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깨우는 시간
가로등과 간판 불만 있다. 원래는 가로등도 없었다. 동네가 먹거리로 이곳저곳 유명해지면서 도로도 새로 닦고 넓히고, 가로등도 만들었다. 이제는 식사시간 전후로 제법 북적거리는 동네가 됐다. 늦은 오후가 지나면 이곳저곳 식당들의 간판 불이 꺼진다. 마침내 가로등과 우리 가게 간판 불만 남으면 밤샘 일이 시작된다. 알바들에겐 이 무료한 시간에 할 만한 일거리를 이것저것 준다. 일을 주지만서도 게으른 나는 일주일에 두 번 이곳을 지키면서 하는 것이라곤 그저 불이 꺼지는지, 켜지는지 밖을 내다보는 것 말고는 특별히 무언가 하지는 않는다. 10년 전부터 이 시간은 나에게 고민거리였다. 충분히 가게일을 찾아 할 수도 있지만 손님이 그다지 많지 않은 이 시간을 나를 위한 무언가에 활용하고 싶었다. 조용하고 몸이 무거운 이 시간을 견디려면 충분히 자극적인 행위를 해야 한다. 게임을 한다거나 친구 또는 연인과 통화를 한다거나. 하지만 그마저도 3시. 4시가 되면 잠들기 마련이다. 아무리 일을 하기 전에 숙면을 취해도 그 시간은 고요하고 정적이다. 모르긴 몰라도 분명 그 시간의 시곗바늘은 다른 시간보다 천천히 갈 것이다. 그 시간을 견디고 나면 출근하는 손님들이 한 명, 두 명. 커피 한잔, 라면 하나. 억지로 시간을 깨워 세상이 돌아가고 있었음을 알려준다. 시간은 항상 흐르고 있었다고.
읽는 수고가 수고스러워 멈추었더니, 쓰기도 멈춰버렸다. 게으른 머릿속에는 항상 독서와 지식의 채움에 대한 욕심이 그득하지만, 멈추어버린 듯 적막한 시간에 열정을 쏟는 것이 쉽지 않더라. 가장 어려운 시간을 견뎌낸다면 날이 밝았을 때 내 마음도 한결 편안하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