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니면

by 쌍꺼풀 오이씨

내 뺨을 쓰다듬고 간 바람은 어디에서 왔을까?

이순신 장군님 마지막 말씀을 품었던 공기일까?

아니면 쓰나미와 함께 왔던 폭풍일까?

아니면 작살에 맞은 흰 긴 수염고래가 내뱉은 마지막

날숨일까?


나를 적신 이 비는 어디서 왔을까?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 옆구리에서 쏟아졌던 체액일까?

아니면 내가 치여 죽인 강아지의 피였을까?

아니면 내 영혼에 둔기를 휘두른 상간남의 정액이었을까?


그럼 나는 어디서 왔을까?

한 줌의 기쁨도 허락치 않는 신이 창조한 건 아니기를

바랄 뿐.

keyword
작가의 이전글초지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