태로. 그러니까, 주말엔 저녁에 자서 아침에 일어나야 하니까, 금요일은 오전 6시 퇴근 후에 잠을 자지 않고 버티기도 해 봤다. 그러나 몸이 기억하기로 자정이 지난 시간은 몸도 정신도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시간이라서 그런지 결국 매번 세 시간을 넘기지 못하고 깨 버린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해가 뜨면, 그때 잠이 쏟아진다. 눈이 저절로 감겨서 무엇도 하기 힘들다. 그래서 또 자려고 누우면… 역시 몇 시간 못 자고 깬다. 몇 시간이지만 이전에 잤었기 때문이겠거니. 주말은 항상 푹 자지 못한 것이 영 억울하다. 힘들게 일하고 맞이한 주말인데! 푹 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안 잔 것도 아니라서.


그 이후의 시간은 일단 깨어는 있는데. 무기력하고 축 처진 무거운 몸은 이불속과 부엌을 좀비처럼 오갈 뿐 전혀 생산적인 무언가를 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면 주말은 지나가 있다.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않으면 주말은 정말이지 휙, 하고 지나가버린다. 오늘도 그런 상태였지만, 더군다나 코로나 19로 전국이 공포에 휩싸여 있어 어디 쉽게 나가지도 못하는 요즘이지만. 면도도 하고 머리도 감고 가방도 주섬주섬 챙기고 마스크도 끼고. 그러고 나왔다. 뭐라도 하려고. 안 그러면 진짜 가게일이 내 인생의 전부가 될 것 같아서. 내 꿈, 좋은 글을 쓰는 작가가 되는 꿈은 언제까지고 꿈으로만 남을 것 같아서.


집에서 한참 멀어지고 나니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챘지만, 다시 집으로 돌아가면 나오지 못하는 것을 알기에. 내 의지는 그렇게 나약하지 않아! 그래서 오늘은 매번 마시던 아이스 아메리카노 대신에 당이 충분히 들어간 딸기 요구르트를 먹는다. 상을 주었으니 이제 더 좋은 것들을 생산해봐! 뭐 이런 마음도 더해서.




재밌는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쓰고 싶은 소설의 소재가 두어 가지 떠올랐다. 이야기의 시놉을 써 놓고 저장을 해 두었는데, 좀처럼 손을 못 대고 있다. 이런 한 두 장 짜리 일기 같은 글이야 언제든 써내겠지만, 긴 호흡이 필요한 글은 지금 상황에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꾸준하게 글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데… 분명 내 첫 책이 200페이지에 달하는 짧지 않은 글이었지만 있던 사실을 잘 꾸미는 것과, 하나의 세상을 창조하는 것은 요구하는 체력이 다르다. 아니 다를 것 같다.



사실 지인들에겐 누누이 말해왔던 것이, 내 첫 책은 마음에 차지 않는다는 것. 그건 책의 완성도를 떠나서 그만큼 내가 애정을, 삶과 시간, 마음을 투자하지 않고 나도 모르게 턱 하고 나와버린 책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제 쓰려고 하는 글은 조금 더 잘 쓰고 싶다. 그런 마음이 크니까. 벌써부터. 시작도 전에 내 많은 것을 담아내고 싶어 하니까 이미 두렵고 어려운 것이다. 마치 연애처럼. 연애를 지금 무척이나 하고 싶지만, 내 상황과 글에 대해 투자해야 할 시간과 마음이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을까. 상대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지만, 난 그렇게 할 수 있지만 지금은 그렇게 못하니까. 못해주는 내 모습을 보는 것이 힘들어서. 그래서 하지 않는 것처럼. 글도 내 마음에 완전히 차게 하려면 글 자체에 투자하는 숭고하고 고결한, 때에 따라서 비참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 하지만 지금 나에겐 그런 인생은 없다.




내가 바라는 대로 하려면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겠지. 가게도 그만두어야 할 테고, 연애도 하지 말아야 하고. 아무도 나를 방해하지 않는 외딴곳에서. 아침마다 뜨거운 커피를 내려 마실 수 있는 환경에서. 그런 환경에서 글을 쓰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의지가 빈약하기에 상황이라도 완벽했으면 하는 마음이란 걸 안다.


바꿔야 하는 것은 마음일까 상황일까. 끝도 없이 반복되는 고민을 오늘도 한다. 아직 시간이 이 고민을 해결해 주지 못해서, 그저 기다리고 있다. 이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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