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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쌍꺼풀 오이씨 Dec 03. 2020

질문들

아이들과 주고 받는 이야기들

 저는 아이들과 이야기를 많이 해요. 부러 많이 하려고 해요.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할 때, 우리 아이들은 짧지만 강하게 들숨을 쉬어요. 순간이지만 봉곳이 부풀어 오른 가슴을 보면 마치 봄볕이 내려 앉은 병아리 솜털 같다는 느낌을 받아요. 그리곤 목에 힘을 주고, 입술 끝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오물오물 두어번 되새김질 했다가 내뱉을 땐 저는 크게 미소지을 수 밖에 없어요. 

 요 며칠 별자리에 대해 궁금한게 많아 졌나봐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에 카시오페이아 자리, 오리온 자리, 큰곰자리, 작은 곰자리 이렇게 나왔어요. 이게 뭐냐고 물어보길래 

"아빠가 공부하고 알려줄께요."

하고 답해 주었어요. 

"그러면 아빠, 카페시아랑, 오리숀이랑 곰들이랑 공부하세요. 그리고 세종대왕 할아버지 노래도 다 외워오세요(훈민정음 서문이 아이들 보는 책에 스치듯 나왔는데, 그게 뭐내고 해서 엉터리 노래로 나랏말싸미 어쩌고 저쩌고 했더니 굉장히 좋아했거든요.) 그리고 김삿갓 할아버지 아빠(아이들 어린이집 등원길에 있는 군부대 담벼락에 김삿갓 일대기가 그림으로 그려져 있거든요.)도 공부해 주세요." 

 하면서 방방 뛰면서 굉장히 좋아했어요. 

 그 다음날 아이들 등원시키고 나오면서 

"아빠 있다가 데리러 올 때 다 공부해서 올께요"

 하고 인사하고 헤어졌어요. 아이들하고 약속한대로 별자리에 관해 읽어보고, 각 별자리마다 그림도 출력하고, 훈민정음 서문도 다시 외우고, 김삿갓(본명 김병연이라고 저도 이번에 알았어요)에 대해 찾아보고. 아이들 하원시키러 갔더니 아이들이 

"아빠! 공부했어요?"

"그럼 차 타고 가면서 아빠가 다 이야기 해 줄께요"

 집으로 가는 길에 아이들에게 알아온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 해 주었어요. 근데 실망했나봐요. 카시오페이아가 남자가 아니어서, 오리온이 사냥꾼인데 칼들고 방패들고 있어서, 그리고 곰 자리가 기대처럼 귀엽지 않아서. 보통 때 같으면 떠들고 난리 났을 텐데 둘 다 별말 없이 집으로 돌아왔어요.

 집에 들어 온 후 조금 있다가 아이돌봄 선생님이 오셨는데, 참 나 원, 아이들은 아까 실망한 건 어디로 훌훌갔는지, 

"선생님 오리숀이 사냥꾼이었어요!, 사페시아는 아줌마에요! 큰곰은 작은곰 지켜줘요!"

 이런 이야기를 마구 쏟아냈어요. 너무 흥분해서 말을 하니 저는 선생님께 통역을 하고, 선생님은 반응해 주시고 한참 웃었어요. 그러다가 갑자기 아이들이 저에게 물어왔어요. 

"근데 아빠 카페시아 아줌마랑 오리숀 지금은 어디있어요?"

"응. 아주 아주 옛날 분들이라 지금은 없어. 다 돌아가셨어요. 죽었어요."

"왜요?"

"사람은 다 죽어요. 원래 그래요."

"그럼 아빠. 우리죽어요?"

"응. 사람은 다 죽어요. 아빠도 죽어요."

"아빠도요!?"

 그러더니 한 아이가 울기 시작했어요.

 "아빠. 죽지 마세요. 아빠. 죽으면 안되요"

 아이의 그 말이 제 마음을 툭. 쳤어요. 요즘 마음이 힘들어서 많이 쳐져 있었는데, 안좋은 생각이 참 많이 들었는데. 이 아이는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았지? 눈물이 흘렀어요. 그냥 주루룩. 흐느낄새도 없이. 

 그래요. 아이 말대로, 아이 바램대로 최소한 지금은 안그래야죠. 제 아이의 눈물이 바스락 바스락 마른 제 마음에 빗물이 되어 주었어요. 그래요. 최소한 지금은 서 있어야죠. 최소한 지금은 말이죠.......


 아이들과 주고 받은 질문에 대한 글을 쓰려고 했는데, 며칠 지나 다시 읽으니 전혀 다른 글을 썼네요. '지우고 다시 쓸까?', '퇴고를 할까?', '그냥 아예 전부 지워버릴까?' 이렇게 저렇게 생각을 하다가, 그냥 두고 그 뒤에 이렇게 덧글을 남겨요. 글 재주도 없는데 다시 쓴들 뭐가 얼마나 달라질까 싶기도 하고, 또 며칠 혹은 몇 달이 지나 이 글을 다시 읽었을 때 '저 때는 저렇게 지냈구나.' 하고 볼 수 있게 남겨 두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지금은 식구들 모두 잠든 새벽 2시 무렵이에요. 아침에 해가 뜨면 아이들 아침 먹이고 뭐하고 놀지 고민하면서 자야겠어요. 내일은 진짜 재밌는 하루가 되었으면, 내일은 아이들 투정, 짜증 다 받아주고 웃음으로 되돌려 주는 하루가 되었으면 해요. 여러분들도 행복하세요. 여러분들의 행복을 빌어요. 진심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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