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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다시 찾아온 불청객

by 쌍꺼풀 오이씨

원래 이 브런치는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과 나의 생각들을 적어 보려고 시작했다.

그런데 생활에 치이고 일에 치이고 감정에 치이고 하다 보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다시 글을 쓴다.


얼마 전에 다시, 좀 크게 우울증이 찾아왔다. 그리곤 길지만 간략하게 줄이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마지막에 거의 다다른 순간, 우리 아이들의 울음소리와 모습이 보였다.

'아빠 가지 마.' '아빠, 가지 마' 두 아이가 울며 달려오는 모습에 행동을 멈췄다.


다음 날 병원에 갔다. 그냥 말이나 하고 싶어 간 병원. 의사 선생님이 내 이야기를 들으시고 한 말.

'지금 당장 병동에 들어오실 수 있으세요?'

'아니요........'

'왜요?'

'기운도 없고 의지도 없고 생각도 없고 다 없어요. 그리고………’

'그리고요?'

'아이들 제가 돌보고 있어서 당장은 곤란해요.'


중증 우울증. 나의 진단명

어떤 이는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고 했지만, 나는 그냥 죽고 싶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온몸으로 막아섰다.


나는 버틸 수 있을까?


우리 아이들이 태어나고 육아를 하면서 체력이 바닥이 되었었다. 계속 바닥이었었다.

그러다 갑자기 찾아온 우울증. 그때는 병동에 입원을 했었다.

병동에서 의사와 몇 차례 상담을 통해 알게 된 나의 병.


소아 우울증.

그때 의사 선생님이 하셨던

'님은 이번에 아파지신 게 아니네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힘드셨었네요.'


결과적으로는 아이들이 알게 해 준 나의 상태.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 이랬다 저랬다.

조금 더 나아지는 시간을 꿈꿔다가, 엉망인 나 때문에 아이들의 인생도 엉망으로 만드는 건 아닌지.......


간절히 도움을 원하는 마음, 동시에 그냥 사라졌으면 하는 마음.

어떤 게 내 진짜 마음일까?


이 글을 쓰는 중에도 아이들이 보고 싶다.

아이들이 감당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훌훌 떠나고 싶다는 마음도 같이.


어떤 게 내 마음일까?


내 마음은, 영혼은 이렇지만,

다른 모든 분들은 행복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다들 행복하세요.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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