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를 버리고

by 쌍꺼풀 오이씨

마태복음 16:24

24 그리고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




주여

이미 저는 아무것도 없나이다.

저에게 남은 것은 제 자신, 제 몸뚱이 하나입니다.

이것마저 포기하면 저는 무엇입니까?


잘 곳없어

얄팍한 돗자리 위에 몸을 누이고

추위가 제 몸을 동그랗게 말았나이다.


아이들을 만날수 없어

저는 억울한 마음을 꿀떡 삼키고

눈물은 저를 삼켰나이다.


씻을 곳 없어

문열린 어느 건물 화장실로 슬그머니 들어가

한겨울 찬물로 얼굴을 문대었나이다.


갑자기

멀쩡히 움직일 수 있는 몸뚱아리가 있음을 느꼈나이다.

타인의 풍요와 행복한 웃음은 내 인생이 아니듯


내 인생을 끊김없이 절절히 느끼고 있는 지금은

어쩔수 없이 감사해야 할 시간인가 봅니다.


이게 무슨 자기합리화인지


이렇게 라도 하지 않으면

올 것이라 예정된 봄을 못 볼까봐 입니다.


이렇게 라도 하지 않으면

인간다움마저 잃을까 두려워서 입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머얼건 차 한잔에 고상을 떨며 버텨낸 그 사람마냥


저는

이 추위에

그나마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감사를 찾아보겠나이다.


그러다가

나의 차가운 온기라도 필요한 이가 나타난다면

기꺼이 그에게 주고

당신 곁으로 가고 싶나이다.


나를 버리고, 내 십자가를 지다보면

당신이 계신 천국에 가 있을것만 같습니다.


어디인들 지금 여기보다 지옥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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