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버드나무 Aug 08. 2020

독백

고작 30년 인생이 말하는 인생학.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알바가 있었고 장사가 잘 됐으니까. 그런데 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게 됐다. 알바가 없고 장사가 잘되니까. 그리고 경험상 아마 겨울이면 해야만 하는 것일까 라고 생각할 것이다. 알바가 있건 없건 장사가 안되니까. 그러다가 다시 봄이 오고 알바가 구해지면 할만하다고 생각하겠지. 알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할 만한 일이다. 그럼에도 순간순간 찾아오는 걱정과 힘듦이 생각의 차이를 가져온다. 다행히도 나이를 먹을수록 순간을 보기보다 전체를 보게 된다. 결국 할 만한 일이니까. 지금을 버티면 또 좋은 날도 오니까.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최악의 상황이 무엇인지 겪어봤으니, 그리고 난 그 시간들을 버텼으니. 고통의 시간이 다시 찾아온다 한들 그것이 나를 넘어지게는 해도 포기하게는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조금 아프겠지만 견디다 보면 조금 더 어른이 돼 있겠지. 조금은 기대도 하면서.


그러나 늘 끝을 생각한다. 언제고 같은 삶을 살 거라고 생각하지도 기대하지도 않는다. 나는 법을 잃어버리기 전에 새장을 나가야겠다고 생각한다. 평범함은 내게 어울리지 않다는 것도 안다. 여전한 시간이 지속될수록 작가 유지혁은 죽어간다는 것도 안다.


사실 버티는 힘의 원천은 여전함이나 익숙함에 있지 않다. 그 여전함과 익숙함의 끝에 있다. 새로운 인생에 대한 기대에 있다. 그렇다고 다 포기하고 떠날 만큼 용기 있지도, 무모하지도 않다. 나는 법을 잃어버리는 것은 공중을 나는 새에게는 아주 절망스러운 상황이겠지만, 나는 새가 아니다. 언젠가 여전함과 익숙함이 어울리는 사람이 되는 날이 오면, 또 그런 인생을 살아 보는 것이다. 뜻대로만 흘러가는 인생은 없다. 변화나 정체를 두려워하지 말자. 나에게 인생을 잘 사는 힘은 늘 ‘버티는 힘’에 있었으니.

작가의 이전글 합리적인 선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