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by 쌍꺼풀 오이씨

비가 온다


긴 가뭄 끝에 내리는 비


비를 한 방울이라도 더 가지고파


손가락에 힘을 꽈악주고

활짝 펼쳐본다

한 방울이라도 더 만지고파


더 힘을 주어

더 넓게 펼칠수록

비는 무심한 듯

알아들을 수 없는 바람노래를 부르며 사라진다


힘이 없다

속상한 마음에 눈물도 비를 찾아간다

떠나는 눈물을 볼 자신이 없어 눈을 감는다


힘이 없다

욕심 껏 손을 펼칠 힘이 없어

손가락이 혼자일 수 없어

서로에게 기대어 버티려고 모인다.

오므린다.



얼마나 지났을까…….

눈을 떠 보니 손바닥에 바다가 생겼다.


힘든 것들은 안녕.

가뭄도, 쓸쓸함도, 속상함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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