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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드나무 May 22. 2020

끝맺음

고작 30년 인생이 말하는 인생학

시작과 끝, 그리고 과정. 우리는 편의상 어떤 일을 할 때 시작부터 결과에 이르기까지 세 단계로 분류한다. 시작에는 동기가 필요하며 일단 시작하고 나면, 그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의지다. 의지를 불러일으키는 동기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일단 일을 시작했다면 죽이 되는 밥이 되든 의지를 이어나가 결과를 보는 것이 좋다. 어떤 일의 끝을 보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인생의 아주 소중하고 중요한 경험이 된다.


혹 자신이나 그것을 지켜본 다른 사람들의 평가가 ‘실패’라도 괜찮다. 이 결과로써 경험한 실패는 도중에 포기하여 얻은 실패와 그 농도부터 다르다. 할 수 있는 만큼 해 보고, 그에 대한 결과로 실패라는 결론에 도달해야 그것이 내 인생의 자산이라 부를 수 있는 경험이 되는 것이다. 그 경험들이 쌓이면 내 한계를 알게 된다. 어디서부터 성장해야 하는지 미래를 설계할 힘이 생기며, 어떤 일이든 겸손하고 현실적인 시작을 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중도에 포기해버린 경험은, 단지 시간낭비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아마도 노력했다면 됐을 일’이라는 프레임을 씌워버린다. 이 오만한 생각은 다가올 미래에 대한 억측을 부르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과신한 채 갈팡질팡 인생을 헤매게 할 것이다.

뭔가 거창한 일에 대한 것이 아니다. 하다못해 학교에서 내주는 과제나 시험 하나도 노력과 시간, 정성을 들여 마무리해 봤다면 알 수 있는 것들이다. 이런 노력이 들어가지 않은 시험이나 과제는, 점수에 관심도 없을뿐더러(있다 해도 운 좋게 좋은 점수를 받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일 것이다) 점수 자체가 두려움의 대상이다. 공들인 과제나 시험은 그 점수를 기다리기 마련이다. ‘시험이 이런 식으로 나오는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사람은 교과서를 보고 꼼꼼하게 공부를 한 사람이다. 노력을 한 사람만이 결과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고 부족한 점을 찾아 보완할 수 있다.


물론 어떤 일이든 무조건 끝을 보는 것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때로는 도중에 포기하는 것이 현명하며, 끝을 보는 것보다 더 도움이 되는 것들도 있다. 끝까지 가 보는 것이 나을지, 아니면 이대로 포기하는 것이 더 나을지 구분하는 것은 (어떤 복잡한 문제건 간에) 그리 어렵지 않다. 아마 정답은 누구보다 그 일을 시작한 본인이 가장 잘 알 것이다. 도중에 포기하는 이유가 스스로에게 변명처럼 들리고 자신을 정신적, 물질적으로 지지해준 사람들 앞에서 그 포기하는 이유가 당당하지 않아 그들이 건네는 위로가 부담스럽다면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가보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아닐까 생각한다. 반대로 포기하는 것이 더 나은 일은, 대부분 나와 그다지 상관없는 제삼자의 눈에 볼품없이 비치는 것이 두려운, 자존심이 엮인 일들일 것이다.


그런 크고 작은 일들의 ‘끝’을 경험한 사람들은 대부분 30대에 이르러 그 결과물을 얻는다. 시험에 합격했을 수도 있고, 원하던 직장에 취직했을 수도 있다. 조금 이르게 사회생활을 시작했다면 그에 걸맞은 사회적 지위를 얻었을 것이고, 사업을 했다면 노하우가 조금씩 쌓여가고 있을 것이다. 이 시대에 우리는 이런 것들을 스펙이라고 부른다. 이 스펙은 나의 삶의 기반을 다져주며 또 다른 시작을 위한 발판이 되기도 한다. 어쨌든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니까. 우리는 그렇게 자신의 인생, 또는 다른 사람의 인생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돼 가는 것이다.


20대는 젊은 나이이다. 젊다는 의미는 생물학적으로 충분히 건강하다는 의미를 넘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을 만큼 시간이 많은 시기라는 뜻이다. 20대는 이제 막 자신을 보호해 줄 울타리가 없는 세상으로 나온 시기이기 때문에(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어떤 선택이든 섣부르고 미숙하며 어설플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떤 어리숙한 결정일 지라도 일단 시작한 일의 끝을 본 사람과, 쉽게 포기하고 또 다른 일을 시작하고 다시 포기하고, 그런 포기한 일 밖에 없는 사람의 인생은 30대에 이르러 확연한 차이를 가지게 된다.


성취에 대한 보상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습관적으로 쉬운 것을 찾기 마련이다. 돈을 버는 것도, 인간관계를 맺는 것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끌어낸 경험이 없는 사람은 그 상황을 이겨 내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포기하는 길을 택한다. 그리곤 더 쉬운 다른 것을 찾는다. 단지 이 상황을 모면할 수 있는 주먹구구식 해결책을 찾는 것에 익숙해있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마음은 커진다. 학생 때는 자신과 같은 위치에 있던 친구들이, 사회에서 노력에 따른 보상을 얻고 자리를 잡는 모습을 보기 때문이다. 같은 시간 동안 그들이 채워간 과정의 시간은 보지 못하고 다만 그 결과를 보기 때문이다. 더 빠르고 쉬운 방법이 있어야 그들과 나란히 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방법은 어디에도 없다. 혹시나 지름길이 있다면 하나다. 그 길을 걸었던 사람보다 더 많이 노력하는 것. 더 오래 앉아 있는 것. 지간 세월을 부끄러움에 방치하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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