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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드나무 Apr 17. 2020

IF

한 번씩 그런 생각을 한다. 꿈이 없는 사람이었다면. 작가가 되고 싶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난 어떤 사람으로 살아왔을까? 분명 글이 좋았지만, 글을 쓰는 것이 좋았지만 이것을 업으로 삼아야겠다고 결정한 것은 대학생 때였다. 교수님을 찾아가 취업계를 내고 편의점 일을 시작한 그 결정. 그때의 느낌은 좋아하는 일을 돌아 돌아 이제야 찾은 느낌이었다. 설레고 행복했다. 



출발하는 지점에선 마치 꿈을 찾아 떠나는 산티아고처럼 재밌고 다양한 일들이 일어날 것 같았다. 그러나 쉬운 길이 아니었다. 작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창작의 고통이 아니라 글을 쓰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마음먹고 글을 쓸 시간이 부족했고 정서마저 불안해졌다. 인생은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어서 나의 인생만 책임진다고 살아갈 수 있는 삶이 아니었다. 그런 환경에 놓여보지 않아서, 정말로 글만 쓸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졌을 때 나의 모습을 본 적은 없지만, 그런 환경을 바라지만 그렇게 살 수 없는 지금의 삶이 나를 초라하게 만들고 외롭게 했다. 명확한 꿈이 있고 어렴풋하지만 걸어갈 방향을 안다. 하지만… 그 길을 알지만 자꾸만 다른 방향으로, 또는 정체하거나 반대로 걸어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 나를 좌절하게 만든다.

어쨌든 꿈이 있으니 아주 멋진 일이라고 말해주는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말하는 사람의 의도와 상관없이 항상 듣기 힘든 말이었다.



그래서 때때로 생각한다. 나에게 꿈이 없었더라면. 그저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꿈이었다면. 축구나 다른 여러 운동들과 그림, 음악과 같은 재밌어하는, 적당히 취미로 즐기는 것처럼 글도 이런 좋아하는 것들과 마찬가지로 가벼웠다면. 그렇다면 내 인생은 조금 나아졌을까?


지금 겪는 인생이 추워서 겪어보지 않은 인생이 참 따듯해 보인다.


조금 더 있다가 다시 찾아올까, 어디 도망가지도 않을 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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