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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rdSong Apr 13. 2024

강남 교보문고가 각별한 이유

2024년 3월 8일 금요일 하이클래스 선생님의 글밥

퇴근 후에 강남 교보문고에 들렀다.

(지하철에서 쓰는 중)


《토마토마토마토》책이 나오고 서점 매대에 있는 걸 아직 못 봤고

어제부터 강남 교보문고에는 특별 매대로 책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수상작 광고판과 수상작 세 편이 같이 올라와 있다.


작가에게는 책이 서점 매대에 있는 모습을 보는 일이 아주 특별하게 와닿는다.

인터넷 서점에서는 판매지수나 순위라는 추상적인 숫자들이 내 책이 독자와 만나고 있음을 말해주지만

오프라신 매장에서는 실제로 독자들이 책을 만지고

들고 가기 때문이다.


책이 나올 때마다 광화문 교보문고(우리나라에서 책종류가 가장 많고 신간이 가장 많은 가장 큰 오프라인 서점)와 강남 교보문고를 꼭 가보는데,

특히 강남 교보문고는 나에게 더 각별한 곳이다.


각별하다는 말은

특별한 것들 중에서도 유달리 특별하다는 뜻이다.


강남 교보문고는

작가가 되기를 꿈꿨던 시절,

이 곳에 내 책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꿈처럼 그렸던 곳이다.


그때는 수원에서 교사를 할 때라,

가장 오기 좋은 서울이 강남일대였고

갈 때마다 설레는 큰 서점은 강남 교보문고였다.


이 근처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이 곳에 내 책이 모두 들어가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때였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책을 보러 오는 큰 서점에

내 책이 있다는 생각은,

꼭 이뤄야지! 생각해도 닿기 힘들고

아무리 구체적으로 꿈꾸려해도 쉽지 않은 현실이었다.


그렇게 특별하고도 부러운 곳이어서

첫 책 《나는 87년생 초등교사입니다》를 혼자 기획하고 3달에 걸쳐 a4 120매를 써서 출판사에 투고하는 날,

강남 교보문고에 와서 책 판권면을 일일이 열어보며 출판사 투고 메일주소를 수집했었다.


그때 메일주소를 수집하러 매장에 들어와서

넓은 매장을 보며 한숨을 쉬었던 기억이 난다.


'쓰기는 썼는데 이 중에 내 책을 내 줄 곳이...

있을까? 있겠지? 있으려나?'

생각하며 답답했었고

내 책을 내고 싶은 좋아하는 큰 출판사들과

아마도 내줄지 모르는 중소형 출판사들 메일주소를 수첩에 적으며

손이 덜덜 떨렸었다.


세 달을, 매일, 새벽부터 아들이 어린이집에서 올 때까지 8-10시간을 썼는데

나는 꼭 작가가 되고 싶은데

될 수 있을까? 연락이 올까? 안 오면?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손이 차가워지고 은근히 떨렸다.

신논현역 벌집 건물에 있던 투썸플레이스에서 투고 메일을 보내기 전에

교보문고 뒤에 있는 건물 지하에서 순댓국을 먹는데

좋아하는데 잘 먹히지 않아 꾸역꾸역 먹다가 다 못먹었던 기억이 난다.

뭔가 힘은 내야겠고 먹기는 해야겠고

그런데 떨려서...


그렇게 강남 교보문고에서 수집했던 메일 주소 중에

가장 내고 싶었던 큰 출판사 3군데와 중소형 10군데에 첫 메일을 보냈다.


그 중에 한 곳이 김영사였다.


책코치 없이 책을 혼자 쓰려고 책쓰기 책들을 읽고 일일특강들을 찾아다니며 공부했는데

한 출판전문가는 나에게

큰 출판사들은 교사가 쓴 교육분야 책은 잘 안 내주고 관심도 없으니 중소형만 넣어보라고 했었다.

그래도 나는 내가 좋아했던 대형 출판사들을 포함해서 투고했다.


투고 메일을 보낸 후 김영사에서

이 메일주소는 투고메일이 아니고 독자의견메일이니 다시 보내라며 투고전용 메일을 알려주었다.


메일이 반송되기도 했고 될 가능성도 적은데..

보내지말까 하는 생각이 슬쩍 들던 찰나,

그래도 끝까지 해보자 하고 다시 보냈다.


그리고 김영사에서 내 메일을 열어 본 10분만에 계약미팅을 하자는 전화를 받았다.

꿈인가 뭔가 싶은 사이에 김영사에서 미팅을 빨리 추진하고 1주일만에 계약을 했는데

그 뒤로 대형출판사 두 곳과 중소형 세 곳에서 계약하자는 연락을 더 받았다.


그리고 10개월쯤 후, 김영사에서 첫 책이 나왔다.


내 첫 책은 강남 교보문고에 유발하라리의 책 옆에서 오래 누워있었다

(매대에 눕혀놓은 책들을 누워있다고 표현하고, 주로 잘 팔리는 책들이 매대에 누워있다.)


처음 강남 교보문고에 나온 내 책을

남편과 아들과 보러 간 날,

우리 가족은 지금까지 가본 식당 중 가장 좋은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그래서 강남 교보문고는 이렇게나 각별하다.


그 후 첫 책은 교육분야의 상위분야인 사회정치 분야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누군가는 내 책을 교육분야에 한정하여 보았고,

김영사는 내 책을 사회분야 책으로 보았다.





우리 반 친구들...

오늘 이야기가 길었는데...

이 글을 여기까지 읽은 사람들에게는 꼭 말해주고 싶은 게 있다.


사람일은 모르는 거다.

누구도 너희의 가능성을 단정하도록 놔두지 말고

아쉬움 없이 다 해봐야 한다.


오늘 너희와 첫 일주일을 보낸 금요일이

참 유쾌하고 가볍고 내내 웃게 되고

편안했다.

그리고 강남 교보문고에 와서

특별한 매대에 누운 첫 동화책과,

그동안 쓴 책들이 모두 이 매장에 있는 것을 보니

오늘도 참 특별하게 느껴진다.


긴 글 읽어주어 고맙다.


어제 필사한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사람은 하고 싶은 것을 결국은 해야 한다.

자기가 행복한 일을 해야한다.

그리고 꿋꿋하게 혼자 지난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


감사한 금요일 저녁,

너희와 나누고 싶었던 선생님의

강남 교보문고 이야기...

읽어줘서 고맙다.


주말에 푹 쉬고

새롭게 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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