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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드나무 Jun 11. 2021

편의점의 모든 것#7

상품의 구성과 운영

창업을 할 때 손님들의 유형을 조사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점포의 물건들도 그에 맞추어 선택하고 진열해야 한다. 캠핑장 근처라면 캠핑용품, 바다 근처라면 주류와 안주거리들, 이처럼 점포의 위치에 따라 손님을 분류하고 그들의 욕구를 파악해야 한다. 초중고 학군 근처 편의점이고 주 고객층 또한 학생들인데 주류가 많은 공간과 상품의 구성비를 차지한다면 운영을 잘못하고 있는 것이다. 편의점은 식당처럼 맛이나 광고로 손님을 끌어모을 수 없다. 경쟁업체와의 승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것은 서비스와 상품의 운영이다. 서비스는 앞서 다뤘으니, 상품의 운영에 대해 알아보자.


첫 번째, 매출 데이터를 근거로 손님의 유형을 파악해야 한다. 우리 점포의 경우 근처에 좋은 계곡이 많다. 실제로 여름철 매출은 겨울철보다 약 두배 정도 높다. 그렇다면 일일 매출, 또는 한 주 매출이 가장 높은 날은 어느 달에 있을까? 한여름인 7월이나 8월일 것 같지만 9,10월이나 1,2월이다. 내가 사는 곳은 멋진 계곡이 있는 관광지로 가는 길목이지만 중심지와는 조금 떨어진 시골의 작은 동네면서 로드사이드에 위치해 있다. 따라서 추석과 설날이면 귀경객들이 오가며 한 번씩 꼭 들리는 곳이다. 그래서 연중 일일 최고 매출을 기록하는 날은 ‘여름 어느 날’이 아니라 추석 또는 설날이다. 하지만 이 한철 장사로 점포의 명을 이어갈 순 없다. 위에서 분류한 손님을 성과급이라고 생각한다면 기본급은 일용직 근로자 분들이다. 실제로 장사를 하며 만나는, 체감하는 손님들은 대부분이 근처에서 농사를 지으시는 분들이나 공사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이다. 이 손님들은 이날 피울 담배를 사고, 이른 아침 일을 시작하기 전에 간단히 요기를 한다. 또 점심에 먹을 참 거리를 구매한다. 새벽 6시에서 오전 9시까지 이 세 시간은 일일 매출의 30퍼센트, 많게는 40퍼센트 이상을 차지한다.

점포 근처에는 전부 식당이다. 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근로자들은 우리 집에서 시원한 혹은 따듯한 음료를 식 후에 마신다. 매번 먹던 메뉴에 질려하거나 밥 먹을 시간이 촉박할 때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라면, 빵, 도시락과 같은 간편식으로 점심을 해결하는 사람도 있다. 데이터를 보면 점심시간 전 후에 약 30퍼센트의 매출을 올린다.


두 번째는, 첫 번째에서 찾아낸 유의미한 손님층의 분류를 토대로 상품을 구성하고 홍보하는 것이다. 근처에 중형마트가 생기기 전까지 우리 점포는 동네에서 유일한 마트였다. 따라서 모든 상품이 잘 팔렸다. 그때 점포 내부 상품의 상태는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였다. 없는 물건 빼고 다 있었고 상품의 양도 편의점 치고는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창고는 늘 포화상태였다. 하지만 마트가 들어서고 난 후에는 편의점의 특성이 부각되고 대형마트의 성향은 줄었다. 그러면서 점포를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실제로 마트가 들어서고 나서 과자나 라면 종류의 물건들은 유통기한이 지날 때까지 팔지 못한 상품이 많아져서 약 6개월 동안 꾸준히 반품을 했다(CU는 한 달에 정해진 돈만큼 물건을 원가로 반품할 수 있다).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었다. 반품이 가장 많이 발생했던 과자나 라면은 상품의 종류를 줄였다. 대신 도시락과 같은 간편식의 종류를 늘리고, 음료와 아이스크림, 물에 행사를 지정했다. 분석한 손님의 분류에 따라, 그들이 많이 찾는 상품의 구성비를 늘렸고, 마트에 비해 가격경쟁에서 뒤처지는 상품을 줄였다. 마트가 생기고 약 2년 후에 리모델링을 진행했는데, 이를 토대로 매출이 줄었던 과자와 라면은 진열대를 줄이고 매출이 꾸준하거나 비교적 높았던 음료를 더 진열하기 위해 더 큰 냉장고와 냉동고, 쇼케이스를 들였다. 그리고 행사를 하는 상품들은 가게 전면 유리에 홍보물을 부착해서 알렸다.


세 번째는 상품의 트렌드다. CU는 어떤 물건이 잘 팔리고 있는지 전국 각 점포의 데이터를 공유하고 있다. 특정 점포의 데이터를 콕 집어서 볼 수는 없지만 나와 비슷한 유형의 점포에서 어떤 종류의 상품이 잘 팔리는지 알 수 있다. CU는 신제품이 한주에 10-20개씩 쏟아진다. 허니버터 칩이 유행할 때는 ‘허니’가 들어간 상품이 판을 쳤다. 마라 소스 열풍이 돌 때도 있었다. 최근엔 레트로 붐이 일었다. 현재는 레트로의 잔류와 단백질 식품이 성행이다. 이처럼 상품도 유행을 따라간다. 하지만 서울에서 유행한다고 해서 우리 점포에서도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연령층이 40-50대가 많은 우리 지역에서 유행에 민감한 손님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유행에 민감한 상품을 발주하기 전에 충분히 고민할 필요가 있다. 부분별 한 발주는 상품의 재고를 쌓을 뿐이다. 다만 허니버터 칩이나 곰표 맥주, 타이레놀처럼 입지나 손님의 분류와 상관없이 물량이 풀리기 전이나, 특정 상황이 종료되기 전까지 무조건 팔리는 상품도 있다.


이처럼 상품을 구성하는 것은 창업 초기부터 (어떤 사유든) 폐업을 하기까지 점주라면 늘 고민하고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제한된 공간에 수많은 상품을 선택해 진열해야 한다. 잘 팔리지 않는 물건을 유통기한이 지날 때까지 진열장에 전시하기보다 신제품이나 잘 팔리지만 우리 점포에 없는 상품을 찾아 진열해야 한다. 기분 좋은 서비스와 알맞은 상품의 구성은 손님이 매장을 다시 찾게 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다. ‘이 편의점엔 내가 원하는 상품이 늘 있었어’라는 기대가 손님을 재방문하게 만든다. 이런 상품들을 구성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유의미한 데이터는 아주 쉽게 구할 수 있다. 이런 부분을 다루기 어려워한다면 담당 점포에 배정된 SC를 활용하자. (이마트처럼 로열티가 없는 편의점은 모르겠지만 로열티를 나눠가지는 CU, GS 등의 편의점은 SC가 상품관리를 적극 도와준다) 데이터의 분석과 상품의 구성을 돕기 위해 SC가 존재하는 것이니 담당 SC와 데이터를 적극 활용해 점포에 생기를 불어넣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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